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중심으로 고가의 프로포즈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사진|뉴시스] |
최근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단한 프러포즈'로 화제를 모았다. 연인에게 70억원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하면서 프러포즈한 것이다. 호날두의 약혼녀는 인스타그램에 다이아몬드 반지 사진을 올리며 이같은 사실을 알렸다. 이 게시물은 공개된 지 5시간 만에 '좋아요' 600만개를 돌파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놀랍게도 '초호화 프러포즈'는 이제 먼 나라 유명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SNS를 중심으로 고가의 프러포즈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가령, 인스타그램에 '프러포즈'라는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155만개가 넘는 게시물이 나온다(9월 3일 기준). 공통점은 게시물에 호화로운 호텔과 각종 명품이 빠짐없이 등장한다는 것이다(표①).
학계는 이런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양수진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부교수 연구팀은 '밀레니얼 청년들의 프러포즈 문화 속 명품의 의미에 대한 연구'란 논문을 통해 "5성급 호텔과 명품 가방이 젊은 세대의 프러포즈 문화에서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이 지난해 9월 1일부터 15일까지 '프러포즈'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인스타그램 게시물 128개를 분석한 결과, 젊은 세대가 프러포즈 공간으로 가장 선호하는 장소는 '호텔'이 55건(43.0%)으로 가장 많았다(표②).
그중 38개는 호텔 정보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는데, 게시 브랜드 19개 중 17개가 5성급이었다. 특히 일부 이용자는 '시그니엘 99층' '시그니엘 93층'처럼 층수까지 명시하며 장소의 등급을 과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5성급 호텔 중 특히 선호도가 높은 시그니엘의 경우, 등급을 구분하기 위해 객실의 층수를 표시하는 방식이 등장했다"며 "남들과는 다른 부富를 자랑하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표③).
예물 중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명품 가방이었다. 총 38개 게시물 가운데 '샤넬'이 19건으로 가장 많았다. 포장재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명품 브랜드 특유의 상자나 리본 등이 함께 찍힌 사진은 '보여주는 소비'의 상징처럼 활용됐다. 젊은 세대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과시적 소비 성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같은 초호화 프러포즈는 결혼 전 통과 의례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리서치의 '2024년 결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000명 중 47.0%가 '프러포즈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18∼29세가 61.0%, 30대 41.0%, 40대 37.0% 등의 순으로 프러포즈 이벤트를 중요시했다(표④).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
문제는 프러포즈 고급화가 전체 결혼 비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호텔 패키지에 수십만원대 장식, 수백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 선물이 더해지며 프러포즈 비용은 전체 결혼 비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NS를 통한 과시 욕구와 우리 사회 특유의 체면 중시 문화가 결합하면서 이런 웃픈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한다. 이은희 인하대(소비자학) 교수는 "청혼이라는 본래 의미가 전통적 의미를 넘어 명품 예물을 진열하는 행위로 변질됐다"며 "호화 프러포즈 문화가 결혼과 연애를 포기하는 이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더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사회 구조와 교육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양수진 성신여대(소비자산업학) 부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과시적 소비를 미화하는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SNS 리터러시(literacyㆍ문해력) 교육'이 필요하다. 과시적인 소비 행태를 다루는 게시물에 사용자의 분별 있는 해석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회 초년생이나 예비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 결혼 준비 교육'도 정책적으로 꼭 필요하다. 재무적 안정성, 합리적인 소비 습관을 교육하고 사회적 비교에서 오는 박탈감을 줄이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표⑤)."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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