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검찰청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개편안 확정 발표 이후 검찰 내부에선 곧바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향후 사회적 공론화 과정에서 검찰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개편안에 담기지 않은 '보완수사권' 만큼은 지키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은 개편안 발표 다음 날인 8일 오전 대검 청사로 출근하면서 취재진에 “헌법에 명시돼 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며 “모든 것이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에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세부적 방향이 진행될 것”이라며 “세부적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은 검찰 과오를 반성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나 문맥을 나누고, 선택한 문장·단어별로 보면 오히려 불만을 그대로 담은 것에 가깝다.
노 대행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라고 말한 뒤 검찰청 폐지되고 공소청이 신설되는 것을 ‘개명당할 위기’라고 표현했다.
헌법은 모든 법률에 우선하는 최상위 규범이다. 모든 법률, 명령, 조례 등은 헌법에 위배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법률이나 규정이 헌법과 충돌할 경우 헌법이 우선 적용되며, 위헌적인 법률은 헌법재판소 심판을 통해 무효화될 수 있다.
따라서 노 대행의 언급은 검찰은 헌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하위법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의해 ‘강제로’ 이름이 바뀌는 위험에 처했다는 식으로 ‘위헌 문제’를 에둘러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개명될 위기’ 대신 ‘개명당할 위기’로 표현한 것은 검찰이 스스로 선택한 변화가 아니라 외부의 강제에 의한 불합리한 처분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국민 입장’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향후 1년 유예기간 동안 입법예고, 여론 수렴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반대하는 국민 의견을 청취해 주길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행은 지난 3일 부산에서 개최된 제32차 마약류 퇴치 국제협력회의(ADLOMICO)에 참석한 뒤 부산고·지검을 격려 방문한 자리에선 "적법절차를 지키면서 보완수사를 통해 실체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권한이 아니라 의무"라며 보다 명시적으로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검찰총장은 검찰 조직을 대표한다. 현재 2개월가량 공석인 탓에 노 대행이 검찰총장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으로 받아들여진다. 노 대행이 검찰개혁과 관련해 입장을 드러낸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검사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차호동 대전지검 서산지청 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왜 사법경찰이라는 이름을 가졌는지, 왜 신분이 보장된 법관과 동일한 자격을 가진 검사가 범죄 수사 업무를 총괄했는지에 대한 고민 하나 없이 검찰은 폐지됐다"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검찰의 수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할 건데 반대로 경찰에 대한 통제를 제거하는 건 무슨 발상인가"고 따져 물었다.
퇴직 검사들의 모임인 검찰동우회(회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 역시 “위헌적”이라는 입장문을 내고 철회를 촉구했다.
검찰동우회는 "개혁은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한 후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 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이는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이러한 일이 위헌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정부조직개편안 발표 이전에는 안미현 서울중앙지검 검사, 정경진 서울남부지검 중요경제범죄수사단 부장,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 등이 보완수사 폐지 계획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이프로스에 올렸다.
#검찰청 폐지 #정부조직개편안 #노만석 총장
jisseo@fnnews.com 서민지 김동규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