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가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관봉권 띠지 유실 관련 출석한 증인과 관련해 공방을 벌이다 퇴장한 채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
“검사들이 보완수사권을 갖게 되면 수사 범위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어 보완수사 요구권까지도 자제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보도했다가 수사받은 언론사 기자의 국가배상 소송을 대리하는 이창민 변호사가 5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를 열어 검찰권 오·남용 사례와 관련한 증인·참고인을 불러 의견을 청취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린 이번 청문회에서는 검찰의 수사·기소권 오·남용 사례로 윤 전 대통령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언론보도 수사(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 등이 두루 다뤄졌다.
2022년 대선 당시 윤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가 2023년 9월 수사를 받은 언론사 기자의 소송을 대리하는 이창민 변호사는 이날 청문회에서 “검찰은 절차상 명예훼손 수사에 착수할 수 없음에도 수사를 개시했다”고 당시 수사를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은) 윤 전 검사(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만 특정해 압수수색을 비롯해 1년9개월을 수사했고 당사자(기자)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며 “정권 보위 차원의 보복 수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달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수사 등도 검찰권 오·남용 사례로 거론됐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거론하며 “이 사건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울산지검에 있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정권 수사로 키운 사례”라며 “5년이 지난 지금 전원이 무죄가 확정됐으나 피고인들의 인생, 시간, 비용에 대해서는 조금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개혁 대상인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달라고 떠든다”고 비판했다.
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서울 남부지검에서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과 압수수색 증거품인 ‘관봉권’을 관리했던 검찰 수사관들이 출석했다. 건진법사 사건 수사당시 서울 남부지검 1차장 검사였던 이희동 부산고검 검사(오른쪽)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김학의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외압에도 불구하고 성실히 수사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에서 이 사건은 두 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며 “검찰 보완수사라는 명목으로 수사를 진행했는데 동영상 속 김학의의 가르마가 어떠니 영상이 흐리니 하면서 김학의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보완수사는 검찰의 의무”라는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의 전날 발언을 거론하며 “개혁 대상이 개혁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민주당 위원들은 증인과 참고인에게 검찰의 부실·조작 수사 정황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특히 서울남부지검에서 발생한 건진법사의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서울남부지검 수사관 2명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띠지 분실사건은 지난해 12월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관봉권 5천만원의 띠지가 검찰의 압수물 관리 중 사라진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깊이 연관된 전씨와 관련된 핵심 증거물이 사라진 것이어서, 증거 인멸을 위해 검찰이 고의 분실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압수수색물 보관 담당 수사관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수사관 ㄱ씨는 “(띠지를 누가 해체했는지 등 당시 상황이)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ㄱ씨는 “저희는 검사실에서 띠지를 보관하라는 지시가 없으면 보관하지 않고 있다”며 “매일마다 다른 압수물을 봐서 그 압수물만 특별히 기억하긴 조금 어렵다”고 말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띠지가 둘러싸여 왔는지도 기억이 잘 안난다”고 했다. ㄴ 수사관도 “저는 해당 압수물을 본 적도 만진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 ㄱ 수사관이 미리 준비한 답변 참고 자료가 발견되기도 해 “사전에 위증을 모의한 것”(장경태 민주당 의원)이란 지적이 나왔다. 특히 자료 안에 비속어가 적혀 있는 게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의원들이 확인한 ㄱ수사관의 문서에는 ‘남들 다 폐기해 XX들아’, ‘폐기 → 나 몰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ㄱ수사관은 의원들의 추궁에 문구를 직접 적은 사실을 시인하며 “그냥 혼자 연습하다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남들 다 폐기해’라고 썼는데, 남들 다 폐기했듯이 본인도 폐기했다고 인정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ㄱ 수사관은 “제가 폐기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찰개혁 입법 공청회를 “검찰 해체를 위한 입법 청문회”라고 부르며 증인·참고인 채택이 편향됐다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나경원 의원은 “청문회를 빙자해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중지됐지만 관련 증인과 참고인을 불러 이 대통령의 재판을 뒤집으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용민 의원은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도 관여할 목적이 아니면 국회 논의가 가능하다”며 “사고 치고 도망간 사건들에 대해 청문회를 하는 것이고 사고 치고 (법사위로) 도망 온 나 의원은 그렇게 말씀하실 자격이 없다”고 맞받았다.
이날 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던 중 나 의원이 “이건 국회 권한을 넘어서는 일이다”, “이게 바로 나치독재”라고 주장하자, 서영교 의원이 “나씨 독재”라고 응수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가 본격 시작되기 전 퇴장했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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