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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左정은-右푸틴’ 세운 시진핑, 트럼프 겨냥 “평화-전쟁 기로”

동아일보 베이징=김철중 특파원,안규영 기자,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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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러 정상 中열병식] “중화민족은 강압 두려워 하지 않아”

최신무기 등장때마다 金-푸틴과 대화

푸틴, 망루 빠져나오며 金 팔짱 끼기도

WSJ “中, 열병식 통해 美에 경고장”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망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등 각국 주요 인사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3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망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우원식 국회의장 등 각국 주요 인사가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베이징=신화 뉴시스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이 열린 톈안먼(天安門) 광장.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좌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거느린 채 나란히 망루를 향해 걸었다. 세 사람이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며 앞장선 가운데 나머지 정상들은 이들의 뒤를 따랐다. 이들은 망루 위에서 열병식을 지켜볼 때도 앞줄 가운데 나란히 자리 잡은 채 대화를 주고받았다. 정상들의 단체 기념촬영 때도 앞줄에 나란히 서서 친목을 과시했다. 이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화려한 열병식을 통해 미국에 경고장을 보냈다”고 전했다.

● 시진핑 “상생과 대결 중 선택의 기로”

이날 시 주석은 각국 정상들과 5만여 명의 관람객이 모인 열병식에서 “오늘날 인류는 평화와 전쟁, 대화와 대립, 상생과 제로섬 게임 중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밝혔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비롯한 서방이 편 가르기를 통해 세계 안보에 불안을 가져온다는 기존 주장을 재차 강조한 것.

시 주석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 등의 압박에 순순히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중화민족은 강압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립자강(自立自強)해 온 위대한 민족”이라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멈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열병식에 참석한 정상들과의 오찬을 겸한 리셉션에서도 미국을 에둘러 비판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일시적인 강약은 힘에 달려 있으나, 천년의 승패는 이치에 달려 있다”며 “인류가 약육강식의 질서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했다.

● 金, 중국 노병과 악수하며 공동 항일투쟁 역사 부각

이날 세 정상은 망루에 오르자마자 항일전쟁에 나섰던 중국 노병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전 주석이 중국 동북항일연군에 가담했다는 점에서 북-중의 항일 투쟁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열병식에서 중국의 최신 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에게 몸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눴다. 특히 젠(J)-20S와 J-35A 등 중국의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들이 상공을 지날 때 두 정상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때 김 위원장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화답했고,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수차례 말을 건넸다. 열병식이 끝난 직후 시 주석은 두 손을 모아 두 정상과 차례로 악수했다. 푸틴 대통령은 망루를 빠져나오며 김 위원장에게 다가가 팔짱을 끼기도 했다.


이날 다자외교 무대에 처음 데뷔한 김 위원장은 중-러 이외 다른 정상들과 접촉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톈안먼 망루에서 자신의 왼쪽에 앉은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 먼저 말을 건네며 대화했다. 로이터는 이날 김 위원장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게 방북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올 6월 시 주석과 그의 외동딸 시밍쩌(習明澤)를 함께 만날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 북한 주석이 195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당시 린뱌오 중국 국방부장, 김 주석,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 미하일 수슬로프 옛 소련 외무위원장, 호찌민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 마오쩌둥 중국 주석,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공산당 서기장. 베이징=신화 뉴시스

김일성 북한 주석이 195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당시 린뱌오 중국 국방부장, 김 주석, 저우언라이 중국 총리, 미하일 수슬로프 옛 소련 외무위원장, 호찌민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 마오쩌둥 중국 주석,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공산당 서기장. 베이징=신화 뉴시스


한편, 이번 톈안먼 망루에서 정상들의 자리 배치가 10년 전 전승절 70주년 때와 달라져 눈길을 끌었다. 2015년 행사 땐 시 주석의 왼쪽에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오른쪽에 푸틴 대통령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이번엔 시 주석의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있었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 전직 지도부 인사들은 시 주석에게서 한참 떨어진 왼쪽 측면으로 밀려났다. 이를 두고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에게 집중된 중국의 권력 구조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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