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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 워너브라더스 인수 추진…디즈니 아성 넘보는 ‘미디어 제국’ 탄생할까

조선비즈 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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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지의 지상파 방송국과 세계적인 영화사를 보유한 미디어 대기업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세계적인 콘텐츠 자산을 보유한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에 나섰다. 두 거대 미디어 기업 합병이 성사될 경우 할리우드 영화 스튜디오는 물론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 전례 없는 파급력을 지닌 ‘미디어 공룡’이 탄생할 전망이다.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과 스카이댄스(Skydance) 로고. /연합뉴스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과 스카이댄스(Skydance) 로고.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WBD 사업체 전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구체적인 인수 제안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제안가 대부분을 현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의 막대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그의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이 본인 영화사 스카이댄스와 CBS 방송국·파라마운트 영화사를 보유한 파라마운트를 합병시켜 탄생한 신생 미디어 대기업이다. 래리 엘리슨은 지난 10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를 제치고 전 세계 최대 부호 자리에 올랐다.

인수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뉴욕 증시에서 WBD 주가는 29% 급등하며 시가 총액이 400억달러(약 55조6000억원)으로 뛰었따.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 주가도 16%가량 치솟으며 새 미디어 공룡 출연에 기대감을 반영했다. 다만 주요 매체들은 아직 공식적인 인수 제안이 제출된 것은 아니며, 미 규제 당국의 반독점법 등에 따라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도 남아있다고 했다.

두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지식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인수와 동시에 두 회사 IP가 결합하면 즉각적이고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WBD는 ‘해리포터’, DC 코믹스,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등 세계적인 팬덤을 거느린 IP를 보유하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미션 임파서블’, ‘탑건’, ‘트랜스포머’, ‘스타트렉’ 같은 할리우드 대표 흥행작을 갖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디즈니가 보유한 마블, 스타워즈, 픽사 등에 필적하는 ‘프랜차이즈 제국’이 만들어질 수 있다. 대중문화 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두 개의 유서 깊은 할리우드 스튜디오가 하나의 기업 아래 합쳐지는 가장 큰 규모의 결합”이라고 했다.

다만 법률 전문가들은 거대 스튜디오 탄생이 콘텐츠 다양성을 감소시키고 창작자들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독점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 디즈니는 20세기 폭스를 인수한 후, 시너지를 내기보다 연간 영화 제작 편수가 급감했다. 전 세계적으로 흥행을 보장 받는 블록버스터에 집중했던 디즈니 전략과 블록버스터 외에도 성인 관객을 위한 R등급 영화나 작품성 있는 중규모 예산 영화 등을 갖춘 20세기 폭스 측 전략이 엇박자를 낸 탓이다. 거대 흥행작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중간 규모 예산 영화나 독립 영화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파라마운트 사무실.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파라마운트 사무실. /연합뉴스



두 회사가 한 지붕 안에 자리를 잡으면 전 세계 스트리밍 시장도 재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WBD는 HBO 맥스, 파라마운트는 파라마운트+를 운영한다. 각각 유료 구독자 수는 전 세계 기준 HBO맥스가 1억2600만명, 파라마운트+가 7800만명이다. 두 서비스를 합치면 전 세계 구독자 2억명을 넘어선다. 3억명이 넘는 넷플릭스에는 못 미치지만, 1억3000만명 수준인 디즈니+는 멀찌감치 따돌릴 만한 규모를 갖추게 된다.

관건은 단순히 가입자 수를 합치는 것을 넘어, 현재 운영 중인 다른 플랫폼을 어떻게 통합하고, 시너지를 낼 것인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WBD가 약 300억달러(약 42조원)에 달하는 순부채를 안고 있는 점을 감안해 양질의 콘텐츠, 경쟁력 확보에 상당한 자본이 추가로 들어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CBS 뉴스 부문 부사장이자 총괄 프로듀서 크리스 리히트(왼쪽), CBS 뉴스 사장 데이비드 로즈(오른쪽)가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열린 텔레비전 비평가 협회(TCA)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CBS 뉴스 부문 부사장이자 총괄 프로듀서 크리스 리히트(왼쪽), CBS 뉴스 사장 데이비드 로즈(오른쪽)가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에서 열린 텔레비전 비평가 협회(TCA)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 부문 통합은 가장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로 꼽힌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미국 대표 지상파 뉴스 채널 CBS 뉴스를 보유하고 있다. WBD는 대표 케이블 뉴스 채널 CNN을 갖고 있다. 합병 이후 두 뉴스 채널이 한 회사에 속하면 여론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동시에 규제 당국, 특히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집중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를 인수할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CBS 사이 법적 분쟁이 길어지며 합병 승인이 지연된 전례가 있다. 당시 파라마운트는 분쟁 해결을 위해 1600만 달러를 향후 세워질 트럼프 대통령 도서관에 기부하기로 합의했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CBS 뉴스에 공정성을 감시하는 ‘옴부즈맨’ 임명과 다양성 프로그램 폐지 등을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했다.

로이터는 반독점법 전문 변호사 안드레 발로우를 인용해 “이번 합병 심사 과정에서도 뉴스 채널 부문에서 정치적 판단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엘리슨 회장 아버지 래리 엘리슨이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동맹이라는 측면에서 규제 장벽을 넘는 데 정치적 영향력(political clout)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독과점을 막기 위해 유독 대기업들에 까다로운 잣대를 적용했던 바이든 행정부보다 훨씬 친기업 성향인 현행 법무부 반독점국이 예상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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