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강원 강릉시 포남2동 주민센터 근처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시민들에게 생수를 나눠주고 있다. 차에 실어 가기 좋도록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생수를 배급했다./장경식 기자 |
지난 4일 오전 경기 양평군 양동면에 있는 지하수 저류댐 공사 현장. 지상에서 아래로 7m까지 땅을 파 만든 댐의 바닥에 설치된 밸브를 열자 지하수가 폭포수처럼 콸콸 쏟아져 나왔다. 이 댐은 하루 1000t의 용량으로 설계됐다. 1000t의 물을 다 써도, 다음 날이면 다시 지하수 1000t을 채울 수 있다는 의미다. 지하수 저류댐은 땅속에서 큰 지하수 물줄기를 가진 대수층을 찾아 지하수를 모아둘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 양동면 주변에는 3개의 하천(단석천·석곡천·계정천)이 흐르지만, 그동안 가뭄이 들면 세 물줄기가 동시에 마르면서 양동면에 거주하는 2292가구 주민들은 생활·농업용수 부족을 겪어야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양동면 지하수 저류댐은 기존 하천수에다 지하수까지 취수원을 다양화해 가뭄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올여름 최악의 강릉 가뭄을 계기로 ‘땅속 물그릇’인 지하수 저류댐이 새로운 치수(治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 지하수 저류댐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2011년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상수도를 깔기 어려운 섬 지역의 상습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천 대이작도, 전남 안마도·보길도를 대상으로 지반 조사를 벌여 대수층을 찾아낸 것을 계기로 지하수 저류댐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이듬해 정부가 지하수법을 개정해 설치 문턱을 낮췄다.
그러나 지자체들이 자체 예산으로 치수 사업을 벌이는 데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지하 치수 사업은 지지부진했다. 당장 눈에 드러나지 않는 치수 사업에 선출직 지자체장들이 큰돈 쓰는 것을 꺼린 것이다. 주민 수가 적은 섬 지역은 치수 사업에서 더 소외돼갔다. 이에 환경부 주도로 2020년 대이작도, 2021년 안마도, 2023년 보길도 등 섬을 위주로 지하수 저류댐 설치가 이뤄졌다.
그래픽=백형선 |
환경부에 따르면 현재 대수층이 발견돼 지하수 저류댐을 구축할 수 있는 전국의 개발 가능지는 이미 운용 중인 3곳을 포함해 총 86곳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9개를 더 설치할 계획이다. 인천 덕적도, 전남 소안도·청산도 등 섬이 3곳이고, 경기 양평과 충남 청양·보령 등 내륙이 6곳이다.
지하수 저류댐은 일종의 ‘물 보험’의 성격을 가진다. 하천이 메말랐을 때도 쓸 수 있는 물 카드가 되기 때문이다. 올여름 강릉 가뭄이 심각해진 원인으로는 ‘단일 취수원’ 문제가 꼽힌다. 강릉 생활용수의 80%가량을 오봉저수지에만 의존하다 보니, 이 저수지가 말랐을 때 대안이 없었다는 것이다.
강릉에도 2030년까지 연곡면, 남대천, 옥계면에 각각 하루 1만8000t, 8000t, 2000t 용량의 지하수 저류댐 총 3곳이 지어질 예정이다. 이 중 연곡면은 10월 착공해 2027년까지 설치가 마무리되고, 다른 두 곳도 일정을 당겨 내년에는 착공에 들어가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강릉시에 지하수 저류댐 설치가 미리 이뤄졌다면 올해 가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지하수 저류댐은 일반 댐보다 용량이 작고, 대수층이 없으면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또 지하수 물길을 건드리다 보니 지반이 내려앉을까 봐 우려하는 주민들도 있다. 반면 수몰 지역이 없고, 지하수다 보니 오염물질 유입이 적은 데다 햇빛을 보지 않기 때문에 녹조 등 수질이 악화될 염려가 적다는 것은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치수 대책으로 ‘땅 위 물그릇’인 다목적댐과 ‘땅속 물그릇’인 지하수 저류댐을 함께 추진해야 효과가 커진다고 지적한다. 지하수 저류댐의 용량이 작다 보니 그 자체만으로 모든 치수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강근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용량의 물이 필요한 곳에는 대규모의 댐을 만들어 물을 공급하고, 생활용수 등 지역사회에 필요한 물은 기존 하천 인프라에 지하수 저류댐을 더해 가뭄 대비책을 만들어놓는 식으로 치수 대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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