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당국이 한국 대기업 공장을 단속하도록 한 제보자라고 주장한 조지아주 12선거구 공화당 연방 하원후보 토리 브래넘. /브래넘 페이스북 |
미국 이민 당국이 조지아주 한국 대기업 공장을 단속하도록 한 제보자임을 주장하는 정치인 토리 브래넘이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브래넘은 소총 사진을 올리며 “두렵지 않다”고 대응했으나, 갈수록 비난이 거세지자 가족 사진을 모두 삭제했고, 딸까지 나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브래넘은 5일 미국 롤링스톤과의 인터뷰에서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신고했다며 “기분이 좋다.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해병대 총기 교관 출신이자 조지아주 12선거구에서 공화당의 연방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다.
토리 브래넘은 미 해병대 교관 출신이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다. /토리 브래넘 페이스북 |
브래넘은 오래전부터 한국 기업의 공장에서 불법 체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트럼프에게 투표한 이유가 바로 불법 체류자를 대거 추방하기 위해서였다”며 “그리고 내가 원했던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브래넘은 현대차 공장을 ICE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협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페이스북 메시지가 증오로 가득 차 있다”면서도 “나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롤링스톤에 따르면, 브래넘은 이날 오후 침대에 누워 개조된 소총을 든 자신의 사진을 올리며 “내 메시지함에 뭐라고 썼는지 궁금하네”라고 적었다.
하지만 파장은 이어졌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민 당국이 현장 직원의 두 손을 케이블 타이로 묶고 연행하거나 한국인들을 줄 세우고 가방을 수색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도 “체포된 사람들은 범죄 전력 없는 한·미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이다. 누가 미국에 공장을 세우고 싶어 하겠나” “얼마나 멍청해야 백인 우월주의나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증오 때문에 한국과의 수십억 달러 규모 계약을 망칠 수 있는 거냐” “브래넘은 극도의 인종차별주의자”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가 5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단속 현장. /ICE |
브래넘은 6일까지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제 음성사서함에 증오를 쏟아붓고, 반인종주의 강좌에 강제로 등록시키며 생명을 위협한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제가 해병대원들을 사격장에서 훈련시킨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하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이 두렵지 않다”며 “오히려 그 메시지들이 정말 재미있다. 여러분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했다.
그럼에도 브래넘을 향한 공격이 이어지자 그의 딸이 나섰다. 자신을 브래넘의 공식 계정 관리자이자 딸이라고 밝힌 이는 7일 “최근 저희 어머니와 심지어 미성년 자녀들에게까지 혐오적인 행동이 가해졌다”며 “어떤 사람들은 우리 가족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찾아내 괴롭히기까지 했다. 그로 인해 어머니가 수년 동안 자랑스럽게 올려왔던 우리의 사진과 글들을 모두 삭제해야 했다”고 밝혔다.
딸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며 “아동을 겨냥하거나 개인 소셜미디어를 뒤지고, 괴롭히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심각하게 선을 넘는 행위”라고 했다. 이어 “이는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모든 메시지, 댓글, 괴롭힘 사례는 기록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당국에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가 의원에 출마하고, 누군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 강한 의견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은 허용될 수 없다”며 “건설적인 대화는 환영하지만, 미성년자를 겨냥한 공격은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미 이민 당국은 지난 4일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단속을 벌여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한국인이 300여 명으로 파악됐으며 한국 정부는 구금된 이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
앞서 브래넘은 급습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가 이민단속국(ICE)에 이 현장을 보고했다”고 쓰며 이 사실을 자진해서 공개했다. 해당 게시글에서 브래넘은 “지난 몇 달 간 사람들은 이 현장의 문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속삭여 왔다. 마침내 진실을 잡아낸 것”이라면서 “법이 무시 받는 한 나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썼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 지역인 조지아주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줘야 마땅하다고도 덧붙였다.
브래넘은 이후에도 소셜미디어에 이민단속국 급습과 관련한 글과 댓글을 수차례 게시했다. “한국 기반 회사라는 점과 런웨이(사업의 초반 생존기)에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친 것 같다” “한국 언론 두 곳과 통화했더니 그들이 ‘이번 급습으로 외국 국가들이 여전히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할 것이라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미국에서 사업할 수 있는 것은 특권이다”라고도 했다.
브래넘은 내년 11월에 치러질 2026 미 연방하원의원 선거에 조지아주 제12지역구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소속 예비후보다. 그가 열어둔 후원 관련 홈페이지를 보면, 오클라호마 출신의 조지아 주민으로 미 해병대에 복무한 경험이 있다. 스스로 ‘트럼프 정신을 가장 확고하게 계승하는 후보’라고 소개하면서 불법 이민 단속, 총기 규제 반대와 관련한 극단적인 주장들을 내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