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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떨어지는데 부총리까지 낙마… 英 집권당 ‘궁지’

조선일보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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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신화’로 주목받던 레이너
부동산 취득세 회피 논란 휘말려
영국 노동당 정부의 2인자인 앤절라 레이너(45) 부총리가 5일 부동산 취득세 미납 논란으로 전격 사임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즉각 개각을 발표하고 사상 최초로 외무·내무·재무 등 3대 부처 장관을 모두 여성으로 채우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경제 상황 악화와 복지 삭감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는 가운데 당의 정체성을 대표하던 인물마저 불미스럽게 물러난 탓에 노동당은 점점 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영국 총리실은 이날 오후 늦게 “스타머 총리가 레이너 부총리의 사직서를 수리했다”고 밝혔다. 레이너는 사직서에서 “최근 아파트 매입 과정에서 (국민이 기대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5월 잉글랜드 남부의 80만 파운드(약 15억원)짜리 아파트를 새로 사면서 자기 지역구의 기존 주택 지분을 가족에게 넘기고, 새 아파트를 주거주지(primary residence)로 지정하는 편법으로 4만 파운드가량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스타머 총리는 1시간여 만에 대폭 개각을 발표했다. 레이너의 후임으로는 데이비드 래미 외무장관을 임명했다. 새 외무장관으로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이, 내무장관엔 샤바나 마무드 법무장관이 각각 임명됐다. 법무장관은 래미 부총리가 겸해 세 사람이 서로의 빈자리를 메우는 모양새다. 11월 가을 예산안 발표를 앞둔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유임됐다. 레이너가 겸임했던 주택지역사회 장관은 스티브 리드 환경장관이 맡았다.

영국 매체들은 외무·내무·재무장관을 모두 여성이 맡게 된 것에 주목했다. 총리와 함께 정부 요직(Great Offices of State)으로 분류되는 자리다. 가디언과 더타임스는 “3대 장관이 모두 여성으로 채워진 것은 영국 역사상 처음”이라며 “스타머 내각의 여성 비율은 숫자(2명 중 1명꼴)뿐만 아니라 영향력 측면에서도 역대 최고”라고 전했다. 일부 매체는 “노동당의 핵심 지지 세력이 여성이라는 점을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레이너의 사퇴로 스타머 총리와 노동당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경제 성장 둔화, 복지 삭감 논란, 이민 문제로 지지율이 하락하는 와중에 주택 정책을 담당한 총리 측근이 부동산 세금 문제로 낙마했기 때문이다. 레이너는 차기 총리감으로도 거론되던 인물이다. 극빈 가정에서 자라 16세에 출산으로 중학교를 중퇴, 돌봄 노동자로 일하다 노조 활동을 거쳐 2015년 총선에서 하원에 입성하며 ‘흙수저 신화’로 주목받았다. 가디언은 “스타머 정부의 신뢰성에 치명적 균열이 생겼다”고 평가했고, 로이터는 “출범 1년여 만에 여덟 번째 장관급 인사가 사임하며 총리의 리더십에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했다.

최근 노동당을 밀어내고 지지율 1위에 오른 극우 성향 영국개혁당은 곧바로 공세에 나섰다.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전당대회 연설에서 “노동당 내 심각한 균열로 조기 총선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음 총선에서는 우리가 집권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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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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