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지원 기자] '트라이' 속 박정연이 연기하는 서우진은 다채로웠다. 말은 없지만 어른들의 사정을 모두 알고 있었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하지만 결국 내심에는 '좋은 어른'이 필요했던 어린 학생이었다. 말수도 적고 표정도 적었던 사격선수 서우진을 맡은 박정연은 자신만의 방식대로 캐릭터를 만들어 나가며 시청자의 호평을 얻는데 성공했다.
박정연은 4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를 통해 "길해연, 윤계상, 임세미 등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며 '좋은 어른'을 배운 시간"이었다며 "나 역시 앞에서 격의 없고 뒤에서 존경 받을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남다른 종영 소감을 전했다. 아래는 박정연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트라이'가 호평 속 종영했다.
관심 가져주시고 과몰입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좋은 분위기의 '트라이' 팀에서 배운 게 많았다. 또래 친구, 선배님, 제작진과 스태프에 감사하다.
박정연은 4일 서울 모처에서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를 통해 "길해연, 윤계상, 임세미 등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며 '좋은 어른'을 배운 시간"이었다며 "나 역시 앞에서 격의 없고 뒤에서 존경 받을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남다른 종영 소감을 전했다. 아래는 박정연과의 일문일답 전문이다.
배우 박정연이 최근 진행된 SBS 금토드라마 '트라이'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
◇'트라이'가 호평 속 종영했다.
관심 가져주시고 과몰입해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 좋은 분위기의 '트라이' 팀에서 배운 게 많았다. 또래 친구, 선배님, 제작진과 스태프에 감사하다.
◇특히 어떤 부분을 많이 배웠나?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며 '좋은 어른'을 배웠다. 교장 역의 길해연 선생님이 정말 품이 큰 분이라 느꼈다. 대본 리딩 날부터 럭비부 사격부 이름을 다 외워서 반갑다고 안아주셨다. 촬영 현장에서 소녀 같으시다가도 우리를 늘 지켜보고 계신다. 늘 즐겁고 열정적인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선생님처럼 오래 오래 설레면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이지 역의 임세미 선배님든 티나지 않는 배려를 해주셨다. '좋은 어른이 무엇인가'라는 메시지가 드라마에서도 나왔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도 '좋은 어른들의 표본'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소중했다. 또래들과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새로 생긴 기분이라 좋았다. 고등학교 때 학교 생활을 많이 하지 못해서 고등학교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우리끼리 있으니 고등학생이 된 느낌이었다.
◇체고 학생이라는 역할에서 주는 끈끈한 전우애도 있었겠다.
맞다. 체고가 주는 에너지와 두근거림도 컸다. 기대 이상으로 뜨겁고 에너지가 넘쳤다. 또래 배우들 중 모난 친구가 없어 다같이 너무 잘 뭉쳤다. 윤계상 선배님이 첫 촬영 전 연습실을 빌려서 대본 연습을 다같이 하도록 배려해주셨는데, 처음엔 서먹서먹했지만 그렇게 여러 번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팀워크가 만들어졌다. 윤계상 선배님도 우리에게 '이런 현장 잘 없다. 너희 열심히 즐겨라'고 말해주셨다. 나와 임세미 선배, 성지영은 함께 사격 연습하며 친해져 사격부 전우애가 있었는데, 럭비부도 마찬가지였다. 럭비부 친구들의 경기를 보면서 진심으로 열정적으로 하는 게 보여서 보람차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격 선수가 되기 위한 노력 비하인드가 궁금하다.
촬영 3개월 전부터 사격장에서 수업을 들었다. 1.5kg의 총을 한 손으로 들고 오랜 시간 가만히 있어야 하는 점이 정말 쉽지 않더라. 조금의 흔들림이 큰 차이를 만드는 스포츠라서 팔을 벌벌 떠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큰일났다. 어떡하지?' 생각했다. 그 와중에 옆 자리에서 사격을 배우는 초등학생 친구가 너무 평온하고 침착한거다. 그래서 집에서는 2kg 아령을 들고 있고 손목 강화 운동을 했고, 사격장을 오가며 열심히 연습했다. 그렇게 자세가 안정적으로 만들어지자 점수에 욕심이 나더라. 안정적인 자세를 만든 뒤 총을 쏘기 시작했고, 총을 쏘면서 점수에 욕심이 생겼고, 이후 캐릭터를 위해 사격 루틴을 만들었다. 사격 경기를 보면 선수들도 땀을 닦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하는 루틴이 있다. 나는 안경을 올리는 제스처를 루틴으로 만들어 연기했다.
배우 박정연이 최근 진행된 SBS 금토드라마 '트라이'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
◇사격부 중에서는 누가 사격을 제일 잘했나.
압도적으로 임세미 선배님이 잘했다. 코치님이 임세미에게 사회인 대회에 나가보라 할 정도였다. 임세미는 마라톤도 열심히 하고 인내심이 있어 단련이 돼 있던 것 같다. 나와 성지영은 비등비등했다. 그래서 나와 성지영이 더 자주 훈련에 나갈 수 밖에 없었는데, 10점을 누가 더 많이 쏘나 내기를 많이 했다.
◇서우진은 조용하게 있다가 중요한 순간에 정의를 발휘하는 인물이었다.
