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 전 할아버지보다 대우받은 김정은
'안러경중' 확인, 국제사회서 높아진 위상
정부, 김정은의 '군사 모험주의' 주시해야
'안러경중' 확인, 국제사회서 높아진 위상
정부, 김정은의 '군사 모험주의' 주시해야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일 오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이에 대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북한 외교의 최대 만조기(滿潮期)다. 북·중·러 정상이 뎬안먼 망루에 오른 것은 66년 만이다. 다자외교에 데뷔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만감이 교차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1959년 중국 건국 10주년을 맞아 마오쩌둥과 망루에 올랐을 때의 의전은 베트남의 호찌민 서기보다도 낮았다.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왼쪽에 도열하는 최고 의전을 받았다. 중국의 대국굴기 힘자랑 행사에서 공동주연 역할을 수행하며 몸값을 충분히 불렸다.
평양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유엔 대북제재와 외교적 고립을 텐안먼 행사 참가로 일거에 날려버렸다. ‘신의 한 수’로 표현되는 김정은의 다자외교 데뷔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북한의 정상국가 이미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한 ‘냉혈한’에서 스트롱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플레이어’가 됐다. 4박 5일의 역대 최장기 방중 일정은 명백하게 남는 장사였다.
시 주석은 전승절 행사 마지막 일정으로 6년 만에 김정은과의 양자회담과 만찬으로 화답했다. 최고 의전으로 반미 사회의주 연대의 이미지를 세계에 과시한 만큼 전략적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경제협력을 논의했다. 평양은 제재를 무시한 무역 확대, 근로자 파견, 원산관광지구 중국 관광객 유치 등 먹고사는 문제도 확실히 챙겼다. 북·중 정상은 운명공동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전략적 소통을 강조했다. 조만간 트럼프와 정상회담을 해야 하는 시진핑과 김정은이 공동 대응책도 논의했다.
김정은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양자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과 희생을 거론하며 보상 청구서를 내밀었다. 리무진에 푸틴과 탑승하며 양국 연대를 국제적으로 과시했다. 국제안보는 러시아와 확실한 군사동맹으로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평양은 유엔의 다자플랫폼에서 제재 해제를 주장하며 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과 협력하는 ‘안러경중’의 정책에 방점을 찍었다.
북한 비핵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유엔 대북제재는 안보리 상임이사국 중·러의 소극적 입장으로 유야무야될 것이다. 지난해 선언한 대로 북한은 핵 포기 대상이 아니라 핵군축 협상의 주체가 됐다. 평양은 하노이 노딜과 같은 굴욕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며 협상에 올인하는 트럼프를 압박할 것이다.
연내 노벨평화상 수상에 여념이 없는 트럼프 미 대통령은 10월 말 경주 APEC 회담 이후 비핵화 문턱을 확 낮추고 뉴욕 채널을 통해서 미북 정상회담 성사에 주력할 것이다. 김정은은 시진핑과 푸틴을 등에 업고 '갑'의 위치에서 트럼프에게 상당한 양보를 요구할 것이다. '북중러 대 한미일' 대결 구도의 신냉전은 그에게 불리하지 않은 국제정세다.
하지만 외교가 모든 내치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추가 파병과 인명 피해는 민심을 흔들 수도 있다. 기하급수적인 핵무기 생산과 신형 ICBM 개발이 북한 체제의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다자외교 무대에 등장하고 12살 딸 아이 김주애를 동반하며 지도자가 양복을 입었다고 정상국가가 되지는 않는다. 소수 지배층을 위한 체제, 군사 우선주의, 인민 무시 통치가 언제가 벽에 부딪히는 것은 동서고금에서 빈번하다.
하여튼 우리 외교에 경고등이 울렸다. 정부는 김정은의 군사 모험주의를 예의 주시하고 APEC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한중관계도 관리하는 스마트한 외교로 높은 파고를 넘어야 한다. 한반도 북측의 냉기가 내려오기 시작하는 가을이다. 내치 못지않게 외치도 예의 주시해야 할 것 같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 전 민주평통 사무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