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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 화재 재연, 10초 만에 800도 치솟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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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연기 15초 만에... 10분 내 완전 진압
불연 소재에 불 안 번지지만 연기 확산 빨라
실험 결과 분석해 위급상황 대처 체계 정비


4일 경기도 고양시 지축차량기지에서 전동차 화재 시연이 열린 가운데 불이 난 전동차 객실에서 승객을 가정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대피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4일 경기도 고양시 지축차량기지에서 전동차 화재 시연이 열린 가운데 불이 난 전동차 객실에서 승객을 가정한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대피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승객 여러분께 관제 센터에서 알려드립니다. 지금 승차하신 열차 5호차에서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손수건이나 옷 등으로 입과 코를 막고 낮은 자세로 해당 칸 앞 또는 뒤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4일 경기 고양시 지축차량기지 지하철 열차 바닥에 소방관이 휘발유 2리터(L)를 뿌리고 불을 붙이자, 화염은 10초 만에 섭씨 800도 가까이 치솟았다. 열차 내부에 새까만 연기가 가득 차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5초뿐. 열·연기 감지 센서로 기관사가 화재를 확인하자 열차 내 승객에게 대피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방화 후 "긴급상황"을 알리는 방송이 나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0초다. 동시에 기관사는 관제센터에 긴급상황을 타전했다.

보고를 받은 관제센터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재차 열차 내부에 대피 안내 방송을 했고, 역내에도 같은 안내 방송을 내보냈다. 지하철 화재 사고의 '골든타임'으로 불리는 5분 이내에 승객 전체가 대피를 완료한 모습이었다. 불에 안 타거나(불연) 잘 타지 않는(난연) 소재로 된 열차 자재 덕분에 불은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10분 이내에 완전히 진압됐다.


5호선 방화 사건 조건 맞춰 화재 재현


서울교통공사와 서울소방재난본부가 마련한 전동차 화재 시연 현장이다. 이날 시연은 지난 5월 31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에서 발생한 방화 사건 이후 승객 안전 확보를 위해 마련됐다. 폐차가 예정된 420편성 전동차를 지상 선로 위에 두고, 서울교통공사 직원 40명이 실제 승객들이 대피하는 시간을 측정하기 위해 4·6호 차에 나눠 탑승했다. 검은 연기가 보이자 승객들은 즉시 이동했고 3분이 채 지나지 않아 열차 끝칸으로 이동한 뒤 문을 열고 모두 대피했다.

이날 시연은 사고 당시와 유사한 전동차, 화재 규모와 조건에 맞춰 소방관이 불을 댕기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피해 규모, 연소 시간, 연기 확산 속도, 유해가스 성분, 화재 온도 등을 현장에서 측정했다. 방화 후 3∼4분이 지나 휘발유가 다 타 버리자 불길과 검은 연기도 잦아들기 시작했다. 불길은 바닥이나 의자, 벽, 천장으로 번지지 않았고, 소방관이 사용한 점화기 플라스틱 커버만 불에 타고 있었다. 약 10분이 지나자 플라스틱 커버도 자연연소해 불꽃이 모두 사라졌다.

4일 경기 고양시 지축차량기지에서 열린 5호선 열차 방화 관련 화재 안정성 및 비상대응 검증을 위한 전동차 화재 안전 시연회에서 소방대원이 전동차 내장재 6종에 대한 방염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4일 경기 고양시 지축차량기지에서 열린 5호선 열차 방화 관련 화재 안정성 및 비상대응 검증을 위한 전동차 화재 안전 시연회에서 소방대원이 전동차 내장재 6종에 대한 방염 성능 테스트를 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시연 결과는 앞으로 한 달 동안 서울소방재난본부가 정밀 분석할 예정이다. 결과에 따라 전동차 객실 내 화재 발생 시 승객 대피 요령 등 지침(매뉴얼) 보완에 활용할 계획이다. 최병훈 서울교통공사 차량제작처장은 "화재가 발생 시 대피 시간, 연기의 흐름, 화재 전파 속도 등을 측정해 현재 비상 대응 매뉴얼에 보완할 사항이 있는지 시연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실제 전동차가 난연 소재로 제작돼 불이 번지지 않고 자연 소화하는 현상을 확인했는데, 연기가 빨리 퍼지는 만큼 배기와 골든타임 5분 내 대피 안내가 중요한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지하철 운행에서 안전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항공기처럼 탑승자와 수하물도 제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시연회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오늘 화재 시연으로 위험 사각지대에 있던 문제들을 발굴해 대피 매뉴얼, 운영 시스템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며 “안전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인 만큼 서울시는 시민 안전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경기 고양시 지축차량기지에서 열린 전동차 화재시연에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최주연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경기 고양시 지축차량기지에서 열린 전동차 화재시연에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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