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MT문고]-'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
'예술적인 사람'은 멋진 말이지만,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타이틀은 아니다. 특히 현대미술을 잘 아는 사람이 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주기적으로 전시를 보러 가야 하고 대형 아트페어에 가장 먼저 줄을 서야 하며 난해한 작품들의 이름과 작가를 줄줄 읊어야 한다. 이해가 안 가는 작품을 잘 아는 척하는 것도 필수다. 집에 기괴한 작품이 두어 점 걸려 있으면 최고다.
미국의 유명 저널리스트 비앙카 보스커는 콧대 높은 미술이 왜 중요한지 알기 위해 '스파이'가 됐다. 그녀는 냉소적인 대중들에게 사기극이라고까지 불리는 미술의 본질을 알리기 위해 유망 갤러리와 아트페어, 예술가들의 작업실에 잠입했다. 그 과정에서 이들과 다투거나 우호적인 동료 관계를 맺고, 수많은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 사실들을 캐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몇 차례나 읽더라도 미술계가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다. 저자 역시 똑같은 말을 거듭해 반복하고 있다. 미술계는 오만과 편견으로 가득찬 배타적인 용광로 같은 존재다. 자신들을 파헤치려는 저자의 취재에 부정적으로 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들이 정보를 독점하고 아무나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미술계의 신념은 철저히 대중성과 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미술계에 대한 알려지지 않은 정보들이 재미있다. 가격 결정과 관련된 부분이 대표적이다. 미술 애호가가 아니라면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십억원~수백억원의 가격표는 원가로 책정되는 것이 아니다. 작가의 급수를 먼저 따진다. 그리고 비슷한 등급의 작가들이 파는 작품을 확인한다. 개인전이나 대형 미술관에 입성했다면 가격을 더 올린다. 이 금액을 갤러리와 작가가 업계 표준대로 반씩 나눈다.
저자는 엉덩이를 노출하는 퍼포먼스 아티스트나 속옷 차림으로 활보하는 예술가, 마약에 찌든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이 예술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저자 자신도 모르기 때문에 정답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독자의 판단에 도움이 될 만한 근거들은 넘치도록 건넨다. 예술의 눈을 갖는 방법이나 훌륭한 예술품을 찾아냈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도 흥미롭다.
미술계를 파헤친다는 의도로 잠입했지만 너무 깊게 빠져들다 보니 저자도 예술가들처럼 선민의식을 갖게 됐다는 느낌을 주는 대목이 있다. PC(정치적 올바름)나 페미니즘, 오리엔탈리즘 등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소수의 백인 남성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단언은 거부감이 들게 한다. 마약과 문란한 성관계, 사재기 등 잘못된 행위를 관행으로 치부하는 곳도 눈에 띈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논픽션 '코르크 도크'로 유명세를 얻은 미국의 저널리스트다. 전문 기자 협회, 뉴욕 프레스 클럽 등 기자들의 모임에서 잇따라 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미국의 월간 종합지 '애틀린틱'의 기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미술관에 스파이가 있다, 알에이치케이코리아, 2만 3000원.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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