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건물이 불타고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고위 지도자들을 겨냥한 작전의 일환으로 도하에 대한 공습을 감행했다고 외신을 통해 밝혔다. [AFP] |
이스라엘이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고위급 인사를 노려 중재국인 카타르 수도 도하를 전격 공습했다.
이스라엘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후 2년간 전쟁을 이어오면서 하마스와 연대하는 친(親)이란 무장세력을 노려 레바논, 시리아, 예멘 등에서 군사작전을 벌였지만, 휴전 중재국 카타르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의 카타르 영토에 대한 전례 없는 군사작전으로 하마스와의 휴전 협상도 파국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따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9일(현지시간) 한 건물에 폭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 |
▶작전명 ‘불의 꼭대기’…카타르 거센 반발 “휴전협상 잠정 중단”=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50분께 도하의 카타라 지구에서 폭음과 함께 연기가 치솟았다. 작전명은 ‘불의 꼭대기’로 명명됐다.
이번 작전으로 전투기와 무인기(드론)가 이스라엘 본토에서 1800㎞ 넘게 떨어진 표적에 폭탄 10발을 투하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표적은 하마스의 협상 대표단을 이끄는 칼릴 알하야를 비롯헤 자헤르 자바린, 칼레드 메샬 등 도하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하마스 정치국 인사들로 알려졌다.
공습 이후 하마스는 성명에서 알하야의 아들과 보좌관 등 5명만 숨졌다며 “협상 대표단을 암살하려는 적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카타르군 장교 1명이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은 하마스 휴전 협상 대표단이 모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논의하던 도중 공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그간 지도자급 인사의 사망 사실을 몇 달간 은폐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타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이 무모한 이스라엘 행위와 지역 안보에 대한 지속적인 파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알야 아흐메드 사이프 알타니 주유엔 카타르 대사는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서 “카타르는 모든 국제법과 국제 규범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이 비겁한 범죄적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 행사에 참석해 “어제 예루살렘 버스정류장에서 우리 시민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뒤 당국자들에게 하마스 지도부 살인자들을 저지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테러 지도자들이 어디서든 처벌받지 않고 지낼 수 있던 시기는 지나갔다”면서도 “우리는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싶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종전 원칙을 받아들였다”며 하마스에 휴전안 수용을 압박했다. 이스라엘 N12 방송은 이스라엘이 이번 공습을 수개월간 계획했다고 보도했다.
▶ “휴전 협상, 사실상 무산될 듯” = 이번 공격으로 휴전 협상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짚었다.
하마스는 2012년부터 카타르 도하에 정치국 사무실을 운영했는데, 전쟁 발발 이후 이곳에서 사실상 지휘부가 운영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카타르는 하마스 등 역내 무장조직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긴장 완화와 중재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휴전 협상의 가교 역할을 해온 카타르는 당분간 중재 역할을 중단할 방침이라고 사우디아라비아 매체 알아라비야가 보도했다. 하마스 정치국 사무실을 자국 수도에 두고 밀착해온 카타르가 발을 빼면 남은 중재국 이집트 혼자서는 휴전 논의의 틀을 짜기 어려워질 수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디나 에스판디아리 중동 지정학 담당은 “정상화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테드 싱어 전 미 중앙정보국(CIA) 중동작전국장은 “카타르가 어떤 형태로든 중재자 역할을 맡는 일은 이제 불가능하다”며 “하마스 지도부가 거주하는 튀르키예 역시 고도의 경계 태세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하마스 내 강경파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오히려 합의 도출이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오히려 이스라엘이 휴전 논의를 훼방 놓으려고 의도적으로 공습을 감행한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은 분석 기사를 통해 “이스라엘은 가자시티의 모든 팔레스타인인이 대피해야 한다며 군사작전을 계속하고, 하마스를 파괴하겠다는 주장을 고수한다”며 “협상 결과와 관계없이 전쟁을 계속할 방침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하마스가 휴전안을 수용하지 않고 수주간 시간을 끌어온 것이 이번 공습에 빌미를 줬을 가능성도 있다.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당장은 휴전 합의가 어려워지는 효과가 우세할 수 있다면서도 “하마스 간부가 (논의의) 병목 지점이었다면, 이를 흔들어놓는 것이 더 빠른 이분법적 결정을 강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마스 대표단 안에서 비타협적인 강경 노선을 주도한 이들이 빠지면 협상 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하마스 지도부의 일원인 이즈 알딘 알하다드가 미국 제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기울며 알하야, 자바린 등과 갈등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와이넷은 소개하기도 했다.
와이넷은 “하마스는 일시적으로 협상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중에 협상은 재개될 가능성이 높고 하마스 지도부 중 덜 비타협적인 인물이 이를 주도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지헌·정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