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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부 상태 네팔… 시위로 최소 30명 사망, 1만 명 탈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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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개 교도소서 탈출, 대부분 행방 묘연
첫 여성 대법원장, 임시 정부 수반 부상


9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한 시위대가 경찰에게 빼앗은 방호복을 입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뉴스

9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한 시위대가 경찰에게 빼앗은 방호복을 입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카트만두=AP 연합뉴스


정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 차단에 반발해 시작된 네팔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며 국가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사흘 사이 최소 30명이 숨졌고, 교도소까지 습격당해 수감자 1만 명 이상이 탈옥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시위 중심에 선 ‘Z세대’는 구체제 부패 정치와 결별하기 위해 네팔 최초 여성 대법원장을 지낸 수실라 카르키(73)를 임시 수반으로 추대하며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

11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시위대가 네팔 중부 간다키주 포카라 교도소를 습격해 건물이 무너지면서 수감자 900명이 집단 탈옥했다. 수도 카트만두와 서부 수두르파스침주, 중부 바그마티주에서도 교도소 방화와 탈출이 잇따랐다.

현지 경찰은 전국 25개 교도소에서 수감자 1만5,000여 명이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했다. 일부는 현장에서 체포돼 다른 교도소로 이송됐지만, 상당수는 행방이 묘연하다. 국경을 넘어 인도로 도주한 사례도 보고됐다. 인도 힌두스탄타임스는 “대규모 탈출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네팔 군이 총격을 가해 수감자 10여 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10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병사들이 교도소에서 탈출한 수감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카트만두=EPA 연합뉴스

10일 네팔 카트만두에서 병사들이 교도소에서 탈출한 수감자들을 체포하고 있다. 카트만두=EPA 연합뉴스


지난 8일 시작된 이번 시위는 정부가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엑스(X) 등 26개 SNS 접속을 차단한 것이 도화선이었다. 그러나 성 정치인들의 부정부패, 고위층의 호화 생활과 대다수 국민이 겪는 빈곤·경제적 불평등이 극명하게 대비되면서 누적된 분노가 폭발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찰은 최루탄, 물대포, 고무탄까지 동원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고 사상자가 급증했다. 네팔 정부는 10일까지 최소 30명이 숨지고 1,0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지난 9일 오후부터 군 병력을 도심에 투입했다. 샤르마 올리 총리와 장관 4명이 사태 책임을 지고 사임했지만, 분노한 시위대는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사당, 대법원, 검찰청 등을 불태우며 저항을 한층 격화시켰다.

치안 불안으로 카트만두와 인근 도시 일대에 내려진 통행 금지령은 12일까지 연장됐다. 무장 군인들은 도심을 순찰하며 차량과 행인들을 검문했고,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군 당국은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는 만큼 국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수실라 카르키 전 네팔 대법원장이 2018년 9월 카트만두에서 열린 자서전 출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카트만두=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실라 카르키 전 네팔 대법원장이 2018년 9월 카트만두에서 열린 자서전 출간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카트만두=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국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자 시위대 대표들은 11일 카트만두 육군 본부에서 군 관계자들과 만나 과도기 지도자 선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카르키 전 대법원장이 임시 내각 수장으로 부상했다. 그는 2016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대법원장을 맡아 1년간 재임했다. 당시 청렴성과 강직함으로 대중적 지지를 얻었다.

젊은 시위대 사이에서는 래퍼 출신인 발렌드라 샤(35) 카트만두 시장도 대안으로 거론됐다. 그가 시위 주역인 ‘Z세대’를 대표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샤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카르키 전 대법원장의 지혜와 단합의 리더십을 진심으로 존중한다”며 “그가 임시 정부를 이끌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혼란이 장기화하자 한국 외교부는 시위가 집중된 바그마티주(州) 룸비니주, 간다키주 3곳에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특별여행주의보는 단기적으로 긴급 위험이 발생했을 때 내려지는 조치로, 최대 90일까지 유효하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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