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해·공 참모총장 첫 과제 '軍 기강 회복'
육군, 열흘 새 두 차례 총기사망 사건
해군 어이없는 해상초계기 추락사고
공군은 포천 오폭사고 이후에도 실책
이재명 정부 軍 수뇌부 물갈이 승부수
내란 척결 필요하지만 기본 회복도 시급
총기 소유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 등 해외 뉴스에서 종종 등장하던 표현이 최근 국내 뉴스에서 자주 다뤄졌습니다. 한 번만 생겨도 섬짓했을 일이, 불과 열흘 사이에 두 차례 벌어진 겁니다. 놀랍고도 안타까운 건, 각각 하사와 대위로 임관 10년 차 미만 초급간부가 군에서 지급한 총기에 의해 숨졌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23일 2군단 예하 15사단에서 총기 사고로 하사가 숨졌고, 지난 2일에는 경북 영천군 소재 3사관학교에서 생도를 지도하던 훈육장교 대위가 대구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문민 국방부 장관 시대가 열리고, 새 정부 첫 각 군 참모총장이 임명된 시점에 벌어진 충격적인 사고에 군 안팎은 뒤숭숭합니다. 특히 두 사고 가운데 최근 발생한 총기 사고는 간부가 영천에서 대구까지 K-2 소총과 실탄을 소지한 채 아무런 제재 없이 이동했다는 점에서 사고 심각성은 더 큽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사고 이튿날 "총기와 탄약의 외부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를 신속히 실시해 관련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총기 탄약 관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로부터 이틀 뒤인 5일엔 아예 ‘군 기강 확립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어 육·해·공군 신임 참모총장들의 보고를 받은 뒤 전군에 “군 기강 확립”을 강조했습니다. 각 군 참모총장 취임 이틀 만의 일로, 이들은 사실상 군 기강을 되돌아보며 임기를 시작하게 된 셈이죠.
실제 최근 사건이 육군에 집중됐을 뿐 올해 전군을 통틀어 믿기 어려운 초대형 사고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지난 3월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 인근에서 벌어진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5월 포항에서 벌어진 해군 해상초계기 추락 사고에 이어, 6월엔 우리 공군의 KF-16 전투기가 알래스카주 공군 기지에서 훈련하던 중 추락하는 사고까지 벌어졌죠. 7월 13일엔 공군의 C-130 수송기가 훈련차 괌으로 이동하던 중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 승인 없이 들어가, 일본 전투기가 출격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12·3 비상계엄에서 6·3 대통령선거로 이어지는 과정에, 국제 정세 또한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는 바람에 관심의 집중도가 떨어졌을 뿐, 사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군 전반의 ‘기본’이 무너진 참담한 일들입니다.
육군, 열흘 새 두 차례 총기사망 사건
해군 어이없는 해상초계기 추락사고
공군은 포천 오폭사고 이후에도 실책
이재명 정부 軍 수뇌부 물갈이 승부수
내란 척결 필요하지만 기본 회복도 시급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5일 국방부 지휘부 회의실에서 군기강 확립 주요지휘관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또, 총기사고 사망.’
총기 소유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 등 해외 뉴스에서 종종 등장하던 표현이 최근 국내 뉴스에서 자주 다뤄졌습니다. 한 번만 생겨도 섬짓했을 일이, 불과 열흘 사이에 두 차례 벌어진 겁니다. 놀랍고도 안타까운 건, 각각 하사와 대위로 임관 10년 차 미만 초급간부가 군에서 지급한 총기에 의해 숨졌다는 점입니다. 지난달 23일 2군단 예하 15사단에서 총기 사고로 하사가 숨졌고, 지난 2일에는 경북 영천군 소재 3사관학교에서 생도를 지도하던 훈육장교 대위가 대구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문민 국방부 장관 시대가 열리고, 새 정부 첫 각 군 참모총장이 임명된 시점에 벌어진 충격적인 사고에 군 안팎은 뒤숭숭합니다. 특히 두 사고 가운데 최근 발생한 총기 사고는 간부가 영천에서 대구까지 K-2 소총과 실탄을 소지한 채 아무런 제재 없이 이동했다는 점에서 사고 심각성은 더 큽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사고 이튿날 "총기와 탄약의 외부 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를 신속히 실시해 관련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고, 총기 탄약 관리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로부터 이틀 뒤인 5일엔 아예 ‘군 기강 확립 주요 지휘관 회의’를 열어 육·해·공군 신임 참모총장들의 보고를 받은 뒤 전군에 “군 기강 확립”을 강조했습니다. 각 군 참모총장 취임 이틀 만의 일로, 이들은 사실상 군 기강을 되돌아보며 임기를 시작하게 된 셈이죠.
