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5일 개봉하는 영화 '살인자 리포트'(감독 조영준)는 특종에 목마른 베테랑 기자 선주(조여정)에게 정신과 의사 영훈(정성일)이 연쇄살인을 고백하는 인터뷰를 요청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한정된 장소와 인물이다. 주요 배경인 '호텔 스위트룸'을 벗어나지 않고 러닝타임 대부분을 소화한다. 객실 안에서 선주와 영훈, 두 사람의 대화로만 스토리 진행이 이어진다. 중간에 삽입되는 회상 장면들을 제외하면 2시간 내내 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움직임도 한계가 있고, 대사량은 압도적으로 많다.
주요 등장인물 또한 선주와 영훈, 그리고 스위트룸 아래 층 객실에 잠입한 형사 상우(김태한)까지 셋 뿐이다. 사실상 연극을 영화화 했다는 인상으로, 영화에서는 보기 드문 구성이다. 그만큼 장, 단점이 명확하다.
장점은 관객 몰입도를 강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의 표정, 대사 톤, 미세한 감정의 변주까지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화려한 편집 기술과 액션이 없는 만큼 배우들의 '연기' 자체에 집중하게 되기에 이들의 역량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다행히 정성일과 조여정 모두 베테랑들인 만큼 명확한 딕션과 감정 연기로 포맷의 장점을 잘 살려냈다.
다만 단점이 치명적이다. 장소가 바뀌지 않아 장면 전환에 큰 의미가 없고, 조도가 낮은 객실에서 두 사람의 심각한 대화를 장시간 듣고 있으면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배우들이 생동감 넘치는 열연을 펼치고 있어도 중반 이후에는 한두번 쯤 고비가 온다. 두 배우가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겠다는 구간도 존재한다. 특히 영훈이 최면술을 사용하는 장면은 정말 관객들이 깜빡 잠들 수 있을 만큼 홀릴 듯이 위협적이다.
핵심 서사는 살인자 영훈의 '살인 동기'에서 시작된다. 정신과 의사인 영훈은 비뚤어진 신념을 가진 의료인이다. 정신 질환에도 '물리 치료'가 통한다고 믿는다. 고통의 원인이 되는 악인들을 잔혹하게 죽여줌으로써 환자들의 정신적 회복을 돕는다. 사회적 통념과 도덕관념을 아득하게 벗어난 그의 광기 어린 의료 행위를 공감할 순 없지만, 처절한 사연으로 인해 어렴풋이 이해는 간다.
영화는 영훈이 '왜 인터뷰를 요청했는가?', '왜 살인을 하는가?', '왜 하필 선주를 선택했는가?'의 질문을 품고 해답을 향해 달려나간다. 선주는 관객의 입장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인터뷰에 나서고,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차츰 진실이 드러난다. 여기에 살인마 영훈이 결국 선주를 죽이려나, 살리려나 싶은 서스펜스가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호기심을 느끼는지, 어느 정도 심정적 공감을 할 수 있는지가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잔잔하게만 흘러가는 작품은 아니다. 중간 중간 이벤트들이 이어지고, 후반부에 숨은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배우들의 감정도 휘몰아친다. 극적인 요소가 더욱 커지면서 집 나간 집중력도 차츰 돌아오기 시작한다. 다만 전반적으로 호흡을 짧고 드라마틱하게 가져갔다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쫀쫀한 템포가 강점인 스릴러 물은 아니지만, 정성일과 조여정, 두 베테랑의 '연기 파티'를 몰입감 넘치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매력의 작품이다. 두 사람의 밀도 높은 심리전을 관전하는 것만으로도 인상적인 관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5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러닝타임 107분.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