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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서 따뜻한 식사 대접, 北인권운동 30년… “만해 정신, 세계서 실천”

조선일보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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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만해대상 시상식
제29회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린 10일 오후 강원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올해 수상자와 내빈이 기념 촬영했다. 왼쪽부터 여중협 강원도 부지사, 윤재웅 동국대 총장, 김주연 문학평론가·다프나 주르 교수(문예대상 공동수상),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카르멘 웡 월드센트럴키친 아시아 디렉터(평화대상),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재단 대표(실천대상), 강천석 조선일보 고문, 최상기 인제군수. /김지호 기자

제29회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린 10일 오후 강원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올해 수상자와 내빈이 기념 촬영했다. 왼쪽부터 여중협 강원도 부지사, 윤재웅 동국대 총장, 김주연 문학평론가·다프나 주르 교수(문예대상 공동수상),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카르멘 웡 월드센트럴키친 아시아 디렉터(평화대상),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재단 대표(실천대상), 강천석 조선일보 고문, 최상기 인제군수. /김지호 기자


“오늘 상을 받으신 수상자들의 공적은 각기 다르나 그 뿌리는 같습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고통을 덜며, 서로를 일으키는 마음. 바로 만해 선사께서 밝히신 삶의 길입니다.”

제29회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린 10일 오후 강원 인제 하늘내린센터.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법어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이날 시상식은 만해 한용운(1879~1944) 선생의 삶과 사상을 각 분야에서 실천해온 주인공들을 세상에 알리는 자리였다. 만해축전과 만해대상 시상식은 강원도·인제군·동국대·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그리고 조선일보사가 매년 개최하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서 인류애를 솔선수범해 귀감이 된 수상자들은 소감을 통해 감동을 안겼다. 만해평화대상을 받은 구호 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을 계기로 결성돼 15년간 전 세계 재난 현장과 전쟁터에 부엌을 차려 이재민·피란민에게 현장에서 조리한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2억 6000만끼, 가자지구에 1억 4500만끼를 제공했다. 이 단체 호세 안드레스 대표는 카르멘 웡 아시아 담당 디렉터가 대독한 소감을 통해 “위기와 재난 상황에서 따뜻한 식사는 단순한 음식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위로이며, 희망이며, 누군가가 우리를 돌보고 있으며,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메시지”라며 “만해의 정신은 평화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매번의 결정, 매끼의 식사를 통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상기시켜 준다”고 말했다.

30년간 북한 주민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만해실천대상 수상자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재단 대표는 “지난 30년간 북한 인권 운동을 하면서 많은 역경과 고통과 어려움을 감내했지만 북한 주민들이 매일 겪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면서 “지금은 북한 인권 운동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인데 만해대상 수상으로 새로운 힘과 용기, 능력을 얻었다.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만해 선생님이 시 ‘알 수 없어요’에서 말씀하셨던 그 ‘약한 등불’을 꺼뜨리지 않고 북한 주민들을 위해 어두운 밤을 더욱 환히 밝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만해문예대상은 김주연 문학평론가와 미국 미네소타 한국어 마을 ‘숲속의 호수’(로스 킹·다푸나 주르)가 공동 수상했다. 김주연 평론가는 “만해는 이미 100년 전에 민족적이면서 세계적, 보편적인 작품을 보여주신 분으로 우리 모두 자부심을 가져도 될 분”이라며 “AI의 등장과 문학의 위기가 거론되는 전환기적 시대이지만 ‘님의 침묵’ 100주년을 맞아 우리 모두 만해의 시를 다시 읽어보는 계기가 되면 대단한 축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숲속의 호수’ 현 촌장(村長)인 다프나 주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통역 없이 유창한 한국어로 소감을 말했다. 그는 “언어는 그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가치가 커지는 공동의 자산”이라며 “한국어는 더 많은 외국인이 배우기에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정부와 기업, 개인의 지원을 호소했다. 그는 “한국어와 문화를 수출 상품처럼 다루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이들과 함께 나누는 데 목적이 있어야 한다”며 “현재 한국에서 개인들도 후원에 참여할 수 있는 비영리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데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했다.


만해대상 심사위원장 조선일보 강천석 고문은 “내년이면 30회를 맞는 만해대상을 만든 무산 스님의 ‘담장을 치거나 벽을 세우지 말고 수상자를 선정하는 전통을 세워달라’는 생전의 당부를 잊지 않고 국적·인종·종교의 벽을 넘어 수상자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신흥사 주지 지혜 스님, 여중협 강원도 행정부지사, 김시성 강원도의회 의장, 최상기 인제군수, 이춘만 인제군의회 의장과 행사를 주최한 동국대 윤재웅 총장, 권영민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이사장 그리고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이근배 전 예술원 회장, 신달자 시인, ‘숲속의 호수’ 한옥을 디자인한 건축가 유병안씨, 퓰리처상을 받은 포토저널리스트 강형원씨 등 문화예술인들과 인제군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인제=김한수 기자

[김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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