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은 대한민국 축구 역사에 여전히 불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지난 2023년 한국 A대표팀을 맡아 1년 가까이 지도했지만, 여러 부분에서 낙제점을 받아 경질된 인물이다. 클린스만이 맡은 기간 대표팀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에 올랐던 유산이 모두 사라졌을 정도로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당시 클린스만호는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 속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노렸으나 4강 진출에 머물렀다. 결과물은 나쁘지 않아 보이지만, 대회 내내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조별리그부터 토너먼트까지 시원한 승리는 찾아볼 수 없었고, 끝내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패해 아시안컵을 끝으로 경질됐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만에 클린스만과 한국 축구가 재회했다. 7일 미국 뉴저지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한국과 미국의 A매치 친선경기가 열렸고, 클린스만이 현장을 찾아 지켜봤다. 이미 전날 등장이 예고됐었다. 클린스만은 경기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가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미국 대표팀 감독을 찾아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클린스만은 미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전력도 있다. 그때도 한국처럼 성과 없이 끝냈다. 미국을 이끄는 동안 내부적으로 잡음이 상당했고, 결국 2018 러시아 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 도중 낙마했다. 당시 미국은 초반 2승 4패의 최악의 출발을 보이자 그를 경질했다. 후임도 클린스만 체제에서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 채 탈락했다.
한국과 미국 양측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실패의 아이콘인 클린스만인데 여전히 표정은 여유가 넘쳤다. 이날 중계 카메라에 잡힌 클린스만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경기를 관전했다. 아쉽게도 아들인 조너선은 결장했다.
클린스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국이 달라진 경기력으로 미국을 잡았다. 자신이 지도할 때만 해도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도 경기 막바지에나 위기를 극복하는 '좀비 축구'로 답답함을 보였던 한국이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홍명보 감독이 시도한 스리백 전술이 조직적인 수비와 빠른 공격 전환을 통해 미국을 적지에서 꺾는 데 성공했다.
전반이 끝나기 전 한 골 더 달아났다. 김진규(전북 현대)부터 시작해 손흥민, 이재성 다시 손흥민을 거치는 연계 플레이를 이동경이 힐킥으로 침착하게 마무리하면서 2-0으로 미국을 꺾었다.
마침내 한국 축구는 클린스만 체제의 그림자를 지워내고, 미국 원정에서 실질적인 승리를 거두며 도약의 기틀을 다졌다. 좀비 축구라는 오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클린스만의 미소는 그 변화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장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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