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흥미진진한 언더독의 반란 [편집장 레터]

‘언더독(약자)의 반란’ 스토리는 언제나 흥미진진합니다. JB우리캐피탈 스토리가 딱 그런 이야기입니다(p.18~19). JB금융그룹 계열사인 JB우리캐피탈이 올해 상반기 순이익 1317억원으로 기존 1위 KB캐피탈(1241억원)을 앞지르며 금융지주 계열 캐피털사 중 1위에 올랐죠. JB우리캐피탈 성공 스토리 뒤에는 두 사람 이름이 따라옵니다. 2021년 JB우리캐피탈 지휘봉을 잡은 박춘원 대표와 박 대표를 영입한 JB금융지주 김기홍 회장입니다.

2019년부터 JB금융지주 회장을 맡아 JB금융지주를 탄탄한 강소금융그룹으로 만든 김 회장은 성과를 인정받아 올 초 3연임에 성공했습니다. 회장 취임 직후부터 고수익 자산 중심으로 JB우리캐피탈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는 작업에 몰두했던 김 회장은, JB우리캐피탈을 맡아줄 인재가 필요하다는 생각 아래 당시 아주캐피탈 대표였던 박 대표에게 만남을 요청합니다. 잘나가는 상위 캐피털사 대표가 순위가 한참 아래인 작은 캐피털사 관계자를 굳이 만날 일이 없겠죠. 몇 번 고사하던 박 대표는 김 회장을 만난 후 생각을 바꿔 JB우리캐피탈호에 승선합니다.

작금의 JB우리캐피탈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 시작은 신차할부금융에서 중고차할부금융으로 과감하게 방향을 튼 결정입니다. 신차할부금융은 경쟁이 치열하고 무엇보다 마진이 박합니다. 마진 좋은 중고차할부금융을 왜 안 하냐 했더니 “연체율이 높아서 안 된다”는 답을 들었다죠. 연체율이 높더라도 연체율로 인한 손해가 금리로 인한 이익보다 적으면 남는 장사인데 왜 안 할까 하며 알아보니 두 부문이 완전 다른 영역이었습니다. 신차할부금융은 자동차 회사만 상대하면 되고 나름 폼나는 일인데, 중고차 딜러를 상대하는 중고차할부금융은 상대적으로 험한 일이라는 인식이 있었죠. 중고차할부금융을 하자 하니 직원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대단했다네요. 결국 불시에 주요 임원을 모두 물갈이하는 인사를 단행한 후에야 중고차할부금융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렵게 시작을 하고 나서도 중고차할부금융 영업을 거부하는 직원이 많아 가시밭길이었다죠. 과장급 이하 젊은 직원 중심으로 확실한 인센티브를 보장하며 조직을 이끌어갔고, 그렇게 변화의 물꼬가 만들어졌습니다. 김기홍 회장은 “그 와중에 인사에 불만을 가진 직원들이 금감원에 투서를 보내 소명하느라 맘고생도 많이 했다”고 들려줍니다. 중고차할부금융이 안착한 후에는 수익성 높은 기업·투자금융 자산을 대대적으로 늘렸고 그렇게 지금의 성과를 일궈냈죠.

JB우리캐피탈은 이제 시즌2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달랑 290억원에 인수한 KB부코핀파이낸스를 기반으로 이번에는 인도네시아 성공 스토리를 써보겠다는 포부입니다. 바이크를 구입해 자사 AI 플랫폼을 장착하고 그랩에 납품하는 업체 에이젠과 손잡고 에이젠에 바이크 구입 자금을 중금리로 대출해주는 모델입니다. 그랩이라는 든든한 고객이 있음에도 자본금이 적어 고생하던 에이젠은 걱정 없이 바이크를 구입할 수 있게 됐고, JB는 확실한 대출처를 만든 셈이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모델이죠. JB우리캐피탈 언더독의 반란이 어디까지 갈지 몹시도 궁금해집니다.

[김소연 편집장 kim.so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26호 (2025.09.10~09.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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