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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난다” 산책로 화장실 막은 주민들…이용객은 한밤중 노상방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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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조성된 만수산 무장애길 입구. 이승욱 기자

2022년 조성된 만수산 무장애길 입구. 이승욱 기자


“원래 만수산 무장애길 관리실 옆에 화장실을 설치하려 했는데 주민 반대로 못했죠.”



지난 5일 오전 11시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인천 남동구 만수산 무장애길 옆 공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장 사무국장이 가리킨 공터는 구두 밑창 높이까지 자란 풀과 자갈, 모래로 덮여있었다. 평평한 공터에 나무도 없어 황량함마저 느껴졌다.



만수산 무장애길 관리사무소 한 직원은 “화장실 위치를 옮기는 것도 검토했지만 공사 차량이 올라오는 것을 이용객들이 몸으로 가로막으면서 진행되지 못했다”며 “저녁이나 밤에 이곳을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결국 못 참고 관리사무소 뒤에 노상방뇨를 하고 가는 일이 빈번하다. 노상방뇨를 막기 위해 관리사무소 뒤에 나무판자를 세워놓을 정도”라고 했다.



만수산 무장애길은 2022년 전 구간이 8.3% 미만의 낮은 경사도로 조성된 무장애 산책로다. 길이는 2751m로 국내 무장애길 중 가장 길다. 사업 초기 화장실 설치 예산이 없었던 남동구는 2023년에야 자체 예산을 마련해 별도로 화장실 설치를 추진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이 악취 발생과 경관 훼손을 우려하며 반대해 화장실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주민 협의를 진행했음에도 주민 반대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8월 화장실 설치는 최종적으로 백지화됐다.



화장실이 설치될 예정이었던 공간. 하지만 주민들의 민원으로 화장실 조성 계획은 백지화됐고 해당 공간은 공터로 남았다. 이승욱기자

화장실이 설치될 예정이었던 공간. 하지만 주민들의 민원으로 화장실 조성 계획은 백지화됐고 해당 공간은 공터로 남았다. 이승욱기자


이런 결정으로 가장 불편을 겪는 것은 무장애길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다. 남동구는 초기 만수산 무장애길에서 350m 떨어진 산밑말 근린공원 화장실을 이용하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산밑말 근린공원 화장실은 멀리 떨어져 있고, 가는 길에 야자 멍석이 깔려있거나 아파트 단지를 지나야 하는 등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엔 불편이 컸다. 또 무장애길 입구에서 90m 떨어진 아이사랑꿈터 남동구7호점 화장실을 가려면 차도를 통해야 하고, 시설 관리 차원에서 일과 시간에만 이용이 가능하다.



장종인 사무국장은 “산밑말 근린공원 화장실은 장애인이 가기에 너무 불편하다. 턱이 있고 가는 길도 장애인 친화적이지 않다”며 “국내에서 가장 긴 무장애길이 조성됐지만 주민 민원으로 화장실이 설치되지 않으면서 이곳을 찾는 많은 장애인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했다.



만수산 무장애길 관리사무소 뒤쪽에 나무판자가 세워져 있다. 노상방뇨가 너무 많이 발생해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세워놓은 것이다. 이승욱기자

만수산 무장애길 관리사무소 뒤쪽에 나무판자가 세워져 있다. 노상방뇨가 너무 많이 발생해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세워놓은 것이다. 이승욱기자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도 “무장애길은 이동 약자를 위한 무장애 관광 환경 조성과 지원을 목적으로 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동 약자가 실제로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제공돼야 한다”며 “(인근 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장애인을 포함한 이동 약자의 실질적 편의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관리와 안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민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화장실 설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계획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동구 공원조성팀 쪽은 “만수산 무장애길과 연결되는 곳에 도롱뇽 공원이 조성 중인데 해당 공간에 화장실이 설치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도롱뇽 공원은 현재 대체 화장실로 지정된 2개 화장실보다 멀다. 남동구는 또 “만수산 무장애길은 주민과 협의가 된다면 화장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승욱 기자 seugwook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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