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 내 구금 한국인 건강 점검…“조속 석방 최우선”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 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미국 조지아주에서 대규모 불법 체류 단속으로 한국인 수백명이 구금된 가운데 한국 정부가 현장 대응을 강화하며 본격적인 영사 면담에 나섰다. 외교부는 신속한 석방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수감자들의 건강과 인도적 권익 보장을 위해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현장대책반에 따르면 주애틀랜타 총영사관 소속 영사가 7일 조지아주 포크스턴에 있는 이민세관단속국(ICE) 구치소를 찾아 수감된 한국인들을 면담했다. 현장대책반 관계자는 “영사 면담에서는 기본적으로 인도적 문제나 불편함이 없는지 확인하고,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 측에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포크스턴 구치소에는 지난 4일 서배너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된 한국인 300여명 중 상당수가 수용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서배너 현지에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를 반장으로 한 현장대책반을 설치하고 대응을 총괄하고 있다. 조 총영사는 이날 직접 구치소를 방문해 시설 운영자 측과 면담했다. 그는 면담 후 현장 취재진에게 “우리 국민이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해 달라고 요청했고 실무진과 가능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담당 영사가 수감자 전원을 당일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8일부터 면담을 재개해 전원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총영사는 “오늘 일부 수감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했고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구금자가 지내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 끝까지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석방 시기에 대해서는 “현재로써는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장대책반은 구금된 한국인 전원을 최대한 신속하게 면담해 건강 문제 여부와 필요한 지원 사항을 확인할 방침이다. 또한 수감자들에게 필요한 의약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미국 당국에 협조를 요청하고 면회와 통신 보장을 위해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이민 당국은 불법 체류 등의 혐의로 체포된 인원들의 체류 자격을 조사하고 있으며 향후 처분이 결정되기 전까지 구금시설에 수용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한·미 간 외교적 마찰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국민 보호와 함께 대미 투자 기업의 정상적인 활동 보장을 위해 외교 채널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주미대사관과 주애틀랜타 총영사관을 중심으로 사안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단속과 관련해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다. ICE는 자기 일을 했을 뿐”이라며 단속을 정당화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잘 지내고 싶지만 여전히 불법 체류자가 많다.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내 강경한 이민 정책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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