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한 영어유치원 앞.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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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유아 영어 사교육 실태를 담았다며 내놓은 조사 결과가 뒷말을 낳고 있다. 지나치게 협소하게 설정한 기준으로 조사를 진행한 탓에 실태의 일각만 드러내는 데 머물렀다는 것이다. 특히 사회적 논란이 큰 ‘7세 고시’ 대상 학원은 통째로 조사 대상에서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4일 발표한 ‘유아 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 전수조사 결과’를 보면, ‘사전 등급시험’(레벨테스트)을 실시하는 학원은 전국 728곳 중 23곳(서울 11곳, 경기 9곳, 강원 3곳)이다. 이 중 3곳은 선발 목적으로, 나머지 20곳은 등급 분반을 목적으로 시험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영어학원이 주로 4살 유아부터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시험은 통상 ‘4세 고시’라고 불린다. 교육부는 이들 학원에 추첨이나 상담의 방식으로 유아를 선발하도록 행정지도했다고 밝혔다.
다만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발된 영어학원의 광역시도 단위 분포만 공개했다. 자치구 단위 공개는 조사된 영어학원이 특정될 공산이 높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는 뜻이다. 학원업계는 문제의 영어학원들이 서울의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계에선 이번 조사 결과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유아 대상 영어학원 중 단 3%만 사전 등급시험을 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의아스럽다는 뜻이다. 이는 이번 조사가 ‘사전 등급시험 시행 유아 영어학원’으로만 한정해서 이뤄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유아 영어 사교육 열풍의 한 형태인 ‘7세 고시’를 치르게 하는 영어학원은 몽땅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 7세고시는 초등생 대상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미취학 아동이 치르는 시험을 뜻한다. 일부 지역에선 이 시험에 대비하기 위한 학원까지 성행하고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신소영 공동 대표는 한겨레에 “많은 영어유치원이 추첨이나 선착순 입금 순으로 유아를 받은 다음, 시일을 두고 반 배치를 한다는 명분으로 시험을 시행하는 등 우회적으로 등급시험을 치르고 있다. 매주 단어·작문 시험을 보는 등 선행 교습 과정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쪽은 “선발 목적 시험을 보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어지간한 학원들은 다 포함이 될 것으로 간주하고 조사 기준을 마련했다”며 “하지만 막상 들여다보니 일단 학생을 모집해놓고 등급시험을 보는 경우가 꽤 많았고, ‘7세 고시’를 치르는 학원은 유아 대상 영어학원이 아닌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교육당국이 유아 영어 사교육의 현장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바탕으로 조사 기준을 마련했었다는 뜻이다. 교육부 쪽은 “앞으로 조사 방식을 좀 더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전 등급시험을 치르는 학원에 대한 제재가 행정지도에만 그치는 건 법적 공백 탓이다. 유아 대상 영어교육은 현행법상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교육 과정이 아니다. 교육부가 이날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학원법’,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 논의 과정에 참여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까닭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36개월 이상 영유아 대상 하루 40분 이상 학교교육과정 교습 행위 금지, 학원 설립·운영 등록 시 모집시험 실시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한편 교육부는 이번 조사 과정에서 학원의 유치원 명칭 부당 사용, 교습비 초과 징수, 시설 위반 등을 적발해 교습정지 14건과 과태료 부과 70건 등의 행정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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