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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후위기 시대 단비 될 지하수댐

이데일리 함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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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기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연구위원
강릉 돌발가뭄…극단적 기후위기
저비용·고효율 수자원 관리기술 절실
[서상기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연구위원] 지금 지구는 전례 없는 기후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최근 수년간의 기후를 ‘새로운 기후표준’으로 명명하며 기록적인 폭염, 산불, 국지성 집중호우, 돌발성 한파 등의 반복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2024년과 2025년 계속된 봄철 고온 건조 현상은 전국 농업 현장에 비상이 걸릴 정도였다. 6~8월에 발생하던 가뭄이 이제는 3월부터 시작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의 조기화·고도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물 부족을 넘어 식량안보와 농업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기다.

기후학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돌발가뭄’이라고 부른다. 이는 고온과 강수 결핍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며칠에서 몇 주 사이에 급속히 토양 수분이 소실되는 가뭄 현상을 말한다. ‘기후 채찍질’(Climate Whiplash)이라는 개념도 주목할 만하다. 이는 극심한 가뭄 뒤에 집중호우가 쏟아지거나 폭염 직후 한파가 닥치는 등 극단적인 기후 간 전환이 반복되는 현상이다. 돌발가뭄은 바로 이 기후채찍질의 전형적인 사례로 농업뿐 아니라 하천 관리, 수자원 운영에도 심각한 혼란을 유발한다.

올해 강릉지역은 돌발가뭄으로 인해 강릉시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최근 14% 이하로 떨어졌고 사상 처음으로 수도계량기의 75%를 잠그는 제한 급수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저수지·보 등 지표수 중심의 수자원 체계로는 돌발가뭄의 속도와 강도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제 우리는 단순한 물 저장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유연한 수자원 관리 기술을 모색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지하수댐이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한다.

지하수댐은 강우 시 땅속에 스며드는 물을 지하 대수층에 저장하고 필요 시 양수해 활용하는 구조다. 외부 수면이 없어 증발 손실이 적고 홍수 시에는 침투·저류 기능으로 피해 저감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 무엇보다 자연 기반 해법의 대표 사례로 환경 훼손이 적고 유지관리 비용도 낮다.


특히 돌발가뭄처럼 예측 불가능한 급격한 물 부족에 대해 지하수댐은 지역 단위의 유연한 ‘물 공급 안전망’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저장된 지하수는 위기 상황에서 최후의 생명선이 돼 기후불확실성에 대한 탄력적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전략적 자원으로서 지하수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정부도 본격적인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4년간 총 265억원 규모의 ‘물 공급 취약지역 지하수저류댐 관리 기술개발’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추진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2026년부터 농업용수공급 취약지역에 대한 수자원다변화 차원에서 지하수댐에 대한 신규사업 추진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R&D는 단순한 기술 확보를 넘어 미래 기후위기 대응의 ‘물 전략’을 준비하는 일이다. 특히 농어촌 지역과 도서산간처럼 기존 상수도망이 취약한 곳에 있어 지하수댐은 생존 기반을 보장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예측 불가의 기후와 싸우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지하수댐은 단지 한 가지 수자원 기술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적응하는 미래 농촌의 생존 전략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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