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얼굴'(감독 연상호)은 살아있는 기적이라 불리는 시각장애인 전각 장인 ‘임영규’(권해효)의 아들 ‘임동환’(박정민)이, 40년 전 실종된 줄 알았던 어머니 정영희(신현빈)의 백골 시신 발견 후, 그 죽음 뒤의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번 작품은 약 1시간 반의 컴팩트한 러닝타임으로 다섯 번의 인터뷰를 거쳐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전각 장인 임영규의 다큐멘터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정영희 죽음의 진실을 차근차근 파헤쳐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기발한 상상력으로 사랑받는 연상호 감독의 최근작들은 다소 멀리 나간 이야기들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이번 작품은 시작부터 엔딩까지 지루할 틈 없는 에너지로 밀고나가는 힘이 인상적이다. 돌아온 연상호의 진가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
제목이 '얼굴'이지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정영희라는 인물을 따라가며,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영희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길래', '정영희는 누가 죽였길래'라는 질문을 품고 엔딩까지 달려나간다.
이번 작품은 2억대의 초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얼굴'을 보게 되면, 장면마다 '이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머릿 속에서 지울 수 없다. 심지어 회상신 대부분은 세트 소품 하나하나 비용 그 자체인 시대극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연상호 감독이 '연'금술이라도 부린 듯 위화감 없는 완성도를 자랑한다.
심지어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라지만, 다소 컴팩트하게 전개를 가져간 것이 전체적인 완성도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 인터뷰를 따라가는 잔잔한 전개에도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물론 1인2역이자 2인1역을 맡은 박정민과 권해효의 활약이 가장 인상적이다. 박정민은 젊은 임영규와 임영규의 아들까지 1인2역을, 노년의 임영규는 권해효가 연기하며 놀라운 에너지를 보여준다. 박정민은 권해효를 삼킨 것 같은 말투로 젊은 임영규를 연기해 아들과 젊은 시절 모두를 연기하면서도 명확하게 캐릭터를 분리시켰다.
특히 엔딩 즈음 부자의 대화 장면은 빨려들 듯 감탄을 자아내는 두 배우의 열연으로 관객들의 감정을 휘몰아치게 만든다. 개봉 이후 영화 팬들에게 회자될 것 같은 명장면이다. 마지막 장면 이후 남는 여운 역시 관객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험적인 저예산 영화이자 매력적인 이야기로 돌아온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도전이 극장가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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