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부가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착공한다. 이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수도권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파는 대신 직접 사업 시행자로 나서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새로운 신도시를 짓는 대신 기존 2·3기 신도시 내 상업용지 등 비(非)주택용지에 아파트를 짓는 방안도 추진된다.
서울 도심 지역의 주택 공급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 용적률 특례 확대도 검토된다. 강남, 강서 등 서울 주요 입지에 있는 공공임대주택도 전면 재건축해 중산층도 입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으로 고밀도 개발한다.
정부는 7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공급 대책이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뉴스1 |
서울 등 수도권의 과거 3년 평균 주택 착공 실적은 15만8000가구로 적정 공급 수준인 25만가구보다 약 10만가구가 부족하다. 착공 부진에 따른 입주 물량 감소로 수도권 지역에서는 주택 수급 불균형이 지속되면서 집값 불안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5년간 매년 27만가구, 총 135만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계획보다 56만가구 순증한 수치다. 이번 공급 규모의 기준은 착공이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공급 기준을 착공으로 설정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는 수도권 주택 부족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특단의 공급 조치’를 마련했다”며 “(주택 착공 규모는) 연평균 27만가구로 1기 신도시가 매년 만들어지는 것과 맞먹는 규모”라고 말했다. 이어 김 장관은 “주택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공 부문의 역할을 확대하고 이행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LH, ‘땅 장사’ 안 한다…직접 시행으로 6만가구 공급
LH는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판매하는 대신 직접 시행에 나서 5년간 6만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기존에는 LH가 보유한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가 사서 주택을 공급했다. 이 방식은 부동산 시장 불황기에 민간 건설사의 주택 공급이 지연 또는 중단된다는 문제가 있다.
LH 사옥. /뉴스1 |
LH가 직접 시행하는 사업은 민간 건설사가 설계·시공 등을 전담하는 ‘도급형 민간참여’ 방식으로 진행된다. LH가 택지를 제공하면 민간이 자금조달부터 설계·시공을 전담하는 것이다. 아파트 브랜드는 사업에 참여한 민간 건설사의 브랜드를 사용한다.
국토부는 LH 개혁위원회의 논의를 토대로 구체적인 공급 계획과 공급 유형, 자금조달 방안을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이상경 국토부 제1차관은 “과거 경기도 기본주택처럼 중산층이 입주할 수 있는 형태의 임대주택을 생각하고 있다”며 “LH가 공급한다고 해서 주택 품질이 낮거나 소형 위주의 주택이 아니고 다양한 유형의 주택이 공급될 것”이라고 했다.
LH가 소유한 비주택 용지를 용도 전환해 공공주택을 짓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수도권에 5년간 1만5000가구+α를 공급한다. 정부는 LH가 소유한 비주택 용지의 용도와 기능을 정례적으로 심의·재조정하는 ‘공공택지 재구조화’ 제도를 도입해 장기 미사용·과다 계획 토지의 용도를 전환한다. 현재 LH가 2·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개발지구에 소유한 상업용 등 비주택용지는 1950만㎡다. 이는 신도시 6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토교통부 제공 |
기존 공공택지 사업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정부는 택지사업 단계별로 맞춤형 조기화 전략을 세워 전체 사업 기간을 2년 이상 단축한다. 이렇게 수도권 공공택지를 활용하면 2030년까지 37만2000가구의 주택 착공이 가능할 전망이다.
◇강남 등 공공임대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 최대 3년 단축
정부는 서울 주택 공급 확대가 집값 안정화의 열쇠인 만큼 도심 내 노후시설과 유휴부지 등을 활용한다. 강남과 강서, 노원 등의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한다. 공공임대아파트를 종상향해 추가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확보해 고밀도 개발한다.
이를 통해 약 2만3000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는 기존 물량의 경우 통합공공임대로 재공급하고 늘어난 물량은 임대·분양으로 활용한다.
노후화되거나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는 공공청사나 국공유지는 ‘노후 공공청사 등 복합개발 특별법’을 제정해 정비를 의무화한다. 국토부가 직접 건설사업을 승인해 5년간 2만8000가구를 공급한다. 학교용지 활용을 통해서도 3000가구 이상의 주택을 짓는다. 특히 서울 도심 내 유휴부지를 주택 공급에 활용한다. 서울 도봉구 성균관대 야구장(1800가구), 송파구 위례업무용지(1000가구), 서초구 한국교육개발원(700가구), 강서구 기존시설 이전부지(558가구)가 대상지다.
7일 서울 도봉구 성균관대 야구장의 모습. 정부가 이날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이곳에 1800세대가 공급된다. /뉴스1 |
정부는 그간 추진력 확보가 어려웠던 공공 도심복합사업의 일몰을 폐지하고 용적률 1.4배 완화 규정을 기존 역세권에서 저층주거지 유형까지 확대한다. 이를 통해 5만가구를 수도권에 공급한다.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은 주민제안방식을 전면 도입하고 사업절차를 개선해 6만3000가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규제가 완화된다. 공공 재개발·재건축은 용적률 인센티브 등을 통해 사업을 활성화한다.
민간 정비 사업의 경우 절차 개선을 통해 사업 기간을 최대 3년 단축한다. 사업성 개선을 위한 용적률 인센티브를 검토한다. 특히 공사비 갈등으로 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국토부 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통합분쟁위원회를 신설하고 산하에 도시분쟁위원회를 만들어 공사비 분쟁 조정 권한을 부여한다. 정비 사업을 통해 향후 5년간 23만4000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비 사업의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유지된다.
◇대출 규제로 수요 억제…부동산 시장 감독 조직 신설
정부는 주택 시장의 수요를 제한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지역 내 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축소하고 유주택자의 전세대출을 2억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규제도 시행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
부동산 시장의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부동산 범죄를 조사·수사할 수 있는 조직도 신설된다. 국토부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세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하는 조직은 기획부동산, 허위매물 등을 처벌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이 기존 지자체장에서 국토부 장관으로 확대된다. 투기수요 유입에 따른 주택시장 과열에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 차관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등 현 토허구역의 시장 불안이 마포·성동구 등으로 가는 양상이지만, 아직 시장 상황을 충분히 모니터링 할 여력이 있다”면서 “규제 지역 지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유진 기자(bridg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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