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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병에 소변" 사투 벌이는 강릉, 오봉저수지 남은 물 '영끌'까지 고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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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 직면하면 수문 아래 60만 톤 공급
저수율 12.2%… 사수위까지 7m 남아
"생수병에 소변" 물 부족 곳곳 아우성
도암댐 방류 여부 이르면 10일 결론 나
13일 비 예보에 실낱 같은 희망 걸었다


9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은 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9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가 바짝 말라붙은 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극한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의 용수 사정이 바닥을 드러낸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수문 아래 고인 사수(死水) 취수가 거론될 정도의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사수 취수란 저수지에서 흘러내리는 물 흐름에 의해 취수하는 것이 아니라, 양수기를 동원해 강제로 수위 아래의 물을 끌어서 사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농어촌공사와 강릉시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내려가 단수 사태가 벌어지면 수문 아래 사수를 퍼올릴 계획이다.

오봉저수지 수문 아래에는 공식 저수량에 잡히지 않은 물 100만 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저수지 바닥에 고인 물은 퇴적물로 인해 생활용수로 쓰기 어려워 최대 취수량은 60만 톤으로 추정된다. 강릉시 내 하루 평균 물 사용량(8만여 톤)을 고려하면 일주일가량 버틸 수 있는 양이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저수지가 완전히 마르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대형 양수기 10여 대를 동원해 저수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공사 측은 "사수 활용 등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놓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오봉저수지는 물이 완전히 마르는 사수위를 7m가량 남겨두고 있다. 이날 저수율은 12.2%로 전날보다 0.2%포인트 줄었다. 시는 오봉저수지의 물을 정화하는 홍제정수장을 통한 아파트 수돗물 공급을 끊어 저수율 감소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열흘쯤 뒤면 강릉시 전체 단수를 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릉시와 재난 대응 당국이 차량 570대와 헬기 5대, 해군 및 해경 함정 2척을 동원해 2만5,400톤의 물을 오봉저수지와 홍제정수장에 쏟아붓고 있지만, 큰비가 내리지 않는 한 물이 마르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7일부터 수돗물 공급이 중단된 강릉시 내 123개 아파트 단지 주민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신모(42)씨는 "설거지를 줄이려 일회용품을 쓰고 세탁기를 돌릴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물이 끊긴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급수차를 기다리며 발만 동동 굴렀다. 곳곳에서 물이 끊겨 아우성이 터져 나오자 강릉시는 이날 오후 LH미디어선수촌아파트 등 31개 단지의 저수조 밸브를 잠시 열었다.

9일 강원 강릉시 내 한 생활용품점이 제한 급수 대비 생활용품을 모아 팔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9일 강원 강릉시 내 한 생활용품점이 제한 급수 대비 생활용품을 모아 팔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강릉 시민은 최악의 물 부족 사태를 버텨내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L 생수병에 소변을 보고 있다'는 웃지 못할 사연이 전해졌다. 물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긴 머리를 싹둑 잘랐다거나 요강을 식구 수대로 들여 놓았다는 글도 올라왔다.


강릉시립복지원과 강릉종합사회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 65곳은 원생에게 제공하는 급식 식판에 비닐 커버를 씌웠다. 설거지 할 물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입소자의 위생관리와 최소한의 시설물 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24년 만에 도암댐 비상 방류 여부가 곧 결론날 전망이다. 앞서 강릉시는 댐 취수탑과 도수 터널에 담긴 물의 수질 검사를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했다. 평가 항목은 총인(TP) 수치와 납(Pb), 비소(As), 시안(CN) 등 중금속 잔류량 등 38개다. 시는 평가 결과를 살피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10일 도암댐 방류 수용 여부를 발표할 방침이다.

가뭄 피해는 농업과 기업 생산시설에서도 커지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과 강릉시농민회는 이날 강릉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년 농사를 망쳐버린 농민들은 추석을 코앞에 두고 막막한 심정"이라며 "정부는 강릉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해 달라"고 호소했다. 단수가 시행되면 바이오, 세라믹 등 강릉 지역 77개 업체의 생산 설비도 가동을 멈출 전망이다. 김광래 강원도 경제부지사는 "차량 운반 급수 등 공장이 멈추지 않도록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강릉 시민은 13일 비 예보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강원지방기상청은 이날 13일 한반도를 지나는 저기압 영향으로 강릉을 비롯한 강원 영동 지역에 비가 올 확률이 오전 80%, 오후 70%로 예측했다. 예상 강수량은 11일 발표될 예정이다.

8일 강원 강릉시 내곡동 한 아파트 입구에서 급수차가 주민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8일 강원 강릉시 내곡동 한 아파트 입구에서 급수차가 주민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강릉=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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