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프리즈 서울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돌며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
국내 최대 미술 장터가 불황 속에서도 예상 밖 성과를 거두며 막을 내렸다.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6일과 7일 하루 간격으로 폐막했다. 프리즈는 나흘간 48국에서 7만여 명이 찾았고, 키아프는 5일간 8만2000여 명이 다녀갔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영국 테이트 모던, 구겐하임 아부다비 등 160개 이상의 세계 유수 미술관 및 기관 관계자들이 방한해 프리즈·키아프 현장과 장외 전시를 관람했다.
서울 코엑스에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공동 개막한 3일 하우저앤드워스 갤러리가 프리즈에 내놓은 마크 브래드퍼드의 3점 연작 ‘Okay, then I apologize’(2025)를 관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날 450만달러(약 62억6000만원)에 판매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브래드퍼드가 이번 프리즈를 위해 제작한 신작이다. 맨 오른쪽 작품은 조지 콘도의 ‘Purple Sunshine’으로 17억원에 팔렸다. /고운호 기자 |
미술 시장 불황 등의 여파로 초고가 작품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팔리기 쉬운 작품들이 출품돼 고루 팔렸다. 개막 첫날 하우저앤드워스 갤러리가 내놓은 마크 브래드퍼드의 회화가 62억6000만원에 팔리며 프리즈 서울에서 역대 단일 작품 최고 판매가를 기록했다. 타데우스 로팍과 화이트큐브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회화를 각각 29억원과 21억원에 팔았고, 스프루스 마거스는 조지 콘도의 회화를 약 25억원에 판매했다. 타데우스 로팍 창립자인 타데우스 로팍은 “그 어느 해보다 진지한 컬렉터들이 집중적으로 참여해 에너지와 매매 속도가 뚜렷하게 올랐다”며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 태국, 미국, 유럽의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판매했다”고 말했다.
프리즈 서울에서 인기를 끌었던 ‘PARK SEO-BO X LG OLED TV: 자연에서 빌려온 색(色)’ 특별전. /고운호 기자 |
국내 갤러리와 한국 작가들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학고재는 김환기의 유화 ‘구름과 달’을 20억원에 판매했고, 국제갤러리는 박서보, 하종현 등의 작품을 30여 점 이상 판매했다. 안혜령 리안 갤러리 대표는 “작년에 비해 신규 컬렉터들의 방문이 늘어나 판매가 증가했다”고 했다.
프리즈 서울에선 단색화 거장 박서보 작품을 재해석한 전시도 인기를 끌었다. 특별전 ‘PARK SEO-BO X LG OLED TV: 자연에서 빌려온 색(色)’은 박서보 작품 속 총천연색을 투명 올레드 TV로 생생하게 재현해 관람 인파가 몰렸다.
지난 3일 키아프 서울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돌며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
키아프 서울은 고가에서 중저가 작품까지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며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특히 관람 환경이 개선되고 작품 수준이 높아지는 등 프리즈와의 체급 차가 줄고 있다는 평이 쏟아졌다. 키아프 관계자는 “첫날인 3일 VIP 프리뷰에 9600명이 방문해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며 “아시아 컬렉터와 2030대의 참여가 두드러지며 현대미술 시장의 저변 확대와 함께 새로운 컬렉터층이 형성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장은 “젊은 세대의 적극적 참여가 고무적이었다. 20~30대가 미술을 가까이 경험하고 수집에 눈을 뜨는 과정은 미래 미술시장을 지탱할 중요한 움직임이라 본다”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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