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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중독돼 간 이식받고도 55%가 재음주…"수술 후 환자 관리 시급"

머니투데이 정심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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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기증된 간'을 기다리는 환자는 6000명. 실제 이식까지 이어지려면 10년 안팎을 기다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증자의 간 절반가량이 다름 아닌 술 중독으로 인한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에게 먼저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이들 환자의 15~50%는 운 좋게 간 이식술을 받은 후에도 술을 끊지 못해 '간 재이식' 대기자 명단에 오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증자에 대한 예우에 반하는 윤리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4일 대한간이식학회가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 학회 손선영 코디네이터위원장(강남세브란스병원 간호과)은 "지난 15년간 알코올성 간질환으로 인한 간 이식은 4배 이상 급증했다"며 "2024년 전체(생체+뇌사자) 간 이식 환자의 24.6%, 뇌사자 간 이식 환자의 42.4%가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2023년 뇌사자의 간을 이식받은 환자는 총 420명. 이들의 원인질환은 일코올성 간질환(191명), B형간염 간경변(85명), 급성 간부전(34명) 순으로 많았다. 같은 해, 살아있는 사람의 간(생체 간)을 이식받은 환자(1081명)에서도 알코올성 간질환(170명), B형간염 간경변(148명)으로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는 어떤 종류의 간이든 간 수혜 1순위로 나타났다.

알코올성 간질환의 원인은 과음과 알코올 중독이다.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에게 간이 우선적으로 공급돼온 이유는 뭘까. 대한간이식학회 이광웅 회장(서울대병원 외과)은 "이들 환자는 술을 마시지 않을 때보다 술을 마신 직후 갑자기 황달이 생기면서 간이 딱딱해지고 빠르게 나빠지기 쉽다"며 "이때 간 기능이 일시적으로 아예 멈춰, 빠른 간 이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간을 이식받은 사람 중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비율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이날 학회가 공개했다. 특히 뇌사자의 간을 이식받은 환자의 45.5%(2023년, 오른쪽 그래프)가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로 집계됐다. /사진=정심교 기자

간을 이식받은 사람 중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의 비율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이날 학회가 공개했다. 특히 뇌사자의 간을 이식받은 환자의 45.5%(2023년, 오른쪽 그래프)가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로 집계됐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들 환자는 운 좋게 간을 이식받더라도 상당수는 술을 끊지 못해 '어렵게 얻은 간'을 또 다시 위험에 빠뜨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 국내 연구에 따르면 뇌사자 간을 이식받은 환자 가운데 수술 전 금주 기간이 6개월 미만이면서 담배까지 피우는 경우 '수술 후 3년 내 재음주율'이 54.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선영 위원장은 "이런 재음주는 간 손상, 생존율 저하를 초래할 뿐 아니라 기증된 장기의 배분 형평성, 의료자원의 효율성, 기증자와 뇌사자 유가족에 대한 예우 측면에서 심각한 윤리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의정갈등 이후 전공의 사직과 전문의 번아웃, 병동·수술실 축소 운영 등으로 '간 이식 수술' 건수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것. 간 이식 수요자는 그대로인데, 이들을 치료할 의사가 부족하다는 얘기다. 학회 양광호 균형발전위원장(양산부산대병원 외과)은 "간 이식술을 집도하는 외과 의사뿐 아니라 유관부서(마취통증의학과·소화기내과·영상의학과 등) 전문의가 여럿 사직하면서 간 이식 수술 건수는 2023년 1501건에서 2024년 1262건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이광웅 대한간이식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이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간 이식 수술의 현황과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광웅 대한간이식학회 회장(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이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간 이식 수술의 현황과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게다가 뇌사 기증자는 2023년 483명에서 2024년 397명으로 줄고, 생체 간 기증자의 수술 건수 역시 2023년 1081건에서 2024년 920건으로 감소했다. 그는 "생체 간이식의 경우 간 이식 전문의 2명 이상, 수술 보조 외과의사 또는 PA(진료지원)간호사가 4명 이상 필요하다"며 "이런 인력이 더 부족한 지방 의료기관에선 뇌사자가 발생해도 출장 후 적출할 의사가 없다"고 토로했다. 실제 부·울·경 지역 대학병원 일부는 전년 대비 간 이식 건수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응급 간 이식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에 직면한 간이식센터도 있다.

이런 '지방 간이식센터의 의료진 부족' 사태의 해법으로 학회는 '타권역에서 발생한 뇌사자의 간 적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정부에 제언한 상태다. 예컨대 간 이식 수혜자(장기를 받을 사람)가 서울에 있고, 전라도 광주에서 뇌사자가 발생했을 때 인근의 의료기관에서 의사가 출동할 수 없다면 인력이 여유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외과 의료진 2~3명을 광주에 파견하는 방식이다. 이들이 적출한 간이 서울에 도착할 때에 맞춰 서울대병원의 또 다른 의료진이 수혜자의 간을 떼내 새로운 간을 이식할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학회는 타권역에서 뇌사자가 발생했을 때 이런 절차를 보건복지부에 제안했지만, 아직은 회의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타권역에 장기를 적출하기 위해 파견 간 의사에 대한 '수고비'(수가)도 정해진 게 없다. 학회와 복지부는 오는 18일, 이런 문제점 등을 테이블에 올린다는 계획이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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