서우진 역할을 하고 싶었던 이유가 멋있어서였다. 하하. 냉철하고 쌀쌀맞지만 가끔 져줄 때가 있었다. 작가님에게 서우진의 전사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사격 은메달리스트 어머니는 우진에게 금메달의 열망을 투영시켜 집착하는 인물이었고, 남편과는 그 교육관 차이로 인해 이혼했다. 우진은 엄마의 가스라이팅으로 숨 쉴 틈 없었고 아무에게도 의지를 할 수 없는 친구였다. 그럼에도 우진은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설현의 상황을 이해하고 어른들의 잘못을 다 알고 있지만 사격에 관심을 둬야 하기에 다른 걸 표현하지 않을 뿐이었다. 럭비부 폐부를 막기 위해 문웅과의 사격 대결에서 0점을 쏠 때도 자신의 선택으로 불이익이 올 걸 알고 있었던 캐릭터라 생각했다. 이 멋있는 장면을 어떻게 해야 훼손시키지 않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그 장면은 우진의 캐릭터를 완벽히 보여주는 신이었다.
우진의 눈에는 문웅을 응원하는 럭비부 친구들과 주가람 감독이 문웅에게 '져도 된다'고 말을 해주는 모습이 혼란스럽게 느껴졌다. '져도 돼? 왜 저런 말을 하지?' 라는 혼란이 생기면서 '져도 된다는 게 말이 되나? 지면 어떻게 되는건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0점을 쏘는 용기가 나온 것이다. 그 도전의 용기가 대단했다. 실제로 그 연기를 할 때도 서로를 응원하는 럭비부를 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실제 박정연이라도 0점을 쐈을 것 같나.
조금 다른 이유로 0점을 쐈을 것 같다. '나는 맨날 1등을 해도 이런데, 쟤네는 맨날 지다가 트라이 한 번 했다고 저렇게 뜨겁다니. 뭐가 저렇게 좋아서 저러고 있는거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번 쯤 다른 결정을 해보고 싶었을 것 같다.
배우 박정연이 최근 진행된 SBS 금토드라마 '트라이'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솔트엔터테인먼트] |
◇서우진과 박정연의 싱크로율은?
50% 정도. 사람끼리 문제가 생기면 나는 설명을 못 한다. 상대가 오해를 하고 날 미워해도 이해하는 편이다. 말을 잘 못하는 면이 우진과 닮았다. 다른 점은 너무 많다. 우진은 잘 웃지 않는 포커페이스다. 그에 비해 나는 좀 더 잘 웃고 친구도 우진보다 많다. 하하. 우진이 마지막회에서 조금씩 풀어지고 미래에 더 편안한 길을 잘 찾아가게 된다면 나와 좀 더 비슷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서우진은 배이지에게 의지하며 힘을 얻고 사격선수로서 길을 찾아간다. 박정연에게 배이지 같은 존재는 누구인가.
가족을 제외한다면 난 늘 현장에서 '좋은 어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이번 현장에서는 좋은 어른들의 표본을 볼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배이지와 서우진처럼, 나도 임세미와 촬영을 하며 유대감이 생겼다. 임세미가 햇살같이 좋은 분이라 쑥쓰러움을 무릅쓰고 사랑한다고 문자도 보내고 많이 따랐다. 배이지는 앞에 끌고 지시하는 지도자가 아닌, 기다려주고 같이 고민해주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불을 지펴주는 지도자라 생각하는데 임세미도 그런 선배님 같다. 그래서 배이지가 핍박을 받을 때도 엄청 응원했다. 특별한 마음이 생겼다.
◇장영석 감독이 애드리브에 열려 있는 스타일이라 들었다.
서우진이 말을 많이 하고 표현하는 친구가 아니라 애드리브는 많지 않았지만, 상대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많아서 내가 리액션을 해주는 식으로 들어간 장면들이 있다. 윤성준이 서우진 앞에서 뚝딱거리면 뒤 돌아 피식 웃는다든가 하는. 감독님과는 오히려 캐릭터에 대한 해석을 더 많이 했다. 마지막회에 전낙균 감독이 경찰에 끌려갈 때 서우진이 미동 없이 연습을 하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감독님께 '서우진은 감독이 끌려가는 걸 알고 있을까요? 아니면 정말 모르는 걸까요?' 물어봤고, 감독님은 '진짜 몰라서 안 돌아보는 걸로 하자. 배이지가 선물한 귀마개도 있고, 서우진 자체가 집중력이 정말 강하니까 몰랐던 걸로 하자'고 하셨다.
◇마음에 와닿았던 칭찬이 있다면?
배우로서 계속 다른 캐릭터로 불려질 수 있는게 참 보람된 일인데, 우진이라 불러주신 게 가장 감사하다. 또 실제 체고 나온 분이 공감 된다고 댓글을 달아준 게 있는데,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틀리지 않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최근에 어떤 식당에 갔더니 사장님이 "'트라이' 나오는 배우랑 비슷하게 생겼다. 거기 사격선수가 그 쪽과 닮았다. 그 드라마 재밌으니까 꼭 봐라"라고 말씀해주셨다. 모르는 사람에게 추천을 해줄 정도로 우리 드라마가 재밌었다는 뜻이라 좋았다.
◇시즌2에 대한 요청도 많다.
시즌2 나오면 한양체고에 새로 입학하는 친구들 이야기, 졸업한 친구들의 대학 진학 후 얘기, 혹은 10년 후 우리가 코치가 되고 흥남처럼 에어로빅부 감독으로 전향하고, 누군가는 교감의 자리를 노리는 재밌는 상상을 펼치긴 했다. 시즌2 나왔으면 좋겠지만 전혀 얘기가 된 부분은 없다.
◇'좋은 어른'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드라마였다. 박정연은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니라 생각한다. 현장에서 후배들과 아이들이 불편해지지 않고, 뒤에서 존경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에서는 격의 없이 편하게 이끌어주고 뒤에서 존경 받는 어려운 일이 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촬영 현장은 정말 특별했다. 이런 현장이 또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끈끈하고 에너지 넘치게 끝까지 잘 마무리했다. 좋은 어른들 덕에 우리 같은 신인 배우들이 편하게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 '트라이' 팀에 감사를 전한다.
/정지원 기자(jeewonje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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