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프리즈 서울 2025’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전시된 작품들을 관람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역대 최고가 판매 작품, 30% 늘어난 관람객, 아시아 큰손의 관심….
국내 최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 서울(Kiaf SEOUL)’이 미술 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업계 우려보다 선방했다. 프리즈 서울은 첫날부터 역대 최고가 판매 작품이 등장하며 건재함을 증명했고, 국내 미술 애호가들은 물론 아시아 ‘큰손’들도 아트페어에 애정을 보내며 관람객이 큰 폭으로 늘었다.
세계 양대 아트페어인 프리즈 본사 역시 올해로 4번째 함께 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 간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이어가며 서울을 ‘아트 허브’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63억 최고가 작품·3만 명 관객…‘키아프리즈’ 건재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키아프에는 개막 첫날부터 관람객들이 몰리며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주요 작가들의 작품은 첫날부터 10억원대 이상 고가에 판매되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실제로 키아프에 따르면, VIP·PRESS 프리뷰 데이인 3일 관람객은 9600명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통상 프리즈서울이 키아프서울에 비해 2배가량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이날 전체 행사에는 3만 여명의 관람객들이 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만 몰린 것이 아니다. 프리즈에서 역대 최고가 판매 작품이 나오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우저앤드워스가 선보인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포드의 연작 ‘Okay, then I apologize’(2025) 3점이 아시아 컬렉터에게 450만 달러(한화 약 63억 원)에 판매된 것이다. 지난 2023년 당시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작품이 77억 원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공식적으로 판매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올해 브래드포드의 연작이 역대 최고가로 기록됐다.
하우저앤드워스는 조지 콘도와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도 각각 120만 달러(약 17억 원), 95만 달러(약 13억 원)에 팔았다. 이불의 ‘Untitled Sculpture (W6-1)’(2010)은 40만 달러(약 6억 원)의 판매가를 기록했다. 갤러리 측은 첫날 판매 성과가 800만 달러(약 111억 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프리즈 서울의 하우저앤드워스 부스에 마크 브래드포드의 연작 ‘Okay, then I apologize’(2025)가 전시돼 있다. [마크 브래드포드, 하우저앤드워스] |
타데우스 로팍에서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Es ist dunkel, es ist’(2019)가 180만 유로(약 29억 원)에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알렉스 카츠의 ‘Lilies 8’(2025)은 90만 달러(약 13억 원)에 팔렸고, 안토니 곰리, 마르타 융바르트, 톰 삭스, 제이디 차, 조안 스나이더, 정희민 등의 작품도 줄줄이 판매됐다.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작품은 화이트 큐브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Erstens, bitte schön!’(2014)이 중국 컬렉터에게 130만 유로(약 21억 원)에 팔렸다.
국제갤러리가 선보인 박서보의 ‘Écriture No. 110211’(2011)은 54만~64만8000달러(약 8~9억 원) 사이에 새 컬렉터를 찾아갔다. 하종현의 ‘Conjunction 24-91’(2024)은 23만~27만6000달러(약 3~4억 원) 사이에 판매됐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첫날 18점이 판매됐다”며 “판매 작품 수와 가격 모두 예년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에너지 고조…서울, ‘아트 허브’로 성장 목표”
올해 키아프리즈가 개최 직전 환율과 운송비 등의 문제로 일부 글로벌 갤러리들이 참여를 포기하는 등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외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사이먼 CEO는 지난 4일 코엑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4회째를 맞는 프리즈 서울의 에너지가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열정이 엄청나다”면서 “첫날 판매 실적이 좋았고, 마크 브래드포드의 작품이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아시아 갤러리의 참여 비중이 높아졌는데, 이는 프리즈서울이 아시아 지역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개성을 갖기를 원한 프리즈의 목표와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덕분에 VIP 관람객으로도 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큰손’들이 많이 찾았다.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아시아 갤러리들의 대표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였다”며 “포커스 아시아에 참여했던 신진 갤러리들이 성장해 메인 섹션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이미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오른쪽)와 패트릭 리 프리즈 서울 디렉터가 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프리즈 서울] |
이에 프리즈 측은 컬렉터를 비롯해 기관, 큐레이터, 비평가, 미디어 등과 갤러리가 상호 작용하며 공생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패트릭 디렉터는 “성공적인 페어가 되려면 관람객들의 수준이 중요한데, 올해 참석한 갤러리들이 매우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며 “서울이 아시아 ‘아트 허브’로서 담론이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이먼 CEO도 “다른 아시아 도시와 비교했을 때 서울은 미술관 수가 많고 질도 훌륭하다. 활동 중인 예술가의 스튜디오를 가봐도 정말 좋다”며 “프리즈를 통해 도시 전체가 얼마나 활기를 띠었는지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키아프와 프리즈의 파트너십과 관련해선,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이먼 CEO는 “함께 함으로써 장점이 굉장히 크다. 서로 관람객을 확충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최근 키아프와 함께 향후 관계를 지속해 나갈지에 대해 건설적 모임이 있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