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잰 숄티 미국 디펜스포럼 대표가 지난 4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
“한국과 미국에서 모두 북한과의 대화를 추구하는 정부가 들어선 뒤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줄었습니다. 마지막까지 북한 주민들의 인권 증진을 위해 목소리를 낼 최후의 보루는 이재명 대통령입니다.”
‘2025 만해실천대상’을 수상한 수잰 숄티(66) 미국 디펜스포럼 대표는 4일 버지니아주(州) 자택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상금을 많은 탈북민들이 중요성을 강조해온 대북 정보 유입 활동에 쓰려고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숄티 대표는 1989년부터 비영리 기구인 디펜스포럼을 이끌며 30여년간 북한 인권 운동에 투신해왔다. ‘탈북민의 대모(代母)’라 불린다.
숄티 대표는 “북한에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김정은의 노예가 되거나 그걸 거부해 가족들이 처형되는 두 가지 극단적인 선택지밖에 없다”며 “외부에서 계속 정보가 유입돼 주민들이 현실을 알게 되면 북한이 변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북한에 정보 유입이 실패한 것과 관련해선 “1997년 황장엽 탈북을 보고 북한 정권이 붕괴 직전이라 생각했는데 한국의 진보 정부가 햇볕 정책을 통해 독재 정권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한국 정부가 대북 방송 중단 같은 김정은 정권 구제 조치를 중단하고, 일관성 있게 압력을 가하면 상황이 바뀔 것입니다.”
북한 인권 활동과 관련해 가장 참담했던 기억으로 숄티 대표는 2013년 라오스에서 탈북민 고아 9명을 구출하려다 실패했을 때를 꼽았다. 그는 “아이들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강제 송환됐는데 적어도 두 명이 처형당하고, 나머지는 ‘행복하다’는 선전 영상을 강제로 찍게 했었다”고 말했다.
숄티 대표는 한국 정치권이 북한 인권 문제를 놓고 보수와 진보로 갈려 대립하는 것과 관련, “10년 전 마이클 커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이 이런 (한국 내) 분열을 놓고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진보라면 인권에 관심이 많으니 북한의 정치적 수용소, 여성 인신매매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었다”며 “미 의회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한마음”이라고 했다. 의원들이 정파를 초월해 디펜스포럼의 대북 라디오 방송을 통해 ‘우리는 당신들을 걱정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발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숄티 대표는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는 것조차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렸고, 북한인권재단이 8년 넘게 출범하지도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과 국민 모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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