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난이 심화하자 공공택지를 매입하고도 주택 건설을 미루고 있는 민간 건설사에 조기 착공 인센티브를 또 다시 지원한다. 지난해에 이어 민간 건설사가 집을 짓지 않고 보유 중인 공공택지에 주택을 서둘러 착공하면 미분양이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이를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약 2만3000가구가 수도권 지역에 공급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수도권 공공택지 미분양 매입 확약 사업은 강제성이 없는 만큼 건설사가 사업 신청을 하더라도 건설경기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실착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조기 착공을 약정한 공공택지 중 23%만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졌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민간 사업자가 사들인 2·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에 주택을 내년까지 조기 착공할 경우 미분양 매입 확약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공택지에 조기 착공해 미분양 주택이 발생했을 때 미분양률에 따라 평균 분양가의 85~89%의 가격에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조기 착공하거나 세대 규모가 500가구 이상일 경우 매입 가격에 1%포인트를 가산해준다. 매입대금 지급 개시 시점도 준공 후 6개월에서 준공 전 6개월로 1년 앞당기기로 했다. 여기에 공공택지 내 조기착공이 가능한 사업자에 인허가까지 토지대금 납입을 이연시켜 중도금 부담도 덜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수도권 주택 공급 물량이 부족한 가운데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민간 건설사들이 공공택지를 사들이고도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공공택지를 사들였지만 미분양 우려가 커 좀처럼 사업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공동주택용지 매입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공동주택용지 해지 계약 규모는 25개 필지(2조7052억원 규모)에 달했다. 올해 들어 7월까지도 13개 필지(1조2303억원 규모)가 계약이 해지됐다. 이는 결국 수도권 주택 물량 공급 부족을 심화시키는 이유가 됐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민간 건설사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최대 2만3000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착공이 가능한 2·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의 1만4000가구와 올해 착공할 수 있는 공공택지 중 기존 매입 확약을 체결하지 않은 물량 9000가구다.
그래픽=손민균 |
그러나 이번 대책은 건설사가 신청을 하더라도 착공에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로 착공 물량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다. LH가 미분양을 매입한다고 하더라도 약정만 걸어두는 사업자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건설경기가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까지 적용돼 수익이 제한되는 사업을 선뜻 나서려는 사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지난해 LH가 한 차례 공공택지에 대한 미분양 매입 확약 사업을 진행했을 당시 39필지(2만3437가구)가 조기 착공을 약정했다. 아직 착공 기한이 4개월가량 남기는 했지만 이달 기준 착공을 마친 곳은 9필지(5027가구)에 불과하다. 당시 미분양 매입 확약 필지가 이뤄진 곳들 중 화성동탄, 성남금토, 인천검단 등의 택지에서는 여전히 착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역시 “LH 조성 공공택지에 대해 미분양 매입확약을 제공하는 등 리스크 해소 방안을 마련했음에도 건설업계는 그간 신규 사업 추진에 소극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매입 가격이 적당한가에 대해서는 업체별로 상황이 다를 것”이라며 “다만 조기 착공에 따른 미분양 매입 확약을 약정하더라도 별다른 패널티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우선 약정을 통해 안전장치를 걸어두고 경기 상황에 따라 착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대책은 민간에서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시기를 조율하는 사업을 정부가 책임지면서 ‘도덕적 해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LH 관계자는 “건설사가 택지 매입을 한 것은 최소한의 사업성이 있다고 본 것”이라며 “경기가 급변하면서 건설사가 리스크를 안고 있는 부분이지만 공공에서 건설산업 지원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조성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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