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3 내란 모의·실행 계획이 담긴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내용에 대해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걸”이라고 말했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하자, 이같이 말한 걸로 당시 영상 분석 등을 통해 10일 확인됐다. 국민들이 눈과 귀를 의심할 만큼 충격적이다.
노상원 수첩은 정치·언론·종교·법조 등 각계 인사 500여명을 등급별로 분류하고, 이재명·조국·문재인·이준석 등 ‘A급 수거 대상’을 잔인하고 끔찍하게 처리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모골이 송연하다. 12·3 내란의 ‘비선 기획자’로 수사받는 그의 수첩 작성 경위, 관여자, 준비 계획 등은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
정 대표는 전날 연설에서 국민의힘에 ‘내란 청산’을 요구하며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거론했다. 지난 8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웃으며 민생협의체 구성 등을 얘기했으니, 정 대표가 야당에 손을 내밀 거라는 송 원내대표 기대와는 달랐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제1야당 원내대표가 할 말, 못할 말 가릴 판단력조차 없는가.
송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대표연설에서 “민주당이 ‘내란 정당’ 프레임을 씌워 야당 파괴, 일당독재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이재명 정부의 100일에 대해선 ‘혼용무도’(어리석고 무능한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힘)라고 거칠게 비난했다. 국민적 트라우마를 남긴 반헌법적 내란에 대해 반성 한마디 없이, “비상계엄과 내란은 동일한 것이 아니다”라고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판결에 정면으로 맞섰다. 지금도 ‘내란이 성공했더라면’이란 미몽에 사로잡혀 있는 건가. 실로 그렇게 믿고 있다면 공당을 이끌 자격이 없다.
송 원내대표의 막말은 이 대통령과 정 대표뿐 아니라, 내란의 피해자인 국민 모두에 대한 모욕이다. 민주당은 송 원내대표에게 사과와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송 원내대표는 아무런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다. 그의 막말로 상처 입고 내란 악몽을 다시 떠올릴 국민 앞에 취할 자세가 결코 아니다. 내란 청산은 시대적 과제이다. 송 원내대표는 내란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고 책임자를 반드시 단죄해야 함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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