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4년만에 다시 저울질하고 있다. CPTPP 가입국인 12개국에 대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준하는 시장 개방이 가능한 만큼 수출 시장 다변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조업 수출과 생산, 소비자 후생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는 이미 확인된 상태지만 농산물 시장 개방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한국은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2021년 CPTPP 가입 검토 방침을 처음 공식화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피해를 우려한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국회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 등 관련 논의가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4년 만에 CPTPP 가입 논의 재점화
지난 3일 정부는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열린 경제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미 관세 협상 후속 지원 대책’에서 “유사 입장국 간 경제동맹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한 CPTPP 가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한국은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2021년 CPTPP 가입 검토 방침을 처음 공식화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피해를 우려한 농민들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국회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 등 관련 논의가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구윤철 걍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번 정부 발표는 4년만에 CPTPP 가입에 관한 국내 의견 수렴 절차를 공식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021년 이후 (가입) 검토는 지속된 정부의 입장”이라며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나온 시점에서 (CPTPP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결성해 2018년 출범한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해 12월 영국이 추가로 가입하면서 현재 회원국은 일본,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 칠레,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 총 12개국이다. 미국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가입해 힘을 실었지만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탈퇴를 결정하면서 일본 등의 주도로 CPTPP가 재발효 됐다.
CPTPP는 자유무역질서가 약화되고 자국 중심의 무역 정책 기조가 강화되는 가운데 경제블록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통행’ 무역정책에 유럽연합(EU)도 CPTPP 가입에 관심을 보이고있는 상태다. EU까지 합류하게 되면 CPTPP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30%를 포괄하는 거대 무역 블록으로 커지게 된다.
韓 GDP 0.38%P 늘고 순수출도 9조원 순증
CPTPP 가입을 통해 한국이 거둘 수 있는 경제 기대 효과도 어느정도 분석이 끝난 상태다. 정부는 CPTPP 가입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을 토대로 한국의 실질 GDP가 최대 0.38%포인트 늘어날 것이란 기대를 내놨다.정부가 2021년 처음 CPTPP 가입 검토를 공식화 할 당시에도 상당한 경제효과를 누릴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GPTPP 가입시 실질 GDP가 0.33%~0.35% 늘고, 소비자후생이 3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봤다. 산업연구원도 제조업 순수출이 6~9억달러 늘고, 제조업 생산이 1.18~1.82조원 증가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국의 수출 시장도 다변화하는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은 중국(19.5%), 미국(18.7%) 등 미·중 양국의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올해 상반기 기준 한국의 대(對)미 수출액은 전년대비 3.3% 줄었고, 미·중 갈등 격화에 대(對)중국 수출도 같은기간 4.6% 감소했다.
CPTPP는 일반적인 FTA보다 높은 시장 개방 수준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하면 FTA가 체결되지 않은 멕시코와 일본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우리나라와 FTA를 맺은 호주, 캐나다, 베트남 등 기존 회원국들과의 관계를 ‘업그레이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지난 7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보고서에서 “CPTPP는 회원국 간 개방도가 높아 미·중 무역 의존도를 완화하고 공급망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 요구 등 과제도 산적
경제효과는 크지만 넘어야할 과제가 만만치는 않다.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도 모두 CPTPP 가입을 검토했지만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우선 농업계의 동의를 끌어내야 하는 것이 숙제다. 농산물과 축산물 관세가 낮아지면 낙농강국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으로부터 값싼 농축산물이 국내로 대량 수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농업생산이 853억원에서 4400억원 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가입의 열쇠를 일본이 쥐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새 회원국의 CPTPP 가입은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방식으로 결정되는데, 지금까지는 CPTPP를 주도하는 일본이 한국의 가입을 반대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특히 일본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제한 조치를 해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워낙 민감한 분야여서 해제가 쉽지 않다는 게 그동안의 정부 기조다.
산업부 관계자는 “2021년 가입 추진 당시에는 한일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한일 관계 분위기가 많이 바뀐 상황”이라며 “국내 농수산 품목에 대한 민감한 문제도 있고, 대외적 상황도 너무 급격히 변화하고 있어 지금 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국익 실익이 되는 측면에서 전략적 검토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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