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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광장] 그들은 왜 전투기에 오르려하나?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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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군 국민조종사 선발 심사에 참여했다. 올해 선발에는 무려 18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지원했다. 단순히 전투기를 타는 이벤트를 넘어 국민이 군과 함께 호흡하고 나라를 지키는 의미를 공유하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지원자들의 열기는 특별했다. 그러나 진정한 감동은 지원자들의 숫자나 경쟁률이 아니라 그들이 전투기에 오르려는 이유에 있었다.

지원자 중에는 순직 조종사의 자녀가 있었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애국지사의 후손도 있었다. 흔히 이런 이야기를 ‘슬픈 역사’라 부르지만 그들은 달랐다. 상처와 아픔을 기억 속에 가두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하며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기억하려 했다. 아픔을 넘어 헌신을 계승하겠다는 태도였다.

특히 한 지원자의 말이 마음을 깊이 울렸다. 군복무 중 지뢰사고로 발목을 잃은 그는 단 한 번도 나라를 원망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내가 다쳤기에 전우가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치료를 마치고 다시 군으로 돌아왔고 전역 이후에도 군에서 다친 이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상실을 원망으로 치환하지 않고 희생을 전우애와 책임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한 지원자는 어린 아들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전투기에 오르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아이에게 엄마가 직접 해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암을 이겨내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지원한 이도 있었고, 다리가 괴사하는 병을 극복하기 위해 응모한 이도 있었다. 떨어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이도 적지 않았다.

전투기는 편안히 목적지에 모셔다 주는 여객기가 아니다. 조종석에 앉는 순간 중력을 견딜 훈련과 강한 체력을 요구받는다. 그러나 지원자들은 두려움이 아니라 자랑으로 여겼다. 도전 자체가 자녀에게, 또 우리 모두에게 전해지는 메시지가 되리라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국방의 힘은 단순히 무기나 병력의 숫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나라를 걱정하고 함께 책임지려는 국민의 마음에서 비롯된다. 군을 향한 고마움, 군인과 그 가족의 헌신에 대한 존중, 그리고 그들과 일체감을 가지려는 노력 속에서 대한민국은 강해진다.


우리는 종종 불안한 국제정세와 북한의 위협, 세계 곳곳의 전쟁 소식을 접하며 안보를 걱정한다. 하지만 정작 이 땅을 지켜온 힘은 언제나 국민의 참여와 관심, 그리고 군인의 희생을 존중하는 공감에서 비롯됐다. 한 사람의 헌신은 결코 개인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족을 움직이고 이웃을 움직이며 결국 공동체 전체를 움직인다.

대한민국은 그런 마음들이 쌓이고 이어져 만들어졌다. 순국선열의 희생, 국군 장병의 헌신, 그리고 그것을 잊지 않고 함께하려는 국민의 마음이 얽혀 지금의 자유와 번영을 가능케 했다. 결국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은 무력만이 아니라 그 힘을 떠받치는 정신과 의지임을 국민조종사 선발 현장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은 지금도 많은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국민이 함께 응원하고 기억하며 군인과 그 가족이 감내한 고통을 존중하고 그 뜻을 계승할 때 우리 모두는 이 나라의 방패가 된다. 그것이 바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가능케 하고 내일의 대한민국을 지켜낼 힘이기도 하다.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 관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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