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미국과 관세협상을 마무리한 지금이 퇴진 적절"
자민당 분열 막으려는 선택…야당에선 "이미 늦은 결정"
5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쿄 총리관저에서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중 위쪽을 쳐다보고 있다./로이터=뉴스1 |
국민 여론은 호조됐지만 7월 참의원 선거 패배에 책임지라는 당내 압박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한 결정이지만,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사임으로 일본 정계가 또 다시 정치적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자민당은 곧바로 총재 선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시바 총리는 7일 늦은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기 총재 선거 요구 절차는 필요 없어졌다"며 "새로운 (자민당) 총재를 뽑는 절차를 시작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지금이 적절한 퇴진 시기"라며 "후진에게 길을 양보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용퇴 결정에 앞선 '이시바의 대외 미션'은 마무리된 셈이다. 이시바는 지난 2일 자신의 퇴진에 관해 "지위에 연연하는 게 전혀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면서 적절한 시기에 확실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6일 늦은 오후 총리 관저를 찾은 스가 요시히데 당 부총재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의 조기 사임 촉구도 이시바의 사임 결정에 결정적이었다. 자민당은 8일 당 소속 의원 295명과 광역지자체 지부 대표 47명 등 총 342명을 대상으로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었다.
이시바 내각의 한 간부는 NHK에 "사임으로 당의 분열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오가와 준야 간사장은 "사임은 이미 늦었다"고 밝혔다. 국민민주당 대표 타마키 유이치로도 "더 빨리 그만둬야 했다. 자민당에 더 이상의 정치 공백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총재 선거 다섯번째 도전 끝에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에 선출됐다. 그해 10월 제102대 총리로 취임하며 이시바 내각이 출범했지만 취임 불과 8일 만에 중의원 해산에 나섰다. 취임부터 해산까지의 기간은 전후 최단 기록이 됐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와 올해 7월 참의원 선거는 모두 참패로 끝나 자민당·공명당 양당이 과반수를 밑돌았다. 양당의 과반수 붕괴는 2009년 이후 처음이었다.
이후 이시바 총리는 국정에 차질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며 총리직을 이어나갔고, 트럼프 행정부와 미일 무역협상에서 합의해 자동차 등의 관세를 낮추는데 성공했다. 지난달 NHK 여론조사에서는 이시바 총리의 재임에 대한 찬반설문에서 '찬성'이 '반대'를 앞섰고 언론 각사의 조사에서도 임기를 이어가는데 대한 지지가 반대보다 높게 나왔다. 그러나 이미 '당심'을 잃은 터였다.
이시바 총리의 사임으로 자민당은 총재 경선에 돌입한다. 의원 내각제인 일본은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지만, 이시바 총리가 취임한 이후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여소야대 구도로, 여당 연합이 양원에서 과반석을 잃은터라 자민당 총재가 총리직을 맡는다는 보장은 없다. 차기 총리로는 극우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상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거론된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 등도 언급된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이영민 기자 letsw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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