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 비자 면접을 위한 대기줄. 이영기 기자. |
[헤럴드경제=이영기·안효정 기자]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이 불법 체류를 근거로 대규모 구금되자 출장을 앞둔 기업인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업무상 짧게 미국을 자주 드나들거나 새로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하는 경우 또 다시 구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8일 오전 비자 면접을 위해 미국 대사관 앞을 찾은 이들은 어느때보다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미국대사관 앞에는 긴장한 표정의 시민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비자 면접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창구 앞으로 약 40명이 대기 줄을 섰다. 대사관 옆에서는 비자발급 대행사 직원을 중심으로 7~8명의 신청자가 모여 최종 주의사항을 점검하기도 했다.
이날 L1A 비자(주재원 비자)를 발급 받고 나온 A(53) 씨는 “L1 비자 발급 받을 때는 큰 문제 없었다”면서도 “그외 비자들은 보안 서류를 요구한다거나 많이 거절된다고 하더라”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B1(단기 상용) 비자를 받고 나온 B(42)씨는 “ 방문목적, 체류 기간, 직업 등을 물어봤다. 면접 때 엄격한 분위기까지는 아니었다”면서도 “직업과 관련해 ‘뉴욕코믹콘’을 참석하는데 혹시 문제될 염려가 있어 먼저 말했다”고 설명했다.
8일 오전 9시께 서울 종로구 미국대사관 앞 비자 면접을 위한 대기줄. 이영기 기자. |
비자 발급뿐 아니라 업무상 미국을 자주 오가던 사람들은 ‘초비상’이다. 국내 기업의 미국 법인에서 합법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E(투자사 직원) ▷H(임시 근로자) ▷L(일반 주재원) 비자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재원(L1·E2) 비자 취득 조건은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H-1B 비자가 있지만 이는 추첨제로 확률이 매우 낮다.
비정기적으로 업무상 미국을 자주 오가던 권모(29) 씨는 짧은 체류 기간을 이유로 전자여행허가인 이스타(ESTA) 비자로 오갔다. 당장 10월에도 짧은 출장을 앞두고 있는데 걱정이 크다.
권씨는 “이제라도 출장 비자를 새로 알아봐야 하나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입국 과정에서 질문이 늘어나고 있다고 느꼈다”며 “질문에서 보통 관광왔다고 둘러댔고, 회사에서도 업무 대신 관광이라 둘러대라고 안내했다. 곧 출장인데 회사에서는 아직까지 어떻게 하라는 안내가 없어서 불안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국내 IT 기업에서 재직하며 미국을 자주 오가는 문모 씨는 “원래 미국 출장 갈 때 이스타 비자만 발급받고 가는 경우 많았다. 그렇게 1~2주 출장 다녀오는 직장인들이 많다”며 “이젠 그런 문화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커지지 않을까 싶다. 목적에 딱 맞는 비자 발급을 해야 하는데, 비자 발급 자체가 어렵고, 편하고 빠르니 이스타를 많이 이용해 왔는데 앞으로 어찌될 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씨는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올해 하반기에도 미국 출장을 다녀올 가능성이 큰데 회사에서는 이번에도 이스타 비자로 다녀오라고 할까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이스타, B1 비자 등으로 미국에서 일을 하다가 적발될 경우 향후 미국 입국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근로자 개인이 져야하는 책임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미국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는 김모(35) 씨는“이번 구금 사건을 보니 ‘터질 게 터졌구나’ 싶었다” 며 “대학원 졸업하고 취업한 지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이젠 유학생 비자가 아니라 취업비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받기가 정말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유학생 비자가 만료된 후에도 취업 비자를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내가 미국에서 더 일하고 싶다는 의지와는 별개로 한국에 들어가야 해서 걱정스럽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