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의 바이오 오디세이 인 판교]
美 세노바메이트 상업화 경험, R&D 시야 완전히 바꿔놔…"글로벌 최고가 아니면 안 된다"
30년간 축적된 저분자 화합물 개발 경험의 확장…TPD·RPT 구분 없이 최적화된 '연결' 찾아낼 것
황선관 SK바이오팜 신약연구부문장이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SK바이오팜 본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SK바이오팜 |
"SK바이오팜만의 강점은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템의 리스크를 겸손하게 볼 수 있단 것입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20개 남짓의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했는데 결국 시장에 남은 건 2개입니다. 그 과정에서 허황된 자신감이 아니라 겸손한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는 꼭 달성할 것입니다."
SK바이오팜은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에 익숙한 회사다. 1996년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계획신청서를 제출한 데 이어 미국 임상 3상도 국내 최초로 자체 진행했다. 이후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통해 국내 최초로 미국 시장에서 신약을 직접 상업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엑스코프리는 올해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시장의 시선은 SK바이오팜의 차기작으로 향하고 있다. 단기적으론 외부로부터 도입할 것이라고 알려진 새로운 중추신경계(CNS) 신약에, 장기적으론 새롭게 진입한 항암 영역에서의 연구개발(R&D) 전략에 관심이 높다. 또 다른 '최초'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SK바이오팜 본사에서 황선관 SK바이오팜 신약연구부문장을 만나 앞으로의 R&D 비전을 들어봤다.
황 부문장은 엑스코프리의 미국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무엇보다 R&D 조직의 시야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조금이라도 차별화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 파고들면 거대한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단 점을 몸소 실감하면서다. 빅파마를 곁눈질하며 자체 개발한 신약의 특허 연장뿐 아니라 외부 파이프라인이나 법인을 인수할 때도 라이프 사이클 매니지먼트를 통해 그 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단 점을 깨닫기도 했다.
그는 "미국 시장에서 글로벌 빅파마들과 직접 경쟁해 이기려면 목표를 '글로벌 최초·최고'로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생각에 내부적인 R&D 기준이 많이 올라갔다"며 "예전 같았으면 이 정도면 할 만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요즘은 이 정도면 못 하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한계도 명확해졌고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니즈가 커져 글로벌 기업의 파이프라인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최근 수년간 SK바이오팜의 가장 큰 변화는 신경학에 집중하던 R&D 영역을 항암까지 확장하면서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인 방사성의약품(RPT), 표적단백질분해제(TPD) 등 신규 모달리티에 뛰어들었단 것이다. 일견 생뚱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지난 30년간 축적된 저분자 화합물 신약 개발의 경험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선택했단 게 황 부문장의 설명이다.
특히 TPD 파이프라인의 경우 3년 내에 변곡점이 오면서 지금의 항체-약물접합체(ADC)처럼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SK바이오팜은 내부적으로 항암뿐 아니라 면역학과 신경학에서도 디스커버리 단계의 TPD 물질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고도 밝혔다. 이미 임상에 진입한 경쟁사들의 물질보다 더 좋은 물질, 즉 '글로벌 최고'의 물질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단 점도 강조했다.
그는 "TPD가 완전히 새로운 모달리티이긴 하지만 저희가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30년간 축적된 저분자 화합물 신약 개발 경험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미 질병이 되는 타깃 단백질을 바인딩하는 물질을 잘 찾는 기술을 갖고 있고, 링커 기술도 굉장히 많이 연구한 분야여서 조금 부족한 부분은 인수를 통해 연결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연구소 자체에서는 TPD와 RPT를 나눠서 바라보지 않고 어떠한 질병과 타깃에 최적화된 '애니띵-애니띵 컨쥬게이션(접합)'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신약 개발이) 점점 다 연결되고 있고, 현재 보유하고 있는 KRAS G12D 타깃 항암제 파이프라인도 저분자 화합물 저해제가 붙어 있어 6개월 정도만 더 연구하면 TPD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깥에서 보기에 다소 잠잠해보이는 SK바이오팜의 R&D 조직은 수면 아래에서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상태다. 현재 임상을 염두에 두고 전임상을 준비하고 있는 파이프라인만 해도 총 5개다. 공개된 전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 4개 외에도 준비 중인 추가 인수 건이 있어서다. 그중 일부는 공동개발로 전환하기 위해 글로벌 회사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관리는 내년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황 부문장은 "SK바이오팜의 단기·중기적 비전은 신경학 분야에서 글로벌 톱티어가 되는 것"이라면서도 "향후 10년 동안 신경학의 에셋 밸류와 항암의 파이프라인 밸류 간의 균형을 맞춰나가며 장기적으로는 항암 영역에서 넥스트 모멘텀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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