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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지원단체들 "검찰개혁, 국가가 피해자 버리는 꼴"

이데일리 송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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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범죄피해자가 바라는 검찰개혁 세미나
피해자 지원단체 및 활동가들 성토 쏟아져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수사 부실·책임회피 심화"
"사건 장기화에 피해자 법률비용 수백만원까지"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에 대해 범죄 피해자 지원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 등 개혁 조치가 오히려 피해자들을 두번 죽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특히 디지털 성범죄 등 증거인멸 우려가 높은 사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피해자 보호의 최소한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들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처리 장기화와 책임 전가 구조가 심화하면서 피해자들의 법률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피해자학회와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는 12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범죄피해자가 바라는 검찰개혁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송승현 기자)

한국피해자학회와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는 12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범죄피해자가 바라는 검찰개혁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송승현 기자)


“검찰 보완수사권, 피해자 보호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

한국피해자학회와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는 12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범죄피해자가 바라는 검찰개혁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검찰청 및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검찰개혁과 관련해 범죄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등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ReSET(리셋)의 정책법률연구팀 소속 유영 활동가는 검찰개혁이 관련 범죄 피해자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 활동가는 먼저 “성착취물은 촬영 혹은 제작 후 클라우드·외장 저장매체·타 계정으로 백업해 두었다면 복원과 재유포는 언제든 가능하다”며 “증거인멸 방지를 위한 구속 수사와 압수수색은 피해자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압수수색과 구속영장 청구는 사실상 검사의 지휘와 협력 없이는 어렵고, 보완수사 요구와 영장보강은 초동 수사의 빈틈을 메우는 중요한 통로”라고 강조했다.

유 활동가는 경찰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는 피해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그는 “(가해자 엄벌을 위해) 초동 수사 단계부터 신속한 탐지·채증·신원파악이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은 불송치 비율이 높고 사건 상당수가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된다”며 “바로 이 지점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피해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기능한다”고 했다. 이어 “경찰의 초동 수사에서 발생한 허점을 즉각 메우고, 영장을 신속히 보강해 증거 확보와 강제 수사가 뒤따르지 않으면 피해자는 다시 한번 국가로부터 버려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범죄 피해자이자, 익명으로 성범죄 피해 연대 활동을 해온 ‘연대자D’(활동명) 역시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찰개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연대자D는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는 부실해졌고, 검경은 모두 책임을 회피했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형사소송절차에서 소외를 경험하고 있는 피해자가 수사와 공판 단계에서의 입증책임까지 떠안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지원단체들은 검찰에 대한 통제에든 공감했지만, 그게 보완수사권을 폐지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변호사 없이는 권리보호 어려운 사회 분위기 조성”

현실에서 피해자를 대리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들도 검찰개혁이 야기할 부작용에 대해 성토했다. 김은정 법무법인 리움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처리가 장기화하고 수사 결과에 대해 경찰은 검찰에게, 검찰은 경찰에게 그 책임을 미룰 수 있는 형사사법 구조를 만들어 버렸다”며 “결국 국민들로 하여금 자신의 억울함이나 범죄피해를 알리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사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권리를 보호받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버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보완수사권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검사의 직접 수사권 통제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범죄피해자를 위한 관점에서 검사가 가진 직접 수사권은 최대한 통제하고 필요하다면 직접 수사권은 모두 없애야 한다”며 “신속 정확하고 효율적인 기소 여부 결정과 통일적이고 안정적인 공소유지를 위해 송치된 사건에 대한 검사의 보완수사권이나 보완수사요구권은 존치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경찰에게 수사권을 몰아줄 경우 우리나라 형사사법시스템은 ‘선한 경찰’에게 의지하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안지희 법무법인 혜명 변호사는 “경찰 개인의 희생과 노력 정도에 따라 수사의 질이 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찰 보완수사의 질 역시 담보되지 않는다”며 “수사환경 개선 없이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보완수사 요구가 남발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유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교제폭력 등 국선변호사의 지원 대상이 아닌 범죄 피해를 당한 경우 피해자들은 추가로 이의신청을 위한 법률서비스 비용을 지불해야만 검사의 판단을 받을 수 있게 됐다”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피해자가 부담해야 하는 법률비용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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