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찰 개혁’ 입법 청문회가 열렸다. 입법 청문회는 추진 중인 법안 등에 대해 전문가와 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자리다. 그러나 실제로는 민주당 주도의 ‘검찰 성토 대회’에 가까웠다.
관봉권 띠지 유실 사건과 대북 송금 조작 사건 등 수사·감찰이 진행 중인 사건을 추궁하는 자리가 됐고, 민주당 측 참고인들은 자신을 수사했던 검찰을 비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이날 출석한 증인·참고인 18명 중 야당 측 참고인은 정재기 변호사 단 한 명이었다. 정 변호사는 지난 9일 본지 인터뷰에서 “입법 청문회는 민주당이 하고 싶은 말만 묻고 듣는 ‘짜고 치는 연극’ 같았다”고 말했다.
관봉권 띠지 유실 사건과 대북 송금 조작 사건 등 수사·감찰이 진행 중인 사건을 추궁하는 자리가 됐고, 민주당 측 참고인들은 자신을 수사했던 검찰을 비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이날 출석한 증인·참고인 18명 중 야당 측 참고인은 정재기 변호사 단 한 명이었다. 정 변호사는 지난 9일 본지 인터뷰에서 “입법 청문회는 민주당이 하고 싶은 말만 묻고 듣는 ‘짜고 치는 연극’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브라이튼 법률사무소의 정재기 대표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방송 |
-검찰 개혁 입법 청문회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열흘 전쯤 참고인으로 나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현직 변호사로서 검찰 개혁이 실무에 어떤 영향을 줄지 말해달라고 했다. 나름 준비도 해 갔는데 정작 질문을 한 번도 못 받았다. 여권 의원들은 ‘관봉권 띠지는 어디 갔냐’며 호통치기 바빴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납득할 수 없는 청문회’라며 중간에 모두 나가버렸다. 결국 오전 10시부터 8시간 넘게 한마디도 못 하다가 ‘마지막 1분씩 발언 기회를 주겠다’는 말에 짧게 소회만 밝혔다.”
-청문회 분위기는 어땠나.
“연극 무대를 보는 것 같았다. 민주당 의원들이 원하는 답을 증인과 참고인들이 대본 읽듯 말해주는 식이었다. 검찰 개혁의 실효성을 따지는 자리가 아니라 ‘검찰은 무능하다’는 걸 부각하기 위한 자리 같았다.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수사관들을 불러 호통치고, 수사관들은 주눅 들어 잘못을 빌었다. 전에도 몇 번 비슷한 공청회에 나가봤지만 이런 건 처음 봤다. 완전히 코미디였다.”
-주어진 1분 발언 기회 때 뭐라고 했나.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일부 정치 검사의 일탈을 이유로 검찰청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만 아무런 반대 의견 없이 8시간 넘게 진행되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 없었다고 했다. 소수의 일탈을 이유로 헌법이 검찰에게 맡긴 인권 보호의 사명을 허무는 것은 중대한 법치주의 위반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현장에서 느낀 변화는.
“내가 맡은 사건 중 경찰서로 고소장이 접수된 건 1년이 지나도 상황을 알 수조차 없다.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해도 경찰은 ‘이제 내 일이 아니다’라며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전세 사기나 보이스피싱 같은 각종 서민 사건들은 경찰서 캐비닛에 짱 박혀 있는 게 현실이다.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가 사라지다 보니 사건 처리도 제각각이다. 보이스피싱 조직 사건이라 피해자가 여러 명인데, 피해자별로 어떤 건 범죄단체 조직죄로 또 다른 건 단순 사기죄로 송치된 경우도 봤다. 전국 각지 경찰서에서 제각각 수사를 하니 중구난방이 됐다. 경찰에도 사건이 쏟아지니 죄목을 제대로 적용할 여력조차 없는 것 같았다.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서영교 의원이 관봉권 띠지 유실 사건과 관련해 질문하고 있다. /뉴스1 |
-이번 검찰 개혁은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돈 있고 힘 있는 범죄자들만 유리해질 것이다. 이번 검찰 개혁안에는 ‘절차를 위한 절차’가 너무 많다. 중수청·공소청·공수처·경찰까지 수사 기관이 여러 개인데, 이걸 감시하고 심의하는 ‘국가수사위원회’도 생긴다. 기관과 절차가 많아지면 실체 규명은 뒷전이 된다. 변호사를 계속 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불리한 사건마다 이의 신청과 수사 심의를 반복해 수사를 지연시킬 수 있다. 반대로 몇십만 원 사기를 당한 서민 사건은 적체돼 수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수 있다. 경찰과 검찰 사이 보완 수사·재수사 요청이 ‘핑퐁’처럼 오가다 멈추는 경우도 더 늘어날 것이다."
-검찰 개혁으로 변호사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되나.
“부끄럽지만 돈을 더 버는 변호사가 많아질 것이다. 수사 심의나 이의신청 같은 절차가 늘어날 때마다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가 길어지면 변호사는 더 많은 사건을 맡기보다는 결국 의뢰인 한 명에게 비용을 더 떠넘기는 구조가 생길 수 있다. 범죄자는 수많은 이의신청으로 수사를 미궁에 빠뜨릴 수 있고, 변호사는 그 과정에서 돈을 번다는 것이다. 특히 경찰 출신 변호사들의 몸값은 치솟고 있다. 요즘은 판검사보다 경찰 전관이 더 알아준다. 수임료가 5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봤다.”
-검찰 개혁은 어떤 방식이어야 할까.
“지난 수십 년간 검찰 개혁의 본질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의 독립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검찰권 남용을 이유로 검찰 자체를 없애려는 데 집중하면서 정작 검찰 개혁의 본래 목표는 사라졌다. 검사가 준사법기관으로서 인권을 옹호하고 수사를 지휘하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검찰 개혁의 방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법 청문회에 다녀온 소감은.
“검찰 개혁으로 경찰에 수사권을 몰아주고 검사는 공소유지만 맡게 되면 1980년대의 비극이 반복될 수 있다. 경찰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불과 30~40년 전 경찰 폭력으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민주화 시위가 일어났던 나라다. 남영동 대공분실을 떠올리면 권력이 통제받지 않을 때 어떤 참사가 생기는지 알 수 있다. 민주당을 보면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 시절 경찰 권한을 그리워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원래 적은 닮는다고 하지 않나.”
[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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