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월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북·중·러 정상들이 중국군 열병식을 참관해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었다. 1959년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김일성 북한주석이 섰던 톈안먼 망루 바로 그곳에서 3국 최고 지도자들이 66년 만에 다시 모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3자 협력의 결속과 미북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돌아온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러시아 푸틴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톈안먼 망루에 오르는 장면은 '반미 삼각연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며 트럼프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를 공식화하며, 나아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립 구도 역시 한층 짙게 만들었다.
이번 만남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삼국 협력체제로 구체화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도 다자회담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만남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66년만에 함께 선 북중러 정상
대북 협상 입지 높아진 김정은
한국, 한미동맹 공백 관리해야
대북 협상 입지 높아진 김정은
한국, 한미동맹 공백 관리해야
김정은(앞줄 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4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9월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북·중·러 정상들이 중국군 열병식을 참관해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었다. 1959년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김일성 북한주석이 섰던 톈안먼 망루 바로 그곳에서 3국 최고 지도자들이 66년 만에 다시 모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3자 협력의 결속과 미북 대화 재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돌아온 상황에서,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러시아 푸틴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톈안먼 망루에 오르는 장면은 '반미 삼각연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며 트럼프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를 공식화하며, 나아가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립 구도 역시 한층 짙게 만들었다.
이번 만남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지, 삼국 협력체제로 구체화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도 다자회담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만남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폐쇄적인 북한 정권의 성격을 감안하면 2012년 집권 후 다자회의에 처음 참가한 의도는 뭘까. 첫째, 푸틴과 시진핑 옆에 나란히 선 김정은 모습을 통해 러시아, 중국과 같은 핵보유국 반열에 북한이 들어섰다는 걸 대내외적으로 보이기 위함일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북한 선대지도자들도 이루지 못한 것'임을 선전해 정권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북핵 포기 의사가 없음도 분명히 한 것이다. 둘째,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러 협상이 열리는 상황에서, 대중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에서는 경제적 원조를, 러시아로부터는 군사적 협력을 극대화하기 위함일 것이다. 셋째, 북중러 연대를 모색하여 북한에 집중된 한미일 연합의 압박을 와해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마지막으로, 미북 대화 재개에 대비하여 중러 지도자를 미리 만남으로써, 대미 협상을 유리하게 리셋하려는 속셈도 엿보인다.
미국의 경우 북한과의 대화 재개는 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의지에 달렸다. 트럼프 정부의 외교정책 입안자 대다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후 중국 이슈에 집중하길 원한다. 하지만 내년 중간 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입장에서는 국내적으로 과시할 치적을 원할 수 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으려는 마음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에 비추어 봤을 때, 실패가 자명한 외교적 개입은 꺼릴 수 있다.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에서 진전이 없는 가운데, 북한이 평화협정이나 핵군축 같은 협상판을 제시한다면 트럼프의 시선은 북한으로 쏠릴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북한이 "우리의 핵 정책이 바뀌자면 세상이 변해야 하고, 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 점이 주목을 끄는 이유다.
결론적으로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대북 대화 재개에서 긴 호흡으로 기회를 만들어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새 정부 취임 이후 선제적 조치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환경을 조성하였지만, 북한은 한국 정부를 패싱하고 트럼프 정부와 직접 협상을 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한 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트럼프 정부와의 긴밀한 정책적 협의를 통해 한미동맹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면서 북한과의 대화에 임해야 할 것이다.
엘렌 킴 한미경제연구소(KEI) 학술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