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여야 대표 '민생경제협의체' 합의... 협치 물꼬 텄지만 성과까진 먼 길

이 대통령 "국정에 모든 국민 목소리 공평히 반영"
이 대통령 취임 후 제1야당 대표 단독 회동은 처음
정"내란 종식 협력", 장 "특검 연장 거부권 행사"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회동하는 것은 6월 22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당시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을 한 지 78일 만이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8일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한 여야정이 함께하는 민생경제협의체(가칭) 구성에 합의했다. 어려운 경제와 외교·안보 여건 속에 협치의 물꼬를 튼 셈이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야당 대표의 요청이 있을 때마다 대화에 적극 응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약 80분간 오찬 회동을 했다. 이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만난 것은 6월 22일 김병기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오찬 회동 이후 78일 만이다. 오찬 직후엔 장 대표와 30분간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 단독으로 만난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여야 공통 공약이 협의체 의제 될 듯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과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오찬 회동 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생경제협의체는 장동혁 대표가 제안했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화답하면서 성사됐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형식만 갖춘 보여주기식 협의체가 아니라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며 "자세한 구성에 대해선 각 당이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 당시 여야 공통 공약이 협의체의 주요 안건이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야당이 아니라 여당이 더 많이 양보하면 좋겠다"며 "여야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야당이 먼저 제안하고 여당이 응답해 함께 결과를 만들면 야당에는 성과가 되고 여당에는 국정 성공이 되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고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실무협의 과정에선 여야뿐 아니라 대통령실도 함께할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실 정무수석실이 당연히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여야에 따라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단위들이 실무협의를 진행해 (협의체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협의체를 정례화하기보다는 현안이 발생하거나 야당의 요청이 있을 경우 대통령실도 적극 대화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야당 대표가 요청할 때 적극 검토해 소통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 시작부터 '통합' 강조

이 대통령 취임 100일을 앞두고 협치와 정치 복원의 첫발을 뗀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찬 회동 내내 통합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공개 발언에서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게 가장 큰 책무"라며 "국정에 모든 국민들의 목소리가 공평하게 반영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장 대표를 향해선 "야당도 주요한 국가기관"이라고 예우했고, 정 대표에게는 "여당인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하는 등 초당적 협력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역대 정부마다 협치를 명분으로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했음에도 제대로 작동하기보다 일회성에 그친 적이 많았다. 더욱이 3대 특검 등으로 여야 간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협의체가 실질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가진 여야 오찬 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비상계엄 관련해 여야 대표 각자 주장도

이런 한계를 보여 주듯 여야 대표들은 이 대통령 앞에서 각자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정 대표는 "비상계엄에 대해 책임 있는 세력들은 국민들께 진정 어린 사과를 하고 내란 종식에 서로 협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장 대표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 연장 법안 및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을 거론하며 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 대통령께서 확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야당 의견도 듣고 충분히 논의하면서 하겠다. 우리 정부에도 레드팀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30분간 비공개 단독 회동에선 정치 복원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고 한다. 장 대표는 이 자리에서 △청년고용 대책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관련 민생정책을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