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인천 용현시장을 방문한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가 벌어진 지난 4일(현지시각)부터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기까지 사흘간 대통령실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재명 대통령은 통상 일정을 그대로 소화하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했고, 참모들은 물밑에서 미국 정부와 분주히 교섭하며 역할 분담을 했다. 사안의 민감함과 복잡성 탓에 대통령실이 전면에 나설 경우 불필요한 긴장만 키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 7일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한·미 양국의 교섭 사실을 알리며 구금 사태가 해결 수순을 밟고 있음을 알리기까지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내놓은 메시지는 “사안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6일)는 지시 정도였다. 이 지시도 대통령실이 아닌, 조현 외교부 장관의 브리핑을 통해 전달됐다. 대신 대통령실은 미국 쪽의 의도와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후 대통령실은 사태가 해결되기까지 이 사안의 관제·공보 기능을 철저히 외교부에 일임하고 발언을 삼갔다. 이 대통령 역시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진 이후에도 사회복지시설의 어린이들과 영화 관람에 나서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리며 ‘일상 모드’를 유지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해결해야 될 문제”(장동혁 대표)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정중동’ 전략은 결과적으로 적중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대통령실이 신중 모드를 택한 건 이번 사태의 뒷면에는 트럼프 정부의 이민 관문을 우회하려는 우리 기업의 ‘편법적 관행’도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었다. 외교 문제를 잘 아는 여당의 한 의원은 “우리가 관행적으로 해온 일을 문제 삼은 건데, 그 부분을 풀려면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전면적으로 이슈화하기보단 물밑에서 풀고 처리하는 게 맞다”고 했다. 국내 여론에 영합해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하는 데 집중했다면 외교 마찰로 비화될 가능성이 컸다는 얘기다.
대신 대통령실과 정부는 물밑에서 미국에 대한 ‘장래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설득을 벌였다.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며 대화한 경험이 자산이 됐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협상 채널이 주요하게 작동했다고 한다. 막판 교섭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강훈식 실장이 고위 당정에서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힌 시점은 미국에서 억류자들을 태워 올 전세기가 확보된 지 10분 뒤였다.
엄지원 고경주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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