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지답(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포럼'으로 균형발전에 앞장서 온 한국일보 전국 취재기자들이 매주 월요일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역 현안을 들여다봅니다.지난해 7월 19일 제주시 제주웰컴센터에서 오영훈 제주지사와 도내 외식업계 대표들, 종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제주관광 신뢰 회복을 위한 ‘제주와의 약속’ 실천 한마음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제주도 제공 |
“제주에 여행 가는데 싸고 음식 괜찮은 맛집 추천해주세요.”
육지에서 가끔 제주를 찾는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는 항상 “싸고 맛있는 집은 없다. 대신 비싸고 맛있는 집은 많이 있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답한다. 음식이 싸면, 싼 이유가 있다. 원재료가 국산이 아닌 외국산이거나, 인건비를 줄이거나 조리할 때 손이 덜 가기 위해 인스턴트 재료를 사용하든지 등등. 반대로 비싼 음식에는 좋은 재료와 정성, 시간이 더 들어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제주에 여행을 온 관광객들은 평소 접하지 못했던 특별한 음식을 먹기를 원하고, 여기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까지 챙기려고 한다. 이 같은 관광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할 때 '바가지 요금' 논란 등 사달이 난다.
지난해 제주는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한 관광지로 낙인이 찍혀 곤욕을 치렀다. ‘비계 삼겹살’ 논란을 시작으로 해안 노점상과 해수욕장 평상 바가지 요금 문제 등이 잇따라 터졌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었고, 제주 관광이 위기를 맞았다. 한순간에 잃어버린 제주 관광에 대한 믿음을 되찾기는 쉽지 않았다. 제주도와 관광업계가 제주 관광 신뢰 회복을 위한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과 대국민 여행 지원금 지급 등 관광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1년이 넘는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달에야 겨우 월별 내국인 관광객 수가 전년 수준으로 돌아왔다.
최근 바가지 요금 논란은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울릉도에서는 ‘비계 삼겹살’과 ‘택시 바가지 요금’이, 강원 속초시 오징어난전에서는 직원의 불친절한 응대와 바가지 요금으로 시끄러웠다. 전남 여수시의 유명 식당에서는 혼자 방문한 여성 유튜버에게 2인분을 주문하도록 하고, 빨리 먹고 가라고 재촉을 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지자체장들은 고개를 숙였고, 관련 상인들도 자정결의 대회를 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론은 차가웠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지방 관광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바가지 요금’을 지목하고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는 일부 상인들이 사소한 이익을 얻기 위해 과도한 바가지 요금을 받는 것을 자율이라는 이유로 방치하기에는 불특정 다수가 입을 피해가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관광지 바가지 요금 근절은 오랜 난제인 만큼 쉽게 대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자기 잇속만 챙기기 위해 미꾸라지처럼 물을 흐리는 업자에게는 반드시 불이익이 돌아온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한다. 당국은 위생점검이나 원산지 단속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부가 바가지 요금 근절을 위해 어떤 묘안을 짜낼지 기대가 크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