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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계엄사태와 관련한 서울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4.12.04.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
여권이 특검의 '내란 수사' 범위를 광역단체장까지 넓혀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 여야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서울시와 인천시, 강원도 등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이 여권의 표적이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선포된 '불법 비상계엄' 직후 지자체 청사를 폐쇄해 출입을 통제하고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는 등 계엄에 동조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3대 특검 특위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이어 전현희 특위 위원장까지 수사를 촉구하자 지자체장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회 의원이 김 최고위원과 전 위원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면서 정치 공방을 넘어 법정 다툼으로도 이어질 조짐이다.
꼭 10개월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계엄의 밤' 그 날의 기억은 기자에게도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출입기자단의 인도·말레이시아 공무 국외출장을 딱 하루 앞둔 날이었다. 명태균씨의 잇단 폭로와 서울 지하철 노조의 파업 예고(작년 12월 5~6일)로 온종일 어수선한 하루였다. 서울시는 수도권 교통대란 가능성을 이유로 하루 앞으로 다가온 해외출장을 취소하기로 했다가 다시 예정대로 출장을 가는 쪽으로 결정했다. 출장 취소가 사측의 교섭력을 되레 떨어뜨릴 수 있다는 판단때문이었다고 한다. 당일 밤 늦게 선포된 비상계엄으로 결과적으로 해외 출장은 자연스럽게 없던 일이 됐다. 적어도 오 시장이 계엄 관련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계엄 선포 직후 서울시의 비상 대응 과정에 대한 기억도 여전히 선연하다. 당시 당직 총사령실은 각 부처에 "유사시에 대비해 정부 청사와 지자체 청사 출입자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 달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행안부는 서울시 등 지자체에 즉시 이를 전파했다. 이후 행안부는 총사령실의 지시에 따라 이튿날 새벽 2시쯤 '출입자 관리에 지자체 청사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침을 다시 전파했다. 행안부가 출입자 관리 지침을 처음 하달한 즈음 계엄 소식을 듣고 서울시 청사에 도착한 몇몇 출입기자들은 별다른 제지없이 기자실을 오갔다. 청사 폐쇄와 출입 통제가 있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 시장은 계엄 당일 밤 11시 19분쯤 청사 집무실에 도착했다. 비상간부회의를 소집한 후 약 한 시간 만인 4일 오전 12시 20분쯤 "계엄에 반대한다. 계엄은 철회돼야 한다"는 입장문이 속보로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 중 가장 먼저 나온 '계엄 반대' 입장이었다. 이런저런 저간의 사정들을 감안하면 여권의 공세가 오 시장에겐 다분히 정치적 의도로 읽힐 법하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내년 지선에서 서울·인천·강원을 뺏기 위해 허위 주장으로 특검을 압박하고 있다"며 "지방선거용 정치공작"이라고 했다. 지자체까지 겨냥한 이른바 '내란 프레임' 확대가 내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은 여권 내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 중 한 명이다. 불법 비상계엄의 전말과 책임은 철저하게 따지고 물어야 한다. 하지만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 공학이라면 지방선거 전략에 도움은커녕 독이 될 수도 있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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