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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은 커녕 머리도 제대로 못감아”···‘극한 가뭄’에 고통 커지는 강릉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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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제한급수’ 아파트 가보니
“언제 물 끊길지 몰라 너무 불안”
일각선 ‘단기 전학·이사’ 고려도
7일 강원 강릉시 내곡동의 한 아파트 욕실에서 주민이 양치질을 하기 위해 대야 등에 담아 둔 물을 푸고 있다. 최승현 기자

7일 강원 강릉시 내곡동의 한 아파트 욕실에서 주민이 양치질을 하기 위해 대야 등에 담아 둔 물을 푸고 있다. 최승현 기자


“눈. 코, 입 부근만 간단히 닦는 고양이 세수가 이젠 일상이 됐어요. 열대야까지 반복되는데도 목욕은 물론 머리 감기도 자제하고 있는데, 수돗물이 언제 끊길지 몰라 너무 불안합니다.”

7일 오후 강원 강릉시 회산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난 김성연씨(32)는 “어제 한때 모든 세대에 물이 나오지 않아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파트 저수조에 저장하고 있던 물이 40% 이하로 떨어지자 관리사무소에서 예고도 없이 1시간여 동안 단수 조치를 했다가 항의가 이어지자 다시 물을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한 살 배기 아기를 씻기다가 갑자기 물이 끊겨 생수로 겨우 뒷마무리를 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역대 ‘최악의 가뭄’으로 생활용수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릉시는 지난 6일부터 일부 아파트 단지와 대형 숙박업소에 대한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이틀째 물공급이 원활치않으면서 시내 곳곳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릉시 홍제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지난 6일부터 단수가 반복되며 혼란이 빚어졌다. 이 아파트의 60대 입주민은 “어젯밤부터 오늘 오후까지 두 차례에 걸쳐 7~8시간가량 단수가 반복돼 점심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200t급 저수조를 갖춘 교동의 한 아파트에서도 이날 낮 12시 40분쯤부터 2시간여 동안 수돗물 공급이 끊어져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7일 강원 강릉시 왕산대기교차로 인근에 설치된 교통통제소에서 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오봉저수지로 향하는 일반 차량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7일 강원 강릉시 왕산대기교차로 인근에 설치된 교통통제소에서 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오봉저수지로 향하는 일반 차량의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강릉시는 홍제정수장 급수구역 내 100t 이상의 저수조를 보유한 공동주택 123곳(4만5000여 가구)과 대형 숙박시설 10곳 등 124곳의 급수공급 밸브를 모두 잠그고, 차를 이용한 ‘운반급수’를 시행 중이다. 홍제정수장은 강릉지역의 생활용수 87%를 공급하는 대규모 정수시설이다.


당초 각 아파트에서 저수조에 비축한 물이 2∼3일 후 고갈될 것으로 예상하고, 8일 이후 소방차와 급수차 등을 동원해 물이 떨어진 곳에 운반급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미리 저수조에 물을 충분히 담아두지 못한 아파트에서 이틀 연속 단수 사태가 빚어지면서 항의가 이어지자 급수공급 밸브를 한시적으로 다시 열기도 했다.

시민들은 특히 단수 시점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다.

내곡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최유연씨(29)는 “수돗물 공급이 언제 끊길지 몰라 집 안에 있는 양동이와 대야 등을 모두 욕실로 옮겨 물을 받아 놓고 조금씩 덜어 사용하고 있다”라며 “자치단체에서 제한급수와 관련한 세부 계획을 미리 공지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 땜질식 처방만 이어가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라고 했다.


강릉지역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제한 급수 조치 전후로 단기 이사나 전학을 고려하고 있다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한 학부모는 “타지역 교환학생 신청이라도 해야 하나 싶다”며 “아이들은 땀도 많고 활동량이 많아 어른들보다 자주 씻어야 하는데도 이를 하지 못해 땀띠까지 나고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목욕비와 빨래비, 기름값까지 지출이 늘어난다” “언제까지 원정 빨래를 다녀야 하나” 등 불편호소글도 줄을 이었다.

지역 경제도 타격을 입고 있다. 한 상인은 “화장실 이용 문제 등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힘들어 매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제한급수가 장기화하면 지역 경기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7일 강원 강릉시 동해대로에 있는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제한급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승현 기자

7일 강원 강릉시 동해대로에 있는 한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제한급수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승현 기자


가뭄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강릉지역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전날보다 0.3%포인트 떨어진 12.6%를 기록했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듯 육·해·공의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급수지원에 나섰는데도 이렇다.

강릉시는 이날 군부대 차량 400대를 비롯해 해군·해경 함정 2대, 육군 헬기 5대, 지자체·민간 장비 45대 등을 투입해 약 3만t의 물을 오봉저수지와 홍제정수장 등에 공급하는 등 상수원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청은 이날 ‘2차 국가 소방동원령’을 발령, 부산·대구·대전·울산·세종·전북 등지에서 물 1만ℓ를 실을 수 있는 물탱크차 20대를 추가 동원해 물공급을 지원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강릉시를 제외한 17개 시·군에서 급수차 100대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고, 환경부와 협력해 평창 도암댐 용수를 사용하는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서울 서초·성북·송파·은평구 등 타 지자체들도 생수나 급수차 지원에 나서고 있다.

강릉시는 18만 명가량의 시민들에게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면 시간제·격일제 제한급수를 시행할 방침이다. 1단계 시간제 제한급수가 시행되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급수가 제한된다. 2단계로 상향조정되면 격일 제한급수를 시행한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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