얼굴 가린 여성에서 여성운동가로 |
최씨가 18세였을 때 일이다. 정당방위였지만 주홍 글씨처럼 따라붙었다.
이 사건은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불렸고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정당방위를 사법 시스템이 무시된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았다.
18세 최씨의 인생에 주홍 글씨가 새겨진 지 56년 뒤 그는 만학도의 길을 걷다 대학 동료의 도움으로 한국여성의전화 문을 두드렸다.
"'바위에 계란 치기'라도 묻고 갈 수 없었다"고 최씨는 그때를 회상했다.
2020년 5월. 부산지방법원 앞 재심 청구서를 손에 든 최씨는 검은색 옷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죄인이라는 사회적 주홍 글씨를 아직 지우지 못한 최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푹 숙이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56년 만의 미투'라는 제목으로 여성단체와 함께 연 공식 기자회견에서조차 최씨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를 지원하는 여성단체 또한 최씨의 초상권에 대한 주의를 신신당부했다.
당시 언론 인터뷰를 하고 난 뒤 며칠을 앓아누워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청구 6개월 만에 부산지법은 재심을 기각했고 부산고법도 항고를 기각했다.
최씨는 조금 더 용기를 냈다.
2021년 11월 25일 그는 대법원 앞에서 '재심 개시로 정의를 실현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여전히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는 있었지만, 더는 결의에 찬 눈빛은 가리지 않았다.
2024년 12월 드디어 대법원은 최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올해 초 재심이 결정됐다.
재심을 신청하고 5년이 지난 2025년 최씨는 전혀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표정은 당당했고 세상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마침내 지난 7월 2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첫 재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무죄를 구형하며 뒤늦은 사과를 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최씨는 법정 앞에서 큰 소리로 "이겼습니다"를 외쳤다.
9월 10일 선고공판에서 최씨는 18세 소녀로 돌아간 듯 짙은 분홍색 재킷을 입고 참석했다.
그리고 마침내 61년 만에 '무죄'라는 말을 법정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사건 발생 61년, 재심 신청 5년이란 긴 시간을 거치며 그는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한 18세 소녀에서 정당방위를 쟁취해낸 여성운동가로 변해 있었다.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만 불리던 이번 사건은 성폭력에 대한 첫 정당방위가 재심으로 인정된 첫 재판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최말자씨는 "나는 운이 참 좋아 주변 인연들의 용기와 힘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며 "나와 같은 운명을 가진 피해자들을 위해 앞장설 수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56년 만의 재심 청구 |
"나의 용기가 세상을 바꾸길" |
대법원 재심 개시 촉구 |
'성폭력 피해자의 유죄' 최말자 씨, 법원 재심 촉구 기자회견 |
61년만에 재심서 무죄 구형 받은 최말자씨 |
61년만에 인정 받은 무죄 |
61년만에 '무죄'라는 말을 듣기 위해 |
61년만에 성폭력 정당방위 인정 |
'최말자는 무죄다' |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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