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에서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공동 개막한 3일 하우저앤드워스 갤러리가 프리즈에 내놓은 마크 브래드퍼드의 3점 연작 ‘Okay, then I apologize’(2025)를 관객들이 관람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날 450만달러(약 62억6000만원)에 판매돼 최고가를 기록했다. 브래드퍼드가 이번 프리즈를 위해 제작한 신작이다. 맨 오른쪽 작품은 조지 콘도의 ‘Purple Sunshine’으로 17억원에 팔렸다. /고운호 기자 |
마크 브래드퍼드 63억원, 게오르그 바젤리츠 29억원, 김환기 20억원….
수십억 원짜리 작품이 속속 팔려나갔다. 해외 미술 관계자와 컬렉터, 수퍼스타 작가들, 미술 애호가들이 몰려들어 현장은 북적였고, 수준 높은 장외 전시와 행사까지 활발히 열리면서 서울은 ‘아시아 미술 허브’로 공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키아프 서울을 찾아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고운호기자 |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 서울이 3일 서울 코엑스에서 공동으로 막을 올렸다. 오전 11시 개막식에는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참석해 “세계적인 갤러리와 재능 있는 작가들이 한데 모여 빚어내는 예술의 향연이 서울을 더욱 활기차고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축사를 했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프리즈·키아프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여사는 김영수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구자열 키아프 조직위원장, 이성훈 한국화랑협회장, 사이먼 폭스 프리즈 최고경영자(CEO) 등과 함께 페어 현장을 둘러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김 여사와 짧게 악수를 나눴고, 따로 부스를 관람했다.
구자열 키아프 조직위원장은 개막 인사말에서 “서울은 글로벌 미술품 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며 “국내외 수많은 컬렉터와 미술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는 지금의 모습은 그동안 우리가 함께 쌓아온 신뢰와 가능성의 결과”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화랑 가고시안은 4개의 패널로 구성된 무라카미 다카시의 초대형 작품을 내걸어 관람객 발길을 붙잡았다. /고운호 기자 |
◇현지화된 프리즈
올해 4회째인 프리즈 서울에는 국내외 120여 갤러리가 참여했다. 글로벌 메가 화랑 하우저앤드워스는 미국 작가 마크 브래드퍼드의 3점 연작을 450만달러(약 62억6000만원)에 판매해 이날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브래드퍼드가 이번 프리즈를 위해 제작한 신작이다. 하우저앤드워스는 브래드퍼드뿐 아니라 조지 콘도, 루이즈 부르주아, 라시드 존슨, 이불 등 주요 작가의 작품을 고루 판매하며 첫날 판매액만 800만달러(약 111억원)가 넘었다고 밝혔다.
화이트큐브 갤러리가 선보인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회화 'Erstens, bitte schön'(2014). 개막 첫날인 3일 21억원에 팔렸다. /고운호 기자 |
블루칩 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도 이름값을 증명했다. 바젤리츠의 작품은 이날 타데우스 로팍에서 180만유로(약 29억원)에 팔렸고, 화이트큐브에서도 또 다른 회화가 130만유로(약 21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페로탕 갤러리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 12점을 완판했다.
국내 갤러리 학고재에서도 김환기 작품 ‘구름과 달’을 20억원에 판매했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경기가 좋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는데 개막 후 한 시간만에 김환기와 송현숙 작품이 팔렸다”며 “해외 컬렉터들이 많이 찾고 있어서 고무적”이라고 했다. 리안갤러리는 이진우·이광호·김근태 등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고루 판매했다.
중국계 화랑 탕 컨템포러리 아트가 프리즈에 낸 부스에서 관객들이 작품을 촬영하고 있다. /고운호 기자 |
올해 프리즈 서울은 해외 갤러리 숫자가 줄고, 한국 갤러리 비중이 크게 늘었다. 참여 갤러리 중 35%가 국내 갤러리이거나 한국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글로벌 갤러리다. 이장욱 스페이스K 서울 수석 큐레이터는 “마시모데카를로의 배혜윰, 두아르트 스퀘이라의 김현진 등 글로벌 메이저 갤러리들이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전속 작가로 영입해 이번 프리즈 서울에서 상당수 내보인 점도 긍정적”이라며 “프리즈가 첫해 진출했을 때만 해도 해외 공룡 갤러리들이 한국 미술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이제 그런 염려는 넘어섰고 프리즈가 점점 더 현지화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글래드스톤 갤러리 폴라 차이 아시아 파트너는 “세계적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지만 서울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고 싶어하는 곳이란 건 변함이 없다”며 “해가 지날수록 한국 컬렉터들이 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라고 했다.
키아프 서울 학고재 부스에 나온 김재용의 ‘특별하게! 달콤하게! 반짝이게!’를 관람하는 관객들. /고운호 기자 |
◇내실 다진 키아프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키아프에는 175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이성훈 한국화랑협회장은 “지난해보다 심사를 강화해 내실을 다졌고, 전시장 동선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메인 섹션인 ‘키아프 갤러리즈’에는 국내외 156개 갤러리가 부스를 차렸다. 국제갤러리는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디노네 작품을 집중 소개해 인기를 끌었다. 미국 뉴욕의 순다람 타고르 갤러리에서 선보인 일본 작가 히로시 센주의 작품에도 발길이 이어졌다.
미국 아트 오브 더 월드 갤러리가 키아프에 선보인 인도네시아 작가 이치완 누르의 ‘블루 비틀 구’. /고운호 기자 |
올해 키아프는 관람 환경이 쾌적해지고, 작품 수준이 높아졌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태국 방콕의 조이만 갤러리 관계자는 “미국과 프랑스, 홍콩, 대만 등에서 열리는 페어에는 참가해왔는데 키아프 서울에는 처음 참여했다. 미술 시장이 어려워서 고민이 많았지만 아시아 시장을 파악하는 데 키아프만큼 좋은 장소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나아트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도 미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시오타 지하루, 박대성 등 인기 작가에게 컬렉터들의 관심이 쏟아졌고, 판매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키아프가 프리즈와 함께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크다고 생각하는 국내 화랑이 많다”고 전했다. 프리즈는 6일까지, 키아프는 7일까지 계속된다.
◇장외 행사도 활발
서울 전역에선 다양한 미술 행사들이 함께 열린다. 4일 오후 10시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 앞마당에선 굿판이 벌어진다. 국가무형유산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전승 교육사인 만신 김혜경의 ‘대동굿 비수거리(작두굿)’를 선보인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부회장은 “회화 예술의 기원과 긴밀한 관계에 놓인 샤먼, 한국 전통의 굿을 전 세계 예술인들에게 소개하는 자리”라고 했다. 2일에는 한남동, 3일에는 청담동에서 갤러리들과 미술관이 늦은 밤까지 전시장 문을 열었고, 공연, 파티 등을 열며 미술 애호가들을 맞이했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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