실제 최근 사건이 육군에 집중됐을 뿐 올해 전군을 통틀어 믿기 어려운 초대형 사고들이 줄을 이었습니다. 지난 3월 경기 포천시 승진과학화훈련장 인근에서 벌어진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5월 포항에서 벌어진 해군 해상초계기 추락 사고에 이어, 6월엔 우리 공군의 KF-16 전투기가 알래스카주 공군 기지에서 훈련하던 중 추락하는 사고까지 벌어졌죠. 7월 13일엔 공군의 C-130 수송기가 훈련차 괌으로 이동하던 중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에 승인 없이 들어가, 일본 전투기가 출격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12·3 비상계엄에서 6·3 대통령선거로 이어지는 과정에, 국제 정세 또한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는 바람에 관심의 집중도가 떨어졌을 뿐, 사건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군 전반의 ‘기본’이 무너진 참담한 일들입니다.
복합 요인 드러낸 군 사건사고들
3월 6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민가에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공군 KF-16 전투기에서 비정상적으로 투하된 폭탄이 폭발하는 장면이 잡혔다. 연합뉴스 |
군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안 장관을 비롯한 새로운 각 군 지휘관들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엄중히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최근 3사관학교 대위가 숨진 사건은 총기 관리 체계와 더불어 초급간부들의 고통과 고민, 조직 내부의 불합리성 등이 복합된 사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다른 사건들 또한 큰 틀에서 복합 요인이 작용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군사전문기자 출신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우리 군의 초급간부 계층은 붕괴 직전에 이른 심각한 상황으로, 부사관·위관장교 희망전역자 수가 크게 늘었고 이들 계층의 군 의료기관 정신건강 진료 건수 역시 2021년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간의 사건들을 거울삼아)국방부 차원에서 초급간부들의 생활실태, 근무환경, 정신건강 관리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 2021년 상반기 947명이었던 부사관과 위관장교 희망전역은 올해 상반기 2,469명으로 두 배를 훌쩍 넘겼습니다. 전반적으로 군 내부의 충성도 또한 상당히 떨어졌을 것으로 짐작되는 현실입니다.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 출신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최근까지 벌어진 사건들을 보면 장관이든 각 군 총장이든 심각성을 이전과 달리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엄 사무총장은 특히 신임 3군 총장의 취임사를 언급하면서 군 내부 문제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실제 신임 총장들은 2일 국방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전한 포부와 취임사 등에서 군 기강 회복에 중점을 두진 않았습니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은 육군 주도 비상계엄을 의식한 듯 사과와 쇄신 등 변화된 모습을 강조했고, 강동길 해군참모총장은 헌법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복무하고 싶은 해군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정부 정책을 토대로 튼튼한 공군력을 뒷받침하겠다는 데 초점을 뒀습니다.
신뢰받는 군 필수 덕목 '안정'도 잊지 않길
정부가 군 수뇌부 인사를 1일 발표했다. 사진 위는 합참의장에 내정된 진영승 전략사령관, 사진 아래 왼쪽부터 육군총장에 내정된 김규하 미사일전략사령관과 해군총장에 내정된 강동길 합참 군사지원본부장, 공군총장에 내정된 손석락 공군 교육사령관.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각자의 목표 또한 소중하고 중요하지만, 초급간부들이 줄줄이 떠나고 내부의 기본이 무너지는 현실을 다잡지 않으면 언제 또 위험천만한 사고들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최근 안 장관이 총기사고 관련자에 대한 엄중 문책을 예고한 것처럼, 각 군 참모총장들의 명예도 오래 가지 못할 수 있다는 얘기죠. 안 장관은 이날 군 지휘관들에 "사람이 길을 가다 넘어지는 것은 큰 돌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작은 돌에 걸려 넘어지는 것"이라는 뼈 있는 말을 남겼습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소홀했을 때 크게 넘어질 수 있다는 뜻이죠.
이재명 정부는 지난 1일 군 수뇌부 인사에서 4성 장군 7명을 전부 물갈이했습니다. 진영승 합동참모의장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향후 중장, 소장 등 후속 장성 인사 폭 또한 상당할 것이라는 게 군 안팎의 관측입니다. 이 정부 첫 장성 인사의 성패는 그간 벌어졌던 일들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다잡는 데 달린 모습입니다. 쇄신 신호탄을 쐈지만, 안정 역시 '신뢰받는 군'의 필수 덕목이라는 겁니다. 안 장관이 꺼낸 '작은 돌 이론'의 실천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입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