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포스포러스/코발트' 리만머핀 |
테레시타 페르난데스(57)는 서울 전시 준비를 마치고 제주로 휴가를 떠났다. 처음 만난 제주 바다에서 자신의 작품과 닮은 심해(深海)의 빛을 만났다. 화산암 사이로 출렁이는 쪽빛 바다를 통해 그는 더 깊은 바다를 상상했다. 한국행에서 만난 예상 못한 행운이다.
100년 역사의 미국 미술위원회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라틴계 미국인 스타 작가가 10월 25일까지 리만머핀 서울에서 개인전 '지층의 바다'를 개최한다. 목탄과 리퀴드 목탄, 청색 안료를 쌓아 올린 2025년작 '지층의 바다' '밀크 스카이' 연작을 비롯한 14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한국 전시를 통해 오랜 시간 천착해온 지층과 지하 풍경에 관한 관심을 심해의 세계로 확장한다.
순백의 전시장에서는 점점이 박힌 반짝이는 조각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청색 유약을 발라 직접 구운 세라믹 조각 2702점을 설치한 이 작업은 멀리서 보면 물의 세계를 연상시킨다. 자신의 심해를 회화가 아니라, 조각의 영역으로 확장한 작업이다. 제목인 '화이트 포스포러스/코발트'를 통해 숨겨진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코발트는 전쟁에서 쓰이는 무기의 핵심 소재로 정치적·사회적 의미가 내포됐음을 알 수 있다.
작가에게 풍경화는 단순한 물리적 장소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다. 내면의 심리적, 정치적, 문화적 의미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대상이다.
이번 전시의 대표 회화 '지층의 바다'에 담긴 잔잔한 밤바다는 칠흑처럼 어두운 빛을 띠고, 하늘도 태풍이 오기 직전처럼 고요한 순간을 응시한다. 작가가 직접 목격한 바다가 아닌 점이 더욱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가는 "작업을 하면서 늘 지금 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한다"면서 "의도적으로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흐릿하게 해서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어디일까를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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