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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속타는 셀러…'대책' 대신 '동의서' 내민 티몬

비즈워치 [비즈니스워치 정혜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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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협력 차질…영업 재개 무기한 연기
파트너사 간담회서 구체적 계획 제시 못해
참석 파트너사에 '재오픈 동의 서명서' 돌려


그래픽=비즈워치

그래픽=비즈워치


지난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회의실. 티몬의 파트너사 간담회가 열렸습니다. 티몬이 최근 영업 재개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한 후 급히 소집된 자리였습니다. 간담회에는 티몬에 재입점한 400개 파트너사 관계자들이 참석하며 영업 재개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는데요 .그만큼 파트너사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죠.

간담회가 시작되자 박동훈 티몬 영업총괄본부장은 "현재까지 티몬때문에 피해를 보신 소비자, 파트너사 분들께 티몬 임직원을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특히 "두 번의 오픈 일정을 여러 가지 사유로 불가피하게 연기한 점에 대해 그간 판매를 준비해 주신 협력 파트너분들께 매우 죄송하다"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구체적인 오픈 일정과 향후 전략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적인 부분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습니다.

두 번의 '재개장' 연기

티몬은 지난해 7월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두달 뒤인 9월 회생절차에 돌입했고 올해 6월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에 인수되며 극적으로 부활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티몬은 이 시기부터 신규 셀러 모집을 진행하며 지난 8월 11일 사이트를 다시 열겠다고 공표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티몬 영업 재개에 대한 기대와 관심은 높았습니다. 하지만 티몬은 8월 11일을 닷새 앞두고 갑자기 '기업회생절차에 집중하겠다'며 오픈 일정을 연기를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22일. 티몬은 드디어 회생절차를 종결하고 법정관리 상태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만큼 영업 재개에 대한 기대도 다시 높아졌습니다. 과연 티몬이 언제 영업을 재개할 것인가가 관심사였습니다. 티몬은 이런 기대에 화답이라도 하듯 기업회생 절차 돌입 1년만인 오는 10일 마침내 영업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동시에 1만여 개 파트너사와 100만개가 넘는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준비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죠.

3일 오후 티몬의 '파트너사와의 신뢰 회복 및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박동훈 티몬영업전략본부장이 티몬의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3일 오후 티몬의 '파트너사와의 신뢰 회복 및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박동훈 티몬영업전략본부장이 티몬의 현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그런데 이 리오프닝을 9일 앞둔 지난 1일 티몬은 또 한번 영업 재개 시점을 잠정 연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티메프 사태'의 일부 피해자가 카드사에 기존 피해 보상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등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인데요. 카드사가 티몬과 손을 잡지 않으면서 결제 시스템을 마련할 수가 없어 재개장을 하는 데 큰 차질이 생겼습니다.

박 본부장은 "PG사와의 계약을 완료했으나 피해자분들께서 카드사에 불만을 표하시면서 카드사들이 티몬과의 협력을 많이 어려워하고 있다"며 "현재 결제 수단에 대한 부분이 원활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티몬의 절박함

박 본부장은 현재 영업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의 대부분이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티몬은 이날 간담회에서 새롭게 구축한 사이트를 공개했는데요. 티몬이 100만개의 상품을 등록했다는 것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날 공개된 사이트는 과거 티몬과 유사한 UI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또 패션, 뷰티, 리빙, 생활, 식품 등의 카테고리별로 50개의 '딜'이 등록돼 있었는데요. 모두 파트너사들이 등록한 상품들이었습니다.

박 본부장은 "파트너사분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약 3개월 동안 사이트를 거의 90% 이상 완성시켜놨다"며 "파트너사에서 많은 상품들을 등록해 주셔서 이제 다 완성이 됐는데 오픈을 할 수 없다는 부분이 너무 참담하다"고 말했습니다.

재개장 준비를 90% 가량 마친 티몬 웹사이트. / 사진=티몬 웹사이트 캡처

재개장 준비를 90% 가량 마친 티몬 웹사이트. / 사진=티몬 웹사이트 캡처


간담회가 진행된 약 1시간 여의 시간 동안 티몬의 절박함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박 본부장은 "한때 800명이 넘던 티몬 직원들 중 대다수가 회생 절차 동안 퇴사를 했고 현재 약 10%인 90명의 직원들이 티몬의 오픈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완전한 제로 베이스에서부터 여러분들과 함께 땀 흘리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상품을 등록했을 때의 그 심정만 좀 알아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파트너사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대목에서는 티몬의 절실함이 절정에 달했습니다. 간담회 말미에는 파트너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티몬 재오픈 동의 서명서'까지 등장했는데요. 박 본부장은 "남은 직원들이 퇴사나 이직을 하지 않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이런 상황에서도 저희를 응원해 주시고 함께하시는 협력 파트너사들이 계시기 때문"이라며 "티몬의 정상화를 위해 파트너사 분들께서 지지와 응원을 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알맹이는 없었다

하지만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습니다. 파트너사들이 원하는 것은 '구체적인 오픈 일정'과 '추후 영업 전략'이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 참석자는 "오늘 파트너사 분들이 간담회에 온 것은 티몬의 새 UI가 궁금해서 아니다"라며 "앞으로 티몬이 언제쯤 오픈할 예정인지, 또 오픈 이후 점유율을 어떻게 늘려갈 것인지 전략을 듣고 싶어서 참석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금 말씀하신 것은 아무런 내용도 없이 '파트너사 여러분이 해주는 것에 따라 우리(티몬)가 갈 수 있다'라는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티몬의 모회사 오아시스의 관계자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은 점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습니다. 한 참석자는 "우리 파트너사들은 오아시스라는 회사를 믿고 다시 티몬에 들어온 것"이라며 "오아시스가 티몬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인지, 앞으로 어떤 비전을 내놓을 것인지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3일 오후 티몬의 '파트너사와의 신뢰 회복 및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박동훈 티몬영업전략본부장이 티몬의 새 웹사이트를 공개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3일 오후 티몬의 '파트너사와의 신뢰 회복 및 상생협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박동훈 티몬영업전략본부장이 티몬의 새 웹사이트를 공개하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오아시스의 500억 투자금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습니다. 오아시스는 티몬의 안정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 방식으로 500억원을 투자했는데요. 이 투자금은 전액 티몬의 영업 재개에 쓰일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한 파트너사 관계자는 "500억원이 들어왔다는 것에 대해서도 '과연 이걸 쓸 수 있는 상황인가'에 대한 의심도 든다"며 "구체적인 배분이나 사용 계획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티몬이 도입할 예정인 정산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셀러도 있었습니다. 티몬은 영업 재개에 맞춰 피해 셀러들을 지원하기 위해 업계 최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구매확정 후 익일 정산 시스템 즉시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한 셀러는 "다른 이커머스 채널은 정산금이 판매자 계좌로 직접 입금되지만 티몬은 예치금으로 적립 후 별도로 전환 신청을 해야 한다"며 "티몬은 이미 미정산 문제가 있었는데 예치금이라고 안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티몬의 미래는

간담회를 마친 후 만난 참석자들의 반응도 실망 일색이었습니다. 패션 상품 판매자인 김모 씨는 "전략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오픈이 두 번이나 지연됐는데 언제 다시 열 예정인지에 대한 답을 기대하고 왔는데 전혀 듣지 못해서 왜 왔나 싶은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역시 패션 상품을 판매하는 류모 씨는 "계속 판매자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와달라는 건지, 무작정 기다려달라는 건지 모르겠다"면서도 "그래도 티몬이 다시 개장하길 바라기 때문에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티몬은 이날 간담회와 같은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상생협의체를 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상생협의체는 티몬 정상화를 위한 노력은 물론 추가 변제금액에 대한 협의를 함께 해나갈 예정입니다. 박 본부장은 "티몬의 오픈 일정에 대한 협의나 추가로 확보될 변제금액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논의할 협의체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7월 25일 서울 강남 티몬 본사앞에 모인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의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지난해 7월 25일 서울 강남 티몬 본사앞에 모인 '티메프' 사태 피해자들의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날 간담회는 티몬이 처한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줬습니다. 준비는 어느 정도 마쳤지만 여론과 카드사 문제로 발목이 잡히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돼버렸죠. 파트너사들은 구체적인 전략과 일정을 원하지만 티몬은 확답을 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티몬의 영업 재개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카드사와의 협상이 언제 마무리될지, 여론이 언제 반전될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영업을 재개한다고 해서 한번 떠나버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잡을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죠. 다만 확실한 것은 티몬 직원들과 파트너사들 모두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점입니다. 티몬이 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번 소비자들 앞에 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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