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을 주제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
이재명 대통령이 대규모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급증하는 전력 수요는 원전이 아닌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원전 중심 정부 에너지 정책에 변화가 예고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 건설은) 가능한 부지가 있고 안정성이 확보되면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수십 기가와트가 필요한데 이걸 원자력 발전으로 하려면 30개를 넘게 지어야 한다"며 "어디에 지을 거냐"고 반문했다.
신규 원전으로 대규모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원자력 발전소 짓는 데 최하 15년이 걸리는데 지을 곳이 없다"며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아직 개술 개발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라며 "인프라도 깔고 전력망도 깔고 재생에너지 산업을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곧 탈원전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원전보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인만큼 에너지정책 변화는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미래 전력 수요 충족을 위한 신규 원전 건설은 일정상 제약이 크다. 중장기 전력계획인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르면 2038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전력량은 10.3GW(기가와트)다. 이 중 2.8GW를 2038년까지 신규 원전 2기 건설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원전은 부지 선정부터 설계, 시공, 가동까지 평균 14년(167개월) 정도 걸린다. 지역 갈등이 발생하면 기간은 더 늘어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하반기 부지 유치 공모를 시작해 내년 9월 부지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평균 기간을 감안하면 2039~2040년에야 신규 원전 가동이 가능하다. 11차 전기본 계획보다 늦다. 이 대통령이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한 이유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 1호기(오른쪽 첫 번째) 모습. 2025.6.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
김성환 환경부 장관도 신규 원전 건설은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원전을 2기 건설하는) 11차 전기본은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신규 원전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국민들의 공론을 듣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이를 12차 전기본에 반영할 방침이다. 11차 전기본이 이전 정부에서 수립된 만큼 새 정부가 세우는 12차 전기본에는 재생에너지 확대 등 변화가 불가피하다.
11차 전기본에서 2023년 에너지 비중은 △원자력 30.7% △액화천연가스(LNG) 31.4% △석탄 26.8% △재생에너지 8.4%다. 이를 2038년에는 △원자력 35.2% △재생에너지 29.2% △석탄 10.1% △LNG 10.6%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새 정부에서 에너지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환경부로 이관된 만큼 12차 전기본에는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가 더 크게 반영될 전망이다. 2040년 석탄화력발전소 전면 폐쇄 계획,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2050년 장기 감축경로도 포함해야 한다.
현재 환경부는 2035년 NDC로 4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2018년 대비 감축량에 대해 △산업계가 제시한 40%대 중후반 △선형 감축 경로인 53%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권고한 61% △시민사회가 제시한 67%다. 더 도전적인 목표가 제시될수록 재생에너지 비중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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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에너지부에 환경 붙인 것"…산업 약화 우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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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기차가 충전되고 있다. 2025.09.09. kch0523@newsis.com /사진=뉴시스 |
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으로 산업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규제와 진흥 기능이 한 부서 안에서 논쟁해야 오히려 발전적인 정책 결정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 대통령은 "환경부가 에너지를 담당하면 되겠냐하는 논란이 있다"며 "반대로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어서 환경부를 갖다 붙였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 정부 조직개편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돼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다. 에너지 정책의 주관이 진흥 부처에서 규제 부처로 넘어가면서 산업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이 '환경'이 아닌 '기후에너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진흥 담당인 에너지차관과 규제 담당인 환경차관이 한 부서 안에서 갑론을박하는 것과, 아예 독립부서로 나뉘어 서로 말조차 안 하는 것 중 어떤 게 낫겠냐"며 "에너지 분야는 내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전기차 보조금 정책 사례도 꺼냈다. 이 대통령은 "전기차 많이 사라고 환경부에서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했는데 결국 중국 버스 전기차 업체가 국내 전기차 업체를 다 먹어버렸다"며 "환경부가 국내 산업발전 생각을 안하고 환경보전만 생각하면서 예산을 집행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산업부는 당연히 그걸 지적하고 국무회의에서 서로 싸우면 대통령이 조정하든 했어야 한다"며 "차라리 에너지 부서하고 환경부가 그 안에서 치열하게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산 점유율은 2017년 25.3%에서 2023년 50.9%로 늘었다. 값싼 중국산 전기버스가 보조금 혜택을 등에 업고 시장을 장악한 결과다. 이후 환경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한 버스에 보조금을 줄이는 등 규정을 개선하면서 지난해 중국산 점유율은 36.6%로 떨어졌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도 조직개편 이후 산업부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조직개편 이후라도 산업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거의 형제 부서처럼 충분히 사전에 협력하고 협의해야 한다"며 "에너지와 산업을 발전시키는 일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나눠서 볼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조직개편 법안은 오는 25일 국회를 통과한 뒤 10월1일 대통령 공포로 확정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와 검찰청 개편을 제외한 다른 조직개편은 대통령 공포 즉시 시행된다.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산하에 있는 에너지정책실과 국내 원전 운영을 담당하는 원전산업정책국이 환경부로 이관된다. 다만 석유·석탄·가스를 담당하는 자원산업정책국과 원전 수출을 담당하는 원전전략기획관은 산업부에 남는다. 산업부 명칭은 산업통상부로 바뀐